
정강자_무체전_사진 홍철기_리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56년 전 개막 이틀 만에 강제 철거됐던 정강자의 전설적인 환경예술 작품 '무체전(無体展)'의 복원 비하인드를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리움미술관은 기획전 '다른 공간 안으로: 여성작가들의 공감각적 환경 1956-1976'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오는 17일 정강자(1942~2017)의 1970년작 '무체전' 복원 과정을 소개하는 전시 토크를 개최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토크에는 조은정 큐레이터, 진지영 보존연구원, 아워레이보의 정기훈 테크니컬 디렉터가 참여해 56년 전 강제 철거된 작품을 복원하기까지의 연구와 제작 과정을 소개한다.
정강자는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 한국 실험미술을 이끈 핵심 작가이자 드문 여성 주축 멤버였다. 1967년 '청년작가연립전'에 입술 형상의 조각 작품 '키스 미(Kiss Me)'를 선보이며 주목받았고, '가두시위', '한강변의 타살' 등 한국 실험미술사의 주요 해프닝에 참여했다.
특히 1968년 음악감상실 세시봉에서 열린 '투명 풍선과 누드'의 기획과 퍼포먼스로 화제를 모았지만, 당시 사회는 작품의 실험성보다 신체를 활용한 표현 방식에 주목하며 그를 선정적으로 소비했다. 이에 따라 정강자의 예술적 성취는 오랫동안 충분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정강자는 일찌감치 회화의 평면성을 넘어 빛과 소리, 오브제, 관객의 참여를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이며 예술의 영역을 확장했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해프닝과 회화 중심으로 조명돼 온 정강자의 작업을 '환경(environment)'이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1970년 8월 국립중앙공보관에서 열린 '무체전'은 정강자의 첫 개인전이자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구성한 환경예술 작업이었다.
당시 전시장은 검은 비닐 장막으로 둘러싸였고 관람객이 내부로 들어서면 센서가 작동해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바닥에는 드라이아이스 연기가 깔렸으며, 어둠 속 광선이 관람객의 얼굴을 비추고 스피커에서는 "여러분은 지금 나의 작품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라는 작가의 육성이 흘러나왔다.
시각 중심의 감상을 넘어 청각과 촉각까지 자극하는 몰입형 환경 작품으로 평가받았지만, 개막 이틀 만인 1970년 8월 22일 정부 기관의 지시로 공보관 직원들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리움미술관은 이번 전시에서 당시 기사와 현장 사진, 작가 노트 등을 바탕으로 '무체전'을 재구성했다. 과거 기록에 대한 고증과 큐레이팅, 보존연구, 기술 제작이 결합된 협업의 결과물이다.
조은정 큐레이터는 토크에서 '무체전'을 한국 여성 작가가 시도한 초기 환경예술 사례로 바라보게 된 배경과 자료 추적 과정을 소개할 예정이다. 정기훈 디렉터는 드라이아이스 대신 로우 포그 머신과 수증기, AI 기술 등을 활용해 작품을 재현한 과정을 설명한다. 진지영 보존연구원은 보존의 관점에서 이번 복원이 갖는 의미와 향후 과제를 짚는다.
조은정 큐레이터는 "이번 '무체전'의 복원은 단순히 과거 작품을 물리적으로 재현하는 것을 넘어 1970년대 한국 사회의 억압적 분위기 속에서도 예술의 개념을 확장하고자 했던 한 여성 작가의 정신을 오늘의 관객과 다시 연결하는 작업"이라며 "'무체전'이 해프닝과 회화를 넘어 환경예술과 설치미술의 역사 속에서 새롭게 연구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