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이재준 기자 = 중국이 대만 동쪽 해역에 대한 상시 감시 체계 구축에 나섰다.
닛케이 신문은 13일 중국이 최근 대만 동부와 일본 최서단 요니쿠니섬(與那國島) 사이 해역에 대한 감시 활동을 본격화했다고 보도했다.
일본과 필리핀이 배타적 경제수역(EEZ) 및 대륙붕 경계 획정 협상에 착수한 데 대응해 중국은 공무선을 파견했으며 대만과 일본을 연결하는 해저케이블과 주요 해상교통로를 집중 조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중국이 대만 통일을 염두에 두고 유사시 해상 봉쇄와 통신망 차단, 상륙작전 수행을 위한 사전 준비에 들어갔다고 분석하고 있다.
앞서 중국공산당 매체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1일 교통운수부가 실시한 해상 특별단속 활동을 두고 "권리 주장을 관할권 행사로 전환하는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교통운수부는 지난 6~10일 푸젠성(福建省)과 광둥성(廣東省) 해사국 소속 순시선·구조선·측량선 등 4척을 대만 주변 해역에 투입했다.
이들 공무선은 대만해협을 통과한 다음 대만 남부를 거쳐 태평양으로 진출하고서 방향을 바꿔 대만 동부와 요니구니섬 사이 해역을 항행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공무선들은 약 1030해리(1908㎞)를 항행했다.
중국 측은 단속 해역에서 선박 검사 198건을 실시했고 위반 사례 3건을 적발해 시정을 요구했다. 중국은 이번 조치가 일본과 필리핀에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일본과 필리핀은 지난달 28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EEZ와 대륙붕 경계 획정 협상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EEZ가 겹치는 지역은 대만 동부 해역과 인접했다.
중국은 해당 수역이 자국 EEZ와 대륙붕에도 포함된다면서 일본과 필리핀에 각각 엄중 항의하고 협상 과정에 중국도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1일에는 중국 해경국이 대만 동부 해역에서 순찰 활동을 벌였다. 주목되는 대목은 중국 공무선들이 단순 순찰을 넘어 해저케이블 설치 구역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는 사실이다.
조사 대상에는 대만뿐 아니라 일본 등 여러 국가와 지역을 연결하는 해저 통신케이블이 포함됐다. 또 상선과 어선 충돌 위험이 높은 해역도 함께 조사했다.
마스오 지사코(益尾知佐子) 규슈대 교수는 "중국이 필요할 경우 해당 해역의 해상교통로를 통제하고 봉쇄할 의사가 있음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그는 "유사시 해저케이블을 절단해 대만과 주변국의 통신·인프라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점을 행동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관영 CCTV 계열 매체 '위안탄톈(玉淵譚天)'은 10일 이번 탐사와 측량 작업을 통해 중국이 대만 동부 해역의 해저지도를 처음으로 작성했다고 전했다. 신화통신도 선박들이 해저 탐사와 측량 작업을 수행했다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해저지도가 군사 목적에 활용될 가능성에 관심을 나타냈다. 중국군이 무력으로 대만을 통일하려 할 경우 특수부대와 상륙부대 투입이 핵심 전술이 된다는 관측이 많다.
마스오 교수는 "대만 동부 해안에는 상륙작전에 적합한 해변이 많다"며 "해저지도 작성은 향후 군사작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해저지도가 확보되면 중국군 잠수함과 각종 군함의 대만 동부 해역 활동이 한층 용이해진다.
중국이 동부 해역에 대한 상시 관리·감시 체계를 구축할 경우 대만뿐 아니라 일본과 필리핀에도 새로운 안보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일본에는 요나구니섬과 대만 동부 사이 해역, 그리고 대만 남부 바시 해협이 에너지 수송과 무역에 필수적인 핵심 해상교통로다. 중국 당국의 감시와 단속이 강화되면 일본의 안정적인 에너지 조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대만 문제를 '핵심 이익 중 핵심'으로 규정하는 중국은 미국과 일본, 필리핀의 개입을 강하게 경계하고 있다.
중국은 일본과 필리핀이 해양 경계를 확정할 경우 대만 동부 해역에서 중국이 주장하는 관할권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있다.
환구시보는 11일 논평에서 일본과 필리핀에 대한 대응 조치를 정당화하며 "외부 세력이 대만 문제의 군사화를 시도하면 할수록 중국은 강력한 법 집행력을 바탕으로 대만 주변 해역 관리의 상시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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