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환율에 칼 빼든 당국…"정교하게 대응해야"

기사등록 2026/06/13 08:55:22

최종수정 2026/06/13 09:46:16

NDF·불법거래 단속에 리드앤래그 점검까지

투기수요 차단·달러 공급 확대 효과 기대

정상 환헤지·외화운용 위축 가능성도 상존

"실수요 거래와 투기거래 정교하게 구분해야"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사진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 되고 있는 모습. 2026.06.12.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사진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 되고 있는 모습. 2026.06.12.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외환당국이 잇따라 시장 안정 대책을 꺼내 들고 있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을 중심으로 투기적 거래를 점검하고, 환율 상승에 편승한 불법 외환거래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은행권에는 달러예금 유치 경쟁 자제를 요청했고, 수출기업에는 외환시장 수급 안정에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 대응은 환율 상승에 베팅하는 투기적 달러 수요는 줄이고, 정상적인 달러 공급은 늘리겠다는 취지다. 다만 정책 강도가 높아질수록 정상적인 외환거래까지 위축되거나 시장이 당국 대응을 위기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사진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69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2026.06.10.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사진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69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2026.06.10. [email protected]

NDF·불법거래 정조준…리드앤래그도 점검

1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은 원화 약세 흐름에 편승한 투기적 움직임이나 시장교란 행위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위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엄정 조치하기로 했다.

당국은 환율 상승 기대에 편승한 가수요와 투기적 거래가 환율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역외 NDF 시장을 중심으로 투기적 거래가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NDF는 실제 원화를 주고받지 않고 미래 환율과 만기 때 실제 환율의 차액만 달러로 정산하는 파생상품이다.

원화를 직접 보유하지 않아도 원·달러 환율 상승이나 하락에 베팅할 수 있어 투기적 거래가 몰릴 경우 환율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정부는 역외 NDF 거래를 국내 외환시장(DF)으로 흡수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런던장과 뉴욕장 등 역외 시간대 원화 거래는 국내 주간 거래보다 모니터링이 쉽지 않은 만큼, 관련 거래를 국내 시장 안에서 더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환율 상승에 편승한 불법 외환거래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환치기, 가상자산을 활용한 변칙 결제, 수출입 가격 조작을 통한 재산 해외도피 등이 주요 점검 대상이다.

수출입기업의 리드앤래그(Lead & Lag) 거래도 들여다본다. 리드앤래그는 환율 전망에 따라 수입대금 지급을 앞당기거나 수출대금 회수를 늦추는 행위다.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달러 결제는 빨라지고 달러 매도는 늦어져 시장의 달러 수급 불균형이 커질 수 있다.

당국은 정상적인 결제 일정 조정은 인정하되, 환율 상승을 노리고 수입대금을 지나치게 빨리 내거나 수출대금을 일부러 늦게 받는 거래가 있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은행권에는 달러예금 유치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고환율 상황에서 은행들이 달러예금 이벤트를 과도하게 벌이면 달러를 사려는 심리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거래를 하지 않도록 외국환포지션 점검 주기도 기존 월간 단위에서 주간 또는 일간 단위로 단축하기로 했다.

수출기업에는 외환시장 안정에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수출기업들이 보유한 달러를 시장에 내놓으면 달러 공급이 늘어 환율 상승 압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정책 신호가 이어지면서 최근 환율은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은 1550원 선을 넘나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잇달아 찍었지만, 지난 12일에는 1519.8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1520원 아래로 내려왔다.

당국의 안정 메시지와 중동 리스크 완화 기대가 함께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사진은 지난 11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2026.06.11. amin2@newsis.com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사진은 지난 11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2026.06.11. [email protected]

정상 거래 위축 우려…기업·은행 부담도

문제는 당국의 점검과 단속이 강해질수록 투기적 거래뿐 아니라 정상적인 외환거래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출입기업은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선물환, NDF, 외환스와프 등을 활용한다. 은행도 기업의 환헤지 수요를 처리하거나 외화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외환거래를 한다.

점검과 단속이 강해질 경우 시장 참여자들은 불필요한 오해나 조사 부담을 피하기 위해 정상적인 거래까지 보수적으로 줄일 수 있다. 투기적 거래를 차단하려는 조치가 외환시장의 거래 심리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리드앤래그 점검도 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원자재 확보, 해외 거래처와의 계약 조건, 현지 자금 사정 등에 따라 결제 시점을 조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환율 상승을 노린 과도한 거래는 관리가 필요하지만, 일률적인 잣대를 적용하면 정상적인 결제 일정 조정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은 "정부가 시장교란 행위를 점검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실수요 거래와 투기적 거래를 정교하게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며 "정상적인 거래까지 위축되면 외환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목적과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출기업에 달러 공급을 요청하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해외 원자재 결제, 현지 운영자금, 해외투자 등으로 달러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정부 요청이 강해지면 정상적인 외화자금 운용까지 제약받는다고 느낄 수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업종별 결제 구조나 환헤지 전략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달러 공급을 요구하면 오히려 기업 부담을 키울 수 있다"며 "정부가 시장 안정 필요성을 설명하더라도 기업의 정상적인 외화 운용까지 위축되지 않도록 세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 대한 달러예금 유치 자제 요청과 외국환포지션 점검 강화도 양면성이 있다. 과도한 달러예금 마케팅이나 투기적 외환거래를 막는 효과는 있지만, 은행들이 정상적인 외화예금 영업이나 기업 환헤지 거래까지 소극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조치들이 시장에서 위기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사항이다.

정부는 특정 환율 수준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변동성과 시장교란 행위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점검과 단속이 잇따를수록 시장에서는 "상황이 그만큼 심각한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달러 선호 심리가 더 강해지거나 시장 참여자들이 거래를 줄이는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외환시장 유동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 대응이 시장 안정 목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특정 환율 수준을 방어한다는 인상을 주거나 정상적인 거래까지 위축시키면 오히려 불안 심리를 키울 수 있는 만큼, 투기적 거래에 한정해 정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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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원 환율에 칼 빼든 당국…"정교하게 대응해야"

기사등록 2026/06/13 08:55:22 최초수정 2026/06/13 09:4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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