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원 구성 앞두고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논의 촉구
자산별 '차등분류' 시급…EU 'MiCA ' 가이드라인 될 듯
ICO 허용시 체계도 마련…'디파이' 편입 여부는 난제로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디지털자산 관련 참석자들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대표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6.10. kkssmm99@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6/10/NISI20250610_0020846099_web.jpg?rnd=20250610112735)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디지털자산 관련 참석자들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대표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6.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한동안 교착 상태에 머물렀던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논의가 시장의 화두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지방선거가 마무리되면서 하반기 국회 상임위원회 재구성을 둘러싼 시계가 빨리지고 있는 가운데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멈춰 섰던 기본법 입법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음에도 이를 규율할 제도적 틀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지속된 만큼, 국회와 금융당국을 향해 입법 속도를 높여달라는 업계 차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습이다.
태동기부터 "사행성"…자산별 '차등 분류' 체계 시급
디지털자산기본법과 같은 포괄적 규제망이 시급한 배경에는 국내 가상자산 산업이 겪어온 '규제 공백의 역사'가 자리한다.
산업 태동기였던 2018년 정부는 가상자산 매매·중개업을 벤처기업 제한업종으로 지정했다. 투기 과열과 유사수신 등의 부작용을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이 과정에서 가상자산 업종을 사행성 시설 관리업이나 무도장, 유흥주점과 동일한 선상에 배치하며 사실상 '사행성 업종'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이로 인해 국내 대표 거래소들은 물론이고, 기술력을 갖춘 블록체인 스타트업들까지 법인세·소득세 감면이나 세제 혜택을 주는 '벤처기업 인증' 자격을 박탈당하거나 신청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역차별을 겪어야 했다.
지난해 9월 중소벤처기업부의 벤처기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인증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법적 지위 없이 사행 산업 취급을 받는 사이 제도권의 정책 자금이나 벤처캐피탈(VC)의 투자길마저 사실상 차단됐고, 이는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가 기술 산업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투기 시장에 머무르게 만든 결정적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디지털 자산 시장은 기술적 다변화를 거치며 단순히 '가상화폐'라는 틀로 묶기 어려울 정도로 고도화된 상황이다.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성격이 강한 비트코인과 생태계 플랫폼 역할을 하는 이더리움, 법정화폐와 가치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 실물 자산을 토큰화한 토큰증권(STO) 등은 자산의 발행 목적과 유통 구조가 본질적으로 상이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처럼 이질적인 자산들을 과거처럼 일괄적인 규제 틀로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가령 주식과 유사한 성격을 지닌 토큰증권은 기존 자본시장법의 테두리 내에서 규율하더라도, 결제 수단에 가까운 스테이블코인이나 자산 성격이 짙은 비트코인은 새로운 형태의 규율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의 법적 정의를 세분화하고 자산 분류 체계를 명확히 확립하는 것은 입법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국내 논의 과정에서는 유럽연합(EU)이 도입한 세계 최초의 포괄적 가상자산 규제법인 '미카(MiCA)'의 선례가 유력한 가이드라인으로 거론된다.
미카는 가상자산을 목적에 따라 자산준거토큰, 전자화폐토큰, 유틸리티토큰 등으로 명확히 분류하고, 자산의 위험도와 특성에 맞춰 규제 수준을 다르게 적용하는 등 차등 규제 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또 백서 등에 관한 구체적인 행위 규제도 명시했으며, 코인 발행 최소 20일 전 백서를 규제 당국에 공유하도록했고, 백서에 필수적으로 담아야 하는 기준도 법안에 담고 있다.
우리 당국 역시 이 같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 상황에 맞는 분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비트코인처럼 발행 주체가 불분명하고 탈중앙화된 자산은 시장의 투명성과 불공정 거래 행위 규제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발행인이 명확한 자산에 대해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강력한 의무를 부과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ICO 허용·공시 체계 의무화…'디파이' 규제 편입이 최대 난제
정부는 2017년 9월 폰지사기 예방을 위해 ICO를 전면 금지시킨 바 있다.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발행 행위 자체가 원칙적으로 금지되면서, 기업들의 해외 법인 설립에 따른 자본 유출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때문에 이번 입법을 통해 백서 제출의무, 공시 체계 수립, 발행인의 책임 범위 등을 법률로 구체화하여 건전한 발행 시장을 육성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학계에서는 가상자산 ICO의 경우 발행부터 투자자보호 관련 부분들이 사실상 기업공개(IPO)와 유사한 성격을 갖는 만큼 자본시장법상 유사 조항들을 참조해서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입법에서 '탈중앙화 금융'으로 불리는 디파이(DeFi) 생태계를 제도권 규제 안으로 어떻게 편입할지는 가장 까다로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기본법에 포괄적으로나마 디파이에 대한 정의와 분류 체계가 포함되길 바라고 있다.
이미 디파이 생태계에 막대한 자금이 유입된 상황에서 이를 규제 밖에 방치할 경우 향후 금융사고 발생시 사법적인 해결 방안이나 피해자 보호의 최소한의 울타리가 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디파이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이 마련되어야만 레거시 금융권 역시 비즈니스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시장에 진입해 인프라 선점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논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는 인프라 선점 경쟁을 둘러싼 전통금융권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기본법 제정 논의가 올초 입법 '골든타임'을 놓친 만큼, 현실적인 타협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난도 쟁점에 발이 묶여 전체 법안 제정을 지연시키기보다는, 포괄적인 정의를 선제적으로 수립해 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의 '기본 틀'을 신속히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은 단순히 시장을 단속하는 것을 넘어, 과거 사행성 산업이라는 낙인에 묶여 음지에 방치됐던 생태계를 정상적인 미래 디지털 금융 인프라로 끌어올리는 초석"이라며 "첫 단추인 자산 분류와 성격 규정이 정교하게 이뤄져야만 이후 전개될 거래소의 기능별 분리 체계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권 등 후속 논의도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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