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선 '쌍둥이 득표'는 우연? 조작?…학계 "수학적으로 충분히 가능"

기사등록 2026/06/11 06:00:00

최종수정 2026/06/11 06:48:48

통계학 전문가들 "인간 직관이 만든 착시…계산해보면 100% 일어날 우연"

호남서 무더기 발견된 이유…표 쏠림 심하고 투표자 적을수록 일치 확률 급증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6·3지방선거 본투표가 시작된 3일 오전 광주 동구 산수1동 제3투표소(푸른마을공동체센터)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2026.06.03.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6·3지방선거 본투표가 시작된 3일 오전 광주 동구 산수1동 제3투표소(푸른마을공동체센터)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2026.06.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지난 6월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 결과를 두고 정치권과 소셜미디어(SNS) 일각에서 이른바 '쌍둥이 득표'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인천과 광주·전남 등 일부 사전투표소에서 주요 후보들이 얻은 득표수가 완벽하게 일치하는 현상이 발견되면서다.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서는 "수천명의 유권자가 참여한 선거에서 어떻게 똑같은 숫자가 나올 수 있느냐"며 부정선거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가 집계한 데이터와 수학, 통계학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학계에서는 일반적인 인간의 직관과 달리, 데이터 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일치 현상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우연'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소수점까지 똑같은 득표수… 선관위 "우연한 결과" 일축

이번 논란의 중심이 된 곳은 일부 지역의 관내 사전투표소다.

인천시장 선거의 경우 연수구 송도1동과 송도2동의 관내 사전투표 결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030표,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가 1440표를 똑같이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더 무더기로 발견됐다. 광주 광산구 송정1동과 전남 고흥군 금산면에서 민주당 민형배 후보는 1401표, 국민의힘 이정현 후보는 120표를 똑같이 득표했다. 이러한 '쌍둥이 투표소'는 호남 지역에서만 무려 다섯쌍(10곳)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인천시와 전남선거관리위원회는 '우연의 일치'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전남선관위는 "각 사전투표소의 선거인 수와 후보자별 득표수, 무효투표수 등 전체 투표 데이터는 서로 달랐다. 우연한 결과로 득표수만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인천선관위 또한 "2개 동의 관내 사전투표 결과가 일치해 조작된 것처럼 주장하지만 상세 내역을 보면 전체 투표자 수와 나머지 표수는 모두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전체 선거인 수나 무효표, 기타 후보의 득표수 등은 지역마다 모두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의외로 높은 확률"… 통계학이 증명하는 '0.84개의 기댓값'


이같은 쌍둥이 득표 논란을 두고 학계 전문가들은 "인간의 직관이 만들어낸 착시일 뿐, 통계학적으로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데이터와 통계 모델을 기반으로 기업 성과를 평가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학문인 비즈니스 애널리틱스를 전공한 이윤동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이 문제에서 따져봐야 하는 점은 두 지역 유권자의 표심이 비슷했는지 아닌지가 아니다"라며 "설사 두 지역 유권자의 표심이 대체로 비슷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어떻게 득표수가 일치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라고 짚었다.

이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투표자 수가 약 4500명 정도이고 두 후보의 득표율이 대략 2:1로 갈라지는 경우, 중심극한정리에 따라 실제 득표수는 0에서 4500 사이의 모든 숫자가 아니라 중심부인 2950과 3050 사이의 약 100개 숫자에 집중되어 발생하게 된다.

이 교수는 "중심극한정리를 고려하면 두 지역에서의 득표수가 정확하게 겹칠 수 있는 확률은 생각보다 커진다"며 "정확하게 계산하자면, 가정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으나, 대략적으로 0.6~0.9% 사이의 확률이 된다"고 설명했다. 대략 1% 안팎의 확률이라는 뜻이다.

허명회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교수 역시 컴퓨터 모의시행(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하며 힘을 보탰다.

허 교수는 인천 송도1·2동의 사례를 '두 사람이 동전을 각각 4470회씩 던져 앞면이 나온 횟수가 일치할 확률'로 치환해 10억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일치 확률은 0.00903(대략 1%)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단일 사건으로 보면 1%는 작아 보이지만, 비교 대상을 '인천시 전체'로 넓히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천에는 총 137개의 행정동이 있으며, 이 중 2개 동씩 짝을 짓는 경우의 수는 총 9316개(137x136 / 2)에 달한다. 허 교수는 "이 많은 조합 중 약 1%의 비율로 두 개 동이 유사하다면 완벽히 일치하는 짝이 나올 기댓값은 약 0.84개"라고 계산했다.

137개 동 중에서 한 쌍 정도는 완벽히 일치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 통계학적으로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전남에서 '다섯 쌍둥이'가 나온 수학적 이유

그렇다면 광주·전남에서 쌍둥이 투표소가 무려 다섯 쌍이나 나온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허 교수는 이 역시 '시행 횟수(n)'와 '선거구 내 읍면동 수(k)'의 차이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우연이라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두 독립시행에서 앞면의 횟수가 완전히 같을 확률은 시행 수 n이 작아질수록, 그리고 한쪽 후보로 표가 쏠려 확률 동전의 앞면이 나올 확률(p)가 0.5에서 1에 가까워질수록 커진다"고 말했다.

광주·전남 지역은 민주당 후보에게 표가 쏠려 p 값이 0.9 수준으로 인천(0.67 수준)보다 훨씬 높았다. 반면 투표자 수(n)는 첫째 쌍둥이 지역이 1521명, 다섯째 쌍둥이 지역이 398명으로 인천(4470명)보다 훨씬 적었다.

통계적으로 보면 표가 쏠리고 전체 투표자 수가 적을수록 같은 숫자가 나올 확률은 커진다. 여기에 짝을 지을 수 있는 읍면동 수(k)도 393개로 인천(137개)보다 훨씬 많아 조합의 수가 제곱 비례로 늘어났다.

이를 두고 허 교수는 "수학적으로는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는 우연현상"이라고 덧붙였다.

학계에서는 이번 쌍둥이 득표 논란이 우리 사회의 데이터 문해력을 시험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막연한 의구심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선거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전문가 참여 시스템이 제도적으로 안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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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선 '쌍둥이 득표'는 우연? 조작?…학계 "수학적으로 충분히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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