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방북한 시진핑, '북핵' 언급 없이 북·중 밀착 과시

기사등록 2026/06/09 20:06:02

최종수정 2026/06/09 20:08:45

北 극진 예우 속 혈맹 관계 부각

비핵화 언급 없이 전략적 협력 강조…향후 교류 확대 결과도 관심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북한 조선중앙TV는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조중(북중)관계 발전의 새로운 장을 열어나가는 데 대해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2026.06.0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북한 조선중앙TV는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조중(북중)관계 발전의 새로운 장을 열어나가는 데 대해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2026.06.09. [email protected]
[베이징=뉴시스]박정규 특파원 = 7년 만의 북한 방문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박2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9일 귀국했다.

이번 방문을 통해 북·중 양국은 친밀감을 과시하면서 교류·협력 관계를 한층 격상시키는 모습을 대내외에 보였다. 반면에 북핵 문제 등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은 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서방 세계에 함께 대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시 주석의 방북은 시작부터 긴밀한 유대를 과시하는 가운데 진행됐다. 앞서 중국을 방문한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남을 가진 시 주석이 곧바로 평양을 찾아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것부터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번 방북은 시 주석의 올해 첫 해외 순방길이기도 했다. 미·러 정상과의 만남과 동등한 차원에서 이뤄지는 방문임을 부각해 북한과의 정상적인 외교 관계를 돋보이게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북한의 예우도 극진했다. 지난 8일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한 시 주석 내외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함께 마중 나와 직접 영접했고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환영식 이후 숙소인 금수산영빈관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김 위원장 부부가 직접 동행했다.

시 주석 역시 방북 이틀째인 9일에는 예상대로 북·중 혈맹의 상징인 조중우의탑(중국명 중조우의탑)을 참배하면서 양국 관계를 재확인하는 한편 조선노동당 중앙간부학교를 처음으로 방문해 양국 간 영원한 우의를 상징하는 전나무를 함께 식수하기도 했다.

정상회담을 통해 나타난 논의 내용에서도 북·중은 양자 관계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집중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가진 회담에서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국 당과 정부는 중·조선(북한) 전통 우호를 매우 중시하는 확고한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북핵 문제 등을 막론하고 북한에 대한 지지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그러면서 북·중 관계 발전에 대해 ▲정치적 상호 신뢰 기초 확립 ▲실질적 협력 수준 향상 ▲민심 소통의 유대 공고화 ▲전략적 협력 내실 강화 등이 담긴 4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양당의 각 계층과 분야에서 우호 교류를 더욱 확대·활성화하고 당과 국가를 다스리는 경험의 교류와 상호학습을 심화해야 한다"며 "양측은 외교, 법 집행, 군대 등의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해 처음으로 양국의 '군대 교류'를 언급하기도 했다.

[평양=신화/뉴시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평양의 조선노동당 중앙간부학교를 방문해 전나무 한 그루를 심고 있다. 2026.06.09.
[평양=신화/뉴시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평양의 조선노동당 중앙간부학교를 방문해 전나무 한 그루를 심고 있다. 2026.06.09.
7년 전 방북에서는 국방부장이 동행하지 않았지만 이번 방북에서는 둥쥔 국방부장이 모습을 내비친 점 등을 감안하면 모종의 협력 논의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교류 채널을 강화하면서 북한과의 정상적인 교류 관계를 확립하는 한편 북·러 간 군사 교류가 강화된 상황에서 중국의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북·러 간 군사협력이 급속히 진행되고 북한이 핵 보유를 명문화한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 군부에 대한 독자적 채널을 복원해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균형추 역할을 수행하고 북한의 도발로 인한 급변 사태 발생 시 군부 간 직통 채널과 발언권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를 통해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뿐 아니라 일본의 군사화에 효과적이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에 대해 그들은 북한의 군사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유익할 것이라고 결론 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향후 양국 간 민간 분야 등의 교류·협력 확대도 예상되고 있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중국은 조선과의 발전 전략 연계를 강화하고 경제·무역, 농업, 건축, 과학기술, 의료 등의 실질적인 협력을 확대해 양국 인민에게 더 큰 혜택을 주고자 한다"며 "양측은 국경 통상구의 전면 재개통과 민항 항공편, 국제 여객열차의 운영 재개를 기회로 삼아 인적 교류를 확대하고 쌍방향으로 달려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회담 이후 구체적인 협력 내용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미 철도와 항공 등의 교통편 운행을 재개한 가운데 협력 의지를 확인한 만큼 추가적인 합의 내용이 나올 수도 있을 전망이다.

특히 중국의 오랜 숙원이었던 두만강을 통한 동해 출해(出海) 문제는 이미 중·러 정상회담에서도 3자 협의 추진의 뜻을 밝힌 만큼 북한과도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희망하는 두만강 출해와 북한이 원하는 무역·관광 재개 등을 맞교환함으로써 양국의 상호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두만강 출해 문제 논의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내놓지 않으면서도 "만약 정보가 있다면 우리는 제때 발표할 것"이라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평양=신화/뉴시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해 조선인민군 명예위병대(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2026.06.08.
[평양=신화/뉴시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해 조선인민군 명예위병대(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2026.06.08.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나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2019년 방북 당시에는 회담에서 한반도라는 표현이 수차례 등장했고 비핵화 입장을 시사하는 표현이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 회담에서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 측에서는 양국이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했다는 언급을 내놨지만 중국은 이에 대해 함구하고 있고 중·러 정상회담에서도 비핵화는 언급되지 않았던 상황이다.

이에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 등이 논의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지만 표면적으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정상회담 직전에도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포기할 수 없다고 선언한 가운데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암묵적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시 주석은 회담 전 북한 노동신문 기고를 통해 북한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조하면서 "패권주의와 강권정치를 반대한다"며 세계 다극화를 주장해 미·일 등에 대한 견제 의지와 함께 북·중·러 연대의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문 교수는 "중국이 비핵화를 공개 언어에서 삭제해 북한의 핵 보유 현실을 묵시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중국을 통한 비핵화 외교는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 핵 보유를 반대해왔던 중국이 북핵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제약 때문에 비핵화를 아예 언급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 회담에서는 비핵화 의제가 실종됐고 북·중 관계가 그간의 전통우호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 관계로 격상됐다"며 "중국은 러시아와 밀착 중인 북한을 반(反)패권 연대 체제 안으로 편입시켜 그 틀 안에서 북한을 관리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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