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급한 불 껐지만…1500원대 환율 여전히 '아슬아슬'

기사등록 2026/06/09 06:00:00

최종수정 2026/06/09 06:06:50

외환당국 개입에 원·달러 환율 1530원대로

상승세 제동 걸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

[인천공항=뉴시스] 고승민 기자 = 원·달러 환율이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555.2원에 거래를 시작한 8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은행 환전소 모니터에 달러 원화 구입가가 16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2026.06.05. kkssmm99@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고승민 기자 = 원·달러 환율이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555.2원에 거래를 시작한 8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은행 환전소 모니터에 달러 원화 구입가가 16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2026.06.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1550원을 뚫고 고공행진하던 원·달러 환율이 외환당국의 잇단 구두개입으로 1530원대로 내려앉았다. 급한 불을 끈 모습이지만,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대내외 악재들이 겹겹이 쌓여 있는 만큼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한 모습이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6.1원 오른 1555.2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3월 이후 약 1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 것이다.

이후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으로 전 거래일 대비 4.1원 오른 153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외환당국은 전날 오전 이형렬 재경부 국제금융국장과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 공동 명의로 외환시장 구두 개입에 나섰다. 당국은 "최근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수급요인 이외에도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등 일부 투기적 외환거래가 변동성을 증대시킨 것으로 판단한다"며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의 쏠림을 결코 용인하지 않고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단 원·달러 환율 상승세는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1500원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고환율 흐름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순매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동 사태 장기화 속 강달러 흐름 등이 맞물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포트폴리오 비중 조정(리밸런싱)과 차익 실현 등에 나서면서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우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달 7일 이후 전날까지 21거래일 연속 매도 행렬을 이어갔다. 지난 5일까지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순매도 규모는 77조6000억원에 달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의 이유는 외국인의 주식시장 순매도와 이에 따른 커스터디(수탁) 달러 매수 영향"이라며 "여기에 최근 미국 기술주 급락에 따른 위험 회피, 고용 지표 호조에 따른 미국 기준금리 인상 우려 등이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환당국은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가 주춤해지면서 환율도 점차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NDF 시장의 투기적 거래가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과도한 쏠림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NDF 거래 수요를 국내 외환시장(DF) 거래로 유도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재정경제부 제공) 2026.06.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재정경제부 제공) 2026.06.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NDF 시장은 실제 원화를 주고 받지 않고 약정 환율과 만기 시점 환율 간 차이 만큼 달러화로 정산하는 선물환 거래가 이뤄지는 곳이다.

외환당국은 밤사이 역외시장에서 NDF 환율이 급등하면, 다음 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는 등 일부 투기적 외환거래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운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앞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NDF 거래가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경우가 있다"며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당국의 잇단 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이 반락하더라도 원화값 하락 요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추세적인 상승 흐름을 되돌리긴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미국 금리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 등이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주가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증시 조정, 미국 5월 소비자물가에 대한 경계감 등이 달러화 추가 강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미국-이란 종전 협상의 불확실성도 달러 강세를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라며 "정부의 시장 개입이 추가 상승 속도를 제어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원·달러 환율의 하락 압력을 높일 재료는 부재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의 고환율 현상은 과거 외환위기 때와는 차이가 있는 만큼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견고한 상향 추세대가 유지되고 있어 1500원대에 안착할 수도 있다"며 "1500원대나 특정 환율 수준에 대한 지나친 의미 부여나 불안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과거 외환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르고 우리나라 신용도에 문제가 없다면 단순한 환율 수준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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