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준금리 인상 처방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사등록 2026/06/03 13:00:00


[서울=뉴시스]김래현 기자 = "통상 통화정책은 경기 둔화와 높은 인플레이션 사이에서 어려운 상충 관계를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처럼 성장세가 강하고 산출갭이 향후 플러스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정책적 딜레마가 줄어듭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BOK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해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를 거듭 밝혔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매파적 발언들을 쏟아낸 지 나흘 만이다.

신 총재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예고한 배경에는 심상치 않은 소비자물가 흐름이 있다. 이란 전쟁이 터지기 직전인 2월 2.0%였던 소비자물가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3월 2.2%, 4월 2.6%에 이어 지난달 3.1%를 돌파했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3%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급등한 유가 충격파가 다른 부문들로 퍼져 나갈 여지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4월 생산자물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8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은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문에 '기준금리 인상 시기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를 새롭게 담았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내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고물가라는 한국 경제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 처방이 가져올 부작용도 작지는 않다.

기준금리 인상은 시중금리를 끌어올려 이자 부담을 늘린다. 이미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깡통 대출'이 1분기 기준 5조6085억원이다. 7년 만의 최고치다.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차주들이 결국 빚을 갚는 것을 포기할 경우 한국 경제가 받을 타격은 예측하기도 어렵다. 한국 총부채는 사상 처음으로 6500조원을 돌파한 상태다.

반도체를 비롯한 일부 업종과 나머지 부문 간의 성장 격차를 더 벌릴 가능성도 있다. 1분기 소득 하위 20% 이하 가구 여윳돈은 적자였다. 소득은 늘지 않았지만 돈 들어갈 곳이 많아지며 적자폭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상위 20% 실질 흑자액은 345만원이다. 지출이 증가했지만 처분 가능 소득이 더 많이 늘어난 결과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정부의 정책 지원을 끌어내야 하는 이유다. "정책 변수 간 복잡한 상충 관계를 완화하기 위해 정책 수단을 재점검하고, 정부와는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정책 공조를 해나가겠다"는 신 총재의 취임사가 시험대에 오를 듯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기자수첩]기준금리 인상 처방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사등록 2026/06/03 13:00:00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