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가든, 부재 딛고 써내려간 현재진행형…'아팝페'서 증명한 록의 원초적 질감

기사등록 2026/06/01 11:14:20

12년 만에 공연…'언체인드' 김광일 보컬로 합류

5월 30~31일 파라다이스 시티서 열린 '아팝페' 다양성 입증

[인천=뉴시스] 이재훈 기자 = 노이즈가든이 5월31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열린 '아시안 팝 페스티벌 2026'(아팝페)에서 공연하고 있다. 2026.06.01. realpaper7@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뉴시스] 이재훈 기자 = 노이즈가든이 5월31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열린 '아시안 팝 페스티벌 2026'(아팝페)에서 공연하고 있다. 2026.06.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영종도(인천)=뉴시스]이재훈 기자 = 소음이 하나의 견고한 건축물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필시 세상의 매끈한 질서를 거부하는 자들의 치열한 고립으로 지어졌을 것이다. 무질서한 파열음들을 긁어모아 기어이 자신들만의 완벽한 생태계를 일궈낸 밴드 '노이즈가든'의 음악이 그러하다.

지난 5월31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아시안 팝 페스티벌 2026'(아팝페 2026)은 그 거대한 소음의 정원이 단지 신화로 박제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당대의 시간을 맹렬히 관통하고 있음을 목도하는 자리였다. 광란의 사이키델릭이 휘몰아치는 무대 앞 "병주 형 사랑해요"라는 누군가의 절규는 과거의 향수를 향한 퇴행이 아니라 결코 타협하지 않는 원초적 아름다움에 바치는 헌사였다. 유행과 시류 속에서도 결코 마모되지 않는 윤병주 특유의 서늘한 기타 톤과 압도적인 사운드 샤워는,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록의 고유한 질감이 어떻게 시간 속에서 영원을 획득하는지 묵묵히 증명해 냈다.

2014년 단발성 리유니언 이후 무려 12년 만에 기지개를 켠 무대였다. 베이스 김락건, 드럼 함진우와 함께 무대에 오른 윤병주 곁에는, 공연 중반까지 복면을 쓰고 있던 보컬리스트가 있었다. 복면을 벗고 얼굴을 드러낸 이는 밴드 '언체인드'의 보컬 김광일이었다. "저기서 공연을 봐야 하는 사람인데 어리둥절하다"는 그의 말은 몸을 낮춘 겸사였으나, 특유의 카랑카랑하고 날카로운 목소리는 노이즈가든의 육중한 생태계에 새로운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수많은 날들을 겪어온 밴드의 역사에 또 다른 형태의 화학 작용이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인천=뉴시스] 이재훈 기자 = 노이즈가든이 5월31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열린 '아시안 팝 페스티벌 2026'(아팝페)에서 공연하고 있다. 2026.06.01. realpaper7@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뉴시스] 이재훈 기자 = 노이즈가든이 5월31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열린 '아시안 팝 페스티벌 2026'(아팝페)에서 공연하고 있다. 2026.06.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무대는 강렬한 헤비 록과 서정, 폭발하는 노이즈와 트랜스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소음의 정원' 그 자체였다.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여명의 시간' 등 밴드의 대표곡들이 영종도의 밤하늘을 무겁게 찢고 나아갔다. 특히 '기다려'의 후렴구가 울려 퍼질 때, 스크린에는 2016년 세상을 떠난 고(故) 박건의 사진이 떠올랐다. 그것은 영원히 부재하는 이를 향한 애도이자 예우였으나, 동시에 그 침묵과 적막마저 음악의 일부로 끌어안고서 계속 소리를 내겠다는 치열한 '현재진행형'의 선언과도 같았다.

27년 만의 신곡 '파도'를 최근 발매한 노이즈가든은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들만의 미학적 영토를 지켜왔다. 이번 '아팝페 2026' 공연은 타협을 모르는 록 음악 팬들을 위해, 록 마니아들이 바치는 정열과 헌신이 빚어낸 무대였다. 명반으로 통하는 셀프 타이틀 1집이 발매된 지 올해 30주년. 한 장르를 향한 정직하고 묵묵한 걸음이 어떻게 가장 보편적인 감동에 도달하는지, 윤병주와 노이즈가든은 올해 한가운데서 기어이 증명해 냈다. 왜 우리가 록 음악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지, 그 닳지 않는 원초적 에너지를 마주한 밤이었다.
[인천=뉴시스] '아시안 팝 페스티벌 2026' 현장. (사진 =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제공) 2026.06.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뉴시스] '아시안 팝 페스티벌 2026' 현장. (사진 =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제공) 2026.06.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노이즈가든의 이런 존재감은 다양성을 품는, 음악 축제 '아팝페 2026'이라 더 뚜렷했다. 전날과 이날 양일간 열린 이번 '아팝페 2026'엔 노이즈가든과 함께 90년대를 수놓은 밴드 '델리스파이스' 출신 김민규(스위트피) 그리고 록밴드의 거물 '김창완밴드'는 물론 피치트럭하이재커스, 우희준 같은 신인 팀들이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최근 국내 붐이 일고 있는 J-팝 다양성의 원류를 톺아볼 수 있는 라인업도 돋보였다. 일본 시티팝의 출발점으로 통하는 밴드 '슈가 베이브' 출신 오누키 다에코(오누키 타에코), 도쿄 내 인디 라이브 클럽이 몰려 있는 시모키타자와 출신 '시모키타계'(시모키타자와계) 대표 밴드인 '서니 데이 서비스', 일본 포크 앰비언트 싱어송라이터 아오바 이치코 등이 크게 호응을 얻었다. 대만의 세계적인 밴드 '선셋롤러코스터(Sunset Rollercoaster)'는 낭만적인 밤을 선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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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가든, 부재 딛고 써내려간 현재진행형…'아팝페'서 증명한 록의 원초적 질감

기사등록 2026/06/01 11:14:2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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