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부터 로봇까지…시진핑이 "배우라" 한 '세계시장' 이우엔[베이징 리포트]

기사등록 2026/05/31 08:05:11

최종수정 2026/05/31 08:36:42

'세계 최대 도매시장' 이우, 소상품 판매 기반으로 첨단 제품까지 다양

지난해 개장한 국제허브항 통해 물류 역량도 키워

[이우(중국)=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지난 26일 중국 저장성 이우시 국제상무성 1기에 방문객들이 들어서고 있다. 2026.05.31 pjk76@newsis.com
[이우(중국)=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지난 26일 중국 저장성 이우시 국제상무성 1기에 방문객들이 들어서고 있다. 2026.05.31 [email protected]
[이우(중국)=뉴시스]박정규 특파원 = '지마오환탕(雞毛換糖)'. 닭털을 사탕과 맞바꾼다는 뜻이다.

이는 '세계 최대 도매시장'으로 불리는 이우의 정신을 일컫는 말이다. 사탕을 쓸모없어 보이는 닭털로 바꾼 뒤 이를 먼지떨이로 만들어 상품으로 판매한다는 이우 사람들의 거래 기술을 단적으로 표현한 내용이기도 하다.

중국 저장성 내륙의 중소도시에 불과한 이우가 팔지 않는 물건이 없는 도시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된 이유다. 최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성공 사례로 들면서 중국 각 지역에게 발전 경험을 배우라고 한 곳으로도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 26일 오전 저장성 이우시의 이우국제상무성(義烏國際商貿城), 이른바 푸톈시장을 둘러봤다. 1982년에 조성된 1기(1구역)를 시작으로 지난해 10월 개장한 6기까지 이우 시내 중심 800만㎡ 면적에 이어진 국제상무성은 규모만 해도 엄청났다.

8만개 이상의 점포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영업하는 이곳에서 만약 각 점포마다 3분씩 머무른다고 가정하면 전부 돌아보는 데 1년 이상 걸린다는 게 이우국제상무성의 설명이다.

이날 오전 9시께 1기 시장 입구에서는 해외에서 온 바이어들로 보이는 이들이 분주히 시장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중국의 지방 도시임에도 어느 도시 못지않은 국제도시라는 느낌이 떠오를 정도로 공항 도착 때부터 이미 많은 외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이우(중국)=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지난 26일 중국 저장성 이우시 국제상무성의 한 상점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2026.05.31 pjk76@newsis.com
[이우(중국)=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지난 26일 중국 저장성 이우시 국제상무성의 한 상점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2026.05.31 [email protected]
1기는 이우 국제상무성의 첫 시장으로 62만㎡의 면적에 1만500여개 상점이 들어서 있으며 꽃과 장난감, 액세서리, 공예품 등을 주로 판매하는 곳이다. 단추와 실, 바늘 판매로 시작했다는 소상품 판매시장인 이우 시장의 현재가 있게 한 곳이다.

공간 자체가 워낙 큰 데다 오전 시간인 탓에서인지 방문객들이 비교적 많아보이진 않았지만 각 점포들은 이미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불과 몇 평 안 되는 규모의 액세서리 상점에는 각양각색의 제품들이 빽빽이 걸린 가운데 점원들은 부품을 모아 제품을 만들거나 포장에 제품명이 써 있는 스티커를 붙이는 등 저마다 분주하게 손을 놀리고 있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한 찻잔 가게에 들어서니 입구를 제외한 3면 벽장에 갖가지 모양과 무늬의 찻잔들이 빼곡히 진열돼있었다.

맞춤 제작 주문이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해당 가게 사장 리훙쑹씨는 "저희는 100세트 이상만 주문하면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며 자신의 명함에 있는 큐알코드를 등록해 위챗으로 연락하면 주문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우(중국)=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지난 26일 중국 저장성 이우시 국제상무성 1기의 한 상점에서 사장이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2026.05.31 pjk76@newsis.com
[이우(중국)=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지난 26일 중국 저장성 이우시 국제상무성 1기의 한 상점에서 사장이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2026.05.31 [email protected]
또 한 세트에 1만8000원 정도인 찻잔 박스 100개에 새로운 로고를 넣어 베이징에서 받으려면 얼마나 걸릴지를 물었더니 "모레면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일부 액세서리 판매점에서는 각종 액세서리를 착용한 모습을 눈으로 확인해볼 수 있도록 인공지능(AI)를 도입해 각국 언어로 안내하는 곳도 있었다.

지난해 미국과 한바탕 관세 전쟁을 치른 터라 올해 핼러윈 제품 판매 등에 타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한 핼러윈 제품 판매 매장 사장에게 근황을 물었지만 "우리는 주로 중동 고객들이 대상이어서 판매에 별 차이가 없다"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

이렇듯 오프라인 판매를 기반으로 한 기존 소상품 시장이 근간을 받치고 있는 이우 시장은 변화의 흐름에도 발을 맞춰가고 있다.

가장 최근에 개장한 6기는 아직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인지 상대적으로 훨씬 한산했다. 하지만 이곳에선 기존 이우의 소상품 외에도 휴머노이드 로봇과 드론 등 최신 첨단기술 제품들을 판매하는 점포가 눈에 띄는 등 이우 시장의 변모를 좀 더 엿볼 수 있었다.

[이우(중국)=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지난 26일 중국 저장성 이우시 국제상무성 6기에 설치된 모니터에 물류 현황이 실시간으로 비치고 있다. 2026.05.31 pjk76@newsis.com
[이우(중국)=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지난 26일 중국 저장성 이우시 국제상무성 6기에 설치된 모니터에 물류 현황이 실시간으로 비치고 있다. 2026.05.31 [email protected]
6기 시장의 경우 중국중앙(CC)TV가 춘제(春節·중국의 음력 설) 전날 저녁에 방영하는 '춘완(春晩)'의 올해 무대가 됐던 곳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선 6기 시장 건물에 들어가니 대형 모니터 여러 개가 설치돼있었다. 이들 모니터는 AI를 활용해 각 국가별 제품 수출 현황 통계를 비롯해 물류 유통 데이터를 전 과정에 걸쳐 살펴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또 일부 국가들의 물류 창고를 실시간 모니터를 통해 지켜볼 수 있다.

이용자들의 데이터나 요구사항 등을 AI를 통해 전 과정에서 활용해 판매에 적용할 수도 있도록 했다.

특히 6기 건물 4층에는 위수커지(宇樹科技·유니트리)를 비롯한 각종 로봇 판매 매장들을 비롯해 이항(億航) 등 무인기 관련 매장과 각종 첨단 기기를 전시·판매하는 점포들이 늘어서 있었다. 6기 매장들의 경우 기존에 장사를 통해 돈을 번 이들의 2∼3세들이 이곳에서 매장을 차린 경우들이 많다는 게 시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위수커지에 들어서니 올해 CCTV 춘완 공연에서 등장해 무예 공연을 선보였던 휴머노이드 로봇 G1을 비롯해 R1과 로봇개 등 여러 로봇들이 진열돼있었다.

[이우(중국)=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지난 26일 중국 저장성 이우시 국제허브항에서 컨테이너가 트럭에 적재되고 있다. 2026.05.31 pjk76@newsis.com
[이우(중국)=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지난 26일 중국 저장성 이우시 국제허브항에서 컨테이너가 트럭에 적재되고 있다. 2026.05.31 [email protected]
해당 로봇들 중 G1의 가격을 물어보니 10만∼30만 위안(약 2200만∼6700만원) 정도에 판매하고 그보다 저렴한 R1의 경우 4만∼9만 위안(약 900만∼2000만원)에 판매한다고 했다.

점원은 "올해 4월에 문을 열었는데 상인들이 이곳에 와서 구경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며 제품 홍보 차원에서도 매장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그간 소상품의 중심지였던 이우 시장이 첨단 제품으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우의 물류도 진화하고 있다.

그동안 이우의 제품 통관은 인근 상하이나 닝보 등을 거쳐 이뤄졌는데 지난해 이우 국제허브항이 개항하면서 통관이 빨라지고 이우의 물동량도 크게 증가했다.

이우 국제허브항은 서해와 맞닿아있는 닝보저우산항과 이우 소상품 무역허브를 연결하는 해륙 복합운송허브로 이를 통해 이우 수출입 기업의 물류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66만 TEU인 물동량 처리 규모를 2035년에는 115만 TEU, 2045년에는 166만 TEU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우(중국)=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지난 26일 중국 저장성 이우시 국제허브항에서 무인 컨테이너 트럭이 지나가고 있다. 2026.05.31 pjk76@newsis.com
[이우(중국)=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지난 26일 중국 저장성 이우시 국제허브항에서 무인 컨테이너 트럭이 지나가고 있다. 2026.05.31 [email protected]
이름은 국제허브항이지만 내륙에 있는 이곳에 들어서니 넓은 면적에 수많은 컨테이너들이 켜켜이 쌓여 운송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엄청난 물동량에 비해 보이는 직원은 굉장히 드문 편이었다. 대신에 운전석에 사람이 없는 채로 운행하는 무인 컨테이너 트럭들이 오가는 등 상당한 수준의 자동화 시스템이 적용된 상태였다.

이처럼 단추 같은 소상품 판매로 시작한 이우의 무역은 이제 세계의 중심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다른 지방정부들을 향해 이우를 배우라고 할 정도다.

과거 저장성·상하이시 당서기를 지냈던 시 주석은 재직 시절 이우를 12차례나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어 주석 신분인 2023년에도 이우를 찾아 대외무역에 대한 관심을 내비쳤다.

특히 지난달 시 주석은 이우시의 발전 사례를 콕 집어 배울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당시 "이우의 소(小)상품이 큰 시장을 개척하고 큰 산업을 이뤄 '이우 발전 경험'을 형성했다"며 "이는 지역 특성에 맞는 현(縣·중국 행정구역) 단위 경제 발전의 성공적인 실천"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각 지역이 자체적인 자원 여건을 바탕으로 기층과 대중의 창의정신을 존중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이우 발전 경험을 더욱 잘 종합하고 잘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글로벌 경기 둔화와 불확실성 속에 중국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 최근 내세우고 있는 서비스업 활성화 및 내수 확대와 관련해 이우가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제시되는 분위기다. 이 같은 최고 권력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이우의 지마오환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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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부터 로봇까지…시진핑이 "배우라" 한 '세계시장' 이우엔[베이징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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