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 연구 바꿔도 된다"…과기부, 줄 세우기 평가제 전면 혁파

기사등록 2026/05/31 12:00:00

최종수정 2026/05/31 13:00:23

역대 최대 35.5조 R&D 예산 확충…18년 난제' 예타와 PBS도 전격 철폐

석·박사 장학금 확대 등 '韓 스타이펜드' 안착…'K-문샷'으로 도약 조준

출연연 인위적 감축 우려 전면 일축…연내 '과제 변경·수월 평가' 도입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연구개발(R&D) 환경이 매우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기존 평가 방식으로는 우리 연구계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가변적이고 융통성 있게 제도가 움직여야 한다. 현행 법 체계 안에서 이 부분을 어떻게 녹여낼지 고민 중이다. 늦어도 내년 초에는 구체적 방안이 나온다."

정부가 연구 현장의 평가 방식을 전면 개편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장기 연구 과제의 중간 변경을 허용하는 '피버팅' 제도를 도입한다. 그동안 연구 현장의 발목을 잡던 줄 세우기식 등급 평가도 없앤다.

유연한 평가 체제 전환과 함께 인공지능(AI)도 연구에 적극 결합한다. AI를 활용해 연구 효율성을 극도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AI 기반 과학기술로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는 'K-문샷' 프로젝트도 본격화한다. 이를 통해 세계 5대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복안이다.

'18년 난제' 예타 폐지하고 PBS 전격 종식…연구 현장 활력 제고

31일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지난 1년 간의 핵심성과에 따르면 그간 정부 과학기술 정책의 핵심 축은 '도전적 R&D 생태계로의 회복과 정상화'였다. 전년 대비 20%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5000억원의 R&D 예산을 편성하며 과학기술계 지원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과학기술 발전의 근간이 되는 기초연구 예산 역시 전년 대비 17% 늘어난 2조7400억원을 투입했고, 이를 통해 신규 과제 수를 기존 3772개에서 7022개로 두 배 가까이 대폭 확대했다.

가장 주목받는 성과는 연구 현장의 오랜 숙원이었던 규제와 관행의 과감한 철폐다. 정부는 도입 18년 만에 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를 전격 폐지했다. 이로 인해 사업계획서 제출부터 예산 배분 및 조정까지 통상 2년 이상 걸리던 기간이 5개월로 획기적으로 단축됐다. 기술 변화 주기가 극도로 짧아진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상황에서 적기에 연구에 착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닦은 셈이다.

과도한 수주 경쟁을 유발해 연구원들을 '인건비 따오기 경쟁'으로 내몰았던 연구과제중심제도(PBS) 제도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연구비 자율사용 비목(10%)이 신설되고, 간접비 규정이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됐으며, 2171개에 달하던 행정 서식은 154개로 90% 이상 간소화됐다. 연구자들이 행정 부담에서 벗어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쳤다는 분석이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과학장학생·올림피아드 대표단 친수 및 간담회(미래 과학자와의 대화)에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2026.02.05.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과학장학생·올림피아드 대표단 친수 및 간담회(미래 과학자와의 대화)에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2026.02.05. [email protected]

'한국형 스타이펜드' 신설…이공계 대학원생 안정적 연구 환경 조성

미래 과학기술을 이끌 인재 유출을 막고 이공계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장학제도 개편도 본격화됐다. 이재명 정부는 석사우수장학금 수혜자를 기존 1000명에서 1625명으로 60% 확대하고, 박사우수장학금을 올해 최초로 신설해 1000명의 대학원생에게 혜택을 부여했다.

이는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생계 걱정 없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정액 지원을 보장하는 이른바 '스타이펜드(연구생활장학금)' 제도의 일환이다. 안정적인 연구 여건이 갖춰지면서 올해 상반기에만 해외 우수 인재 200여명을 국내로 유치하는 성과로도 이어졌다.

정부는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인위적 구조조정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그은 상태다. 지난달 대통령의 "연구 안 하는 지원 인력이 많다"는 발언 이후 현장의 불안감이 고조됐으나, 과기정통부는 자체 조사 결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속 출연연의 연구 지원 인력은 17% 수준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인위적인 조직 통폐합이나 인력 감축 대신, 현장의 처우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역량을 유연하게 묶는 방식을 취하겠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인 것으로 읽힌다.

지난 정부에서 R&D 예산 삭감이라는 거대한 폭풍을 겪었던 만큼 학계와 연구 현장에서는 지난 1년 간의 R&D 정책을 두고 '회복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예산 확충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연구자의 발목을 잡던 구조적 걸림돌을 걷어내는 데 주력했다는 점에서 정책 효용성이 높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총리 부처 격상 시너지…'K-문샷' 등 글로벌 기술 패권 도약 시동

부총리 부처 격상에 따른 행정적 시너지도 가시화됐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는 실질적인 범부처 조정·협력 플랫폼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그간 각 부처별로 산발적으로 운영되어 온 기술관리체계를 통합 정비하는 한편, 전 부처의 AI 전환(AX)을 전방위로 지원하는 명실상부한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1년이 R&D 생태계를 정상 궤도로 되돌리고 기초 체력을 회복하는 '안정화'의 시기였다면, 향후에는 글로벌 탑티어 도약을 위한 '기술 주권 확보'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정부는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맞춰 연구 관리 방식을 유연하게 대전환할 계획이다. 5년짜리 장기 연구 과제라도 중간에 기술 환경이 바뀌면 연구 내용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피버팅(과제 변경)'을 허용하고, 줄 세우기식 등급 평가에서 벗어나 연구를 진작시키는 '수월성 위주 평가 시스템'을 이르면 올해 말 도입한다.

정부는 AI 기반으로 과학기술 연구 생산성을 대폭 확대하고 국가적 미션을 해결하기 위한 'K-문샷 프로젝트'에 본격 착수했다. 향후 미션별 구체적인 마일스톤을 제시하고 반도체, 소형모듈원전(SMR), 휴머노이드, 양자, 바이오 등 미래 국가 생존을 좌우할 전략 분야에서 대형 성과를 창출해 세계 5대 과학기술 강국으로 진입하겠다는 포부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과기정통부는 우리의 내일을 준비하는 부처다. 과학기술 5대 강국을 향한 과학기술 혁신과 인재 양성에 흔들림 없이 매진하겠다"며 "국가적 난제를 해결할 K-문샷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도전적 임무 지향적인 연구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넥스트 AI 시대를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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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연구 바꿔도 된다"…과기부, 줄 세우기 평가제 전면 혁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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