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피비갤러리서 한국 첫 개인전
"예술은 멈출 수 없는 행위…늘 작업중"
자화상 같은 피노키오·시 드로잉 신작 공개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짐 다인(Jim Dine) 작가가 28일 서울 종로구 피비갤러리(PIBI GALLERY)에서 개인전 'My Words & Pinocchio'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피노키오 신작 드로잉·조각, 시 드로잉, 그리고 현장 wall drawing을 선보인다. 2026.05.28.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28/NISI20260528_0021300132_web.jpg?rnd=2026052814575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짐 다인(Jim Dine) 작가가 28일 서울 종로구 피비갤러리(PIBI GALLERY)에서 개인전 'My Words & Pinocchio'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피노키오 신작 드로잉·조각, 시 드로잉, 그리고 현장 wall drawing을 선보인다. 2026.05.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나는 평생 피노키오와 함께 걸어왔다.”
91세 미국 현대미술 거장 짐 다인(Jim Dine)은 서울 전시장 벽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I have walked with him my whole life.”
검게 문질러진 단어들 사이로 긴 코의 피노키오는 늙어가는 인간의 초상처럼 떠올랐다.
서울 삼청동 피비갤러리(PBG)에서 열린 개인전 ‘My Words and Pinocchio’. 전시장에는 붉은 피노키오 조각과 거대한 텍스트 드로잉, 시처럼 흩어진 단어들이 뒤엉켜 있었다. 동화 속 캐릭터는 사라지고, 대신 불완전한 인간과 늙어가는 예술가의 자화상이 남았다.
이번 전시는 피비갤러리가 지난해 프리즈 서울에서 짐 다인의 신작을 선보인 이후 마련한 한국 첫 개인전이다. 짐 다인은 60여 년 동안 회화, 드로잉, 조각, 시, 사진, 퍼포먼스, 판화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온 미국 현대미술의 거장이다.
그는 하트, 가운, 공구 같은 반복적 이미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번 전시는 그의 작업 세계를 지탱해온 ‘쓰기(write)’와 ‘그리기(draw)’에 집중한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짐 다인(Jim Dine) 작가가 28일 서울 종로구 피비갤러리(PIBI GALLERY)에서 개인전 'My Words & Pinocchio'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피노키오 신작 드로잉·조각, 시 드로잉, 그리고 현장 wall drawing을 선보인다. 2026.05.28.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28/NISI20260528_0021300133_web.jpg?rnd=2026052814575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짐 다인(Jim Dine) 작가가 28일 서울 종로구 피비갤러리(PIBI GALLERY)에서 개인전 'My Words & Pinocchio'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피노키오 신작 드로잉·조각, 시 드로잉, 그리고 현장 wall drawing을 선보인다. 2026.05.28. [email protected]
28일 전시장에서 만난 짐 다인은 피노키오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자신의 삶과 예술을 설명하는 “은유”라고 말했다.
“시를 쓰는 일과 피노키오를 그리는 일은 다르지 않다. 모두 같은 곳에서 나온다.”
그는 여섯 살이던 1941년, 어머니와 함께 디즈니 애니메이션 ‘피노키오’를 처음 본 기억을 떠올렸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고 당나귀 귀가 생기는 장면은 어린 소년에게 강렬한 공포로 남았다.
“작은 소년에게 그것은 무섭고도 인상적인 이야기였다.”
성인이 된 그는 한 철물점에서 1941년 제작된 피노키오 인형을 우연히 발견했다. 실제 옷을 입고 있던 그 인형을 구입해 오랫동안 작업실 선반 위에 두었고, 시간이 흐른 뒤 자연스럽게 피노키오를 작업 속으로 끌어왔다.
짐 다인은 “피노키오는 결국 인간이 되어가는 존재”라며 “그 여정 자체가 예술의 메타포”라고 설명했다.
“처음엔 나무 조각이었던 존재가 인간이 되어간다. 우리가 연필을 들어 그림을 그리는 순간 역시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된다.”

Jim Dine, Pinocchio #2, 2026, Acrylic, pastel and charcoal on paper, 152 X 140 cm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피노키오 이야기가 단순한 어린이 동화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피노키오는 발이 불에 타고, 코가 길어지고, 당나귀 귀가 생기는 수많은 시련을 겪는다. 결국 인간이 되어가는 이야기다. 인간이 더 높은 단계에 이르기 위해 겪어야 하는 고통의 서사다.”
이어 “삶의 역경과 두려움, 인간 존재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며 “기독교적 서사와도 연결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시와 드로잉이 결합된 작업들이다. 짐 다인은 지난 50여 년 동안 12권 이상의 시집을 출간한 시인이기도 하다. 전시장에는 검은 목탄과 거친 붓질로 쓰인 문장들이 회화처럼 펼쳐져 있다.
그는 “글과 이미지는 같은 대상”이라고 말했다.
“시는 읽는 문장이 아니라 보는 언어다.”
짐 다인에게 예술은 결국 손으로 생각하고, 몸으로 기억하는 행위였다.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짐 다인이 서울 피비갤러리 전시장 벽면에 직접 남긴 wall drawing. “나는 평생 피노키오와 함께 걸어왔다(I have walked with him my whole life)”라는 문장을 중심으로, 피노키오를 인간의 결핍과 고통, 성장의 은유로 풀어낸 작가의 선언적 문장이 펼쳐진다. 짐 다인은 피노키오를 “끝내 인간이 되어가는 존재”이자 자신의 또 다른 자화상이라고 설명했다. 2026.05.28.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5/28/NISI20260528_0002147501_web.jpg?rnd=20260528161628)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짐 다인이 서울 피비갤러리 전시장 벽면에 직접 남긴 wall drawing. “나는 평생 피노키오와 함께 걸어왔다(I have walked with him my whole life)”라는 문장을 중심으로, 피노키오를 인간의 결핍과 고통, 성장의 은유로 풀어낸 작가의 선언적 문장이 펼쳐진다. 짐 다인은 피노키오를 “끝내 인간이 되어가는 존재”이자 자신의 또 다른 자화상이라고 설명했다. 2026.05.28.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어린 시절 난독증으로 읽고 쓰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학교에서는 글자들이 뒤집혀 보였고, 긴 소설을 끝까지 읽는 일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그는 시를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벽에 직접 단어를 크게 써 내려갔다. 위에서 아래로 단어를 적고, 지우고, 다시 덧붙이며 배열했다.
“콜라주처럼 단어를 재배열했다.”
그래서 그의 시는 읽는 언어라기보다 ‘보는 언어’에 가까워졌다. 검게 긁힌 목탄의 흔적과 반복되는 단어들은 화면 안에서 이미지처럼 떠다닌다. 이번 전시에서도 시 드로잉은 회화와 경계를 나누지 않는다. 손으로 밀고 긁고 문지른 흔적들은 화면 위에 그대로 남아, 짐 다인 특유의 육체적 감각과 시간을 드러낸다.
그는 “지금은 책 읽기에 훨씬 자신감이 생겼다”고 웃었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 감각 역시 그 결핍에서 시작됐음을 인정했다.
그에게 난독증은 장애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예술적 감각의 출발점이었다.
그의 시 원고와 자료들은 미국 예일대학교 베이네키 희귀본 및 필사본 도서관(Beinecke Rare Book & Manuscript Library)에 소장돼 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짐 다인(Jim Dine) 작가가 28일 서울 종로구 피비갤러리(PIBI GALLERY)에서 개인전 'My Words & Pinocchio'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피노키오 신작 드로잉·조각, 시 드로잉, 그리고 현장 wall drawing을 선보인다. 2026.05.28.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28/NISI20260528_0021300135_web.jpg?rnd=2026052814575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짐 다인(Jim Dine) 작가가 28일 서울 종로구 피비갤러리(PIBI GALLERY)에서 개인전 'My Words & Pinocchio'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피노키오 신작 드로잉·조각, 시 드로잉, 그리고 현장 wall drawing을 선보인다. 2026.05.28. [email protected]
짐 다인은 뼛속까지 예술가였다. 자신을 두고 “예술가로 태어난 사람”이라고 말했다.
“컴퓨터도 잘 못 쓰고 운전도 서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손으로 만드는 일뿐이다.”
두 살 때 이미 자신이 예술가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어린 시절에는 스스로를 “멍청한 아이”라고 생각했지만, 작업을 하면서 비로소 자신의 존재 이유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의 작업은 “보는 행위”에서 시작된다. 1970년대에는 회화를 멈추고 약 5년 동안 스튜디오에 틀어박혀 매일 모델 드로잉만 반복했다.
“1년에 열 점 정도밖에 그리지 않았다. 계속 지우고 수정하면서 손과 눈을 훈련했다.”
너무 오래 바라보는 탓에 모델들이 견디지 못하고 떠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끝없이 보는 훈련”을 통해 손이 눈을 따라가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본 것을 잊지 않는다”고 했다. 서른다섯 살 때 느꼈던 감정까지 지금도 기억하고 있으며, 그 기억들이 현재의 그림 속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 기억 위에서 지금의 피노키오는 탄생했다. 젊은 시절보다 더 늙고, 결핍이 많은 더 인간적인 피노키오다.
“처음 피노키오를 그렸을 때 나는 어린 소년이었다.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더 많이 알고 있다.”
그는 웃으며 덧붙였다.
“다음에 그릴 피노키오는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다.”
그에게 작업은 이미 습관을 넘어 삶의 본능에 가까웠다. 그는 예술을 “멈출 수 없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 요청이 없었더라도 나는 여전히 작업을 했을 것이다. 그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작업은 내게 하나의 말하기 방식이다.”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미국 현대미술 거장 짐 다인(Jim Dine)이 서울 종로구 피비갤러리 전시장에서 12년 전 제작한 대형 목조 피노키오 조각의 팔을 붙잡은 채 활짝 웃고 있다. 2026.05.28.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5/28/NISI20260528_0002147491_web.gif?rnd=20260528161208)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미국 현대미술 거장 짐 다인(Jim Dine)이 서울 종로구 피비갤러리 전시장에서 12년 전 제작한 대형 목조 피노키오 조각의 팔을 붙잡은 채 활짝 웃고 있다. 2026.05.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91세의 거장에게 예술은 직업 이전에 존재 방식이었다. 그는 “나는 떨리거나 불안하지 않다”고 웃었지만,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건 늘 긴장을 안고 가는 일이라고 했다.
부산과 서울을 여러 차례 찾았던 그는 “한국어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받아들이는 것은 대부분 시각적인 것들”이라며 “그래도 계속 한국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장 한복판에 선 붉은 피노키오는 어느 순간 짐 다인 자신의 모습처럼 보였다.
긴 코의 나무 인형은 지금도 인간이 되어가는 중이었다.
전시는 7월 4일까지. 관람은 무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