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심업 '등록제' 없애고 '허가제'로 진입장벽 높인다…추심업체 911개→30개 재편

기사등록 2026/05/28 15:00:00

포용금융 대전환 속도…'자본금 30억·금융사 50% 출자·전문인력 20명' 요건 강화

하나금융, 2030년까지 16조원 공급…내달 중저신용자 특화 대출 출시, 2000억 채권 소각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6.05.21.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6.05.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금융위원회가 금융 시스템을 포용적 금융 생태계로 재설계하기 위해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을 전격 출범한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와 금융 시스템, 신용평가 체계 전반에 포용금융 기조를 전방위로 내재화하는 한편, 그동안 취약 채무자에게 고통을 안겼던 연체채권 매입추심업에 대한 진입 장벽과 규제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법과 제도의 구조적 한계 극복…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 출범

금융위는 28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신용회복위원회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포용적 금융 대전환 5차 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회의는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의 운영 방향과 매입채권추심업 허가제 전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새정부 출범 이후 새도약기금과 신용사면 등을 통해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려난 금융 소외계층을 신속하게 구제해 왔다"며 "이제는 반복되는 구조적 원인을 점검하고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 현장에 정착시켜야 할 단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간 인터넷은행 도입, 중금리 대출 활성화 등 여러 정책적 노력이 있었으나 과거 이력에만 치우친 신용평가 체계와 서민금융기관의 역할 미흡 등 구조적 한계가 여전하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을 구성하겠다"고 밠혔다.

추진단은 '더 넓게 듣고, 더 깊게 보며, 더 투명하게 운영한다'는 원칙 하에 다음달 현장 대토론회를 시작으로 본격 가동되며, 조율이 완료된 과제부터 순차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금융사 내 ‘포용금융 최고책임자' 도입…신용평가 개편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은 감독총괄·정책서민·금융산업·신용인프라 등 4개 분과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들은 금융사의 공적 역할과 제도적 제약 요인, 건전성 감독 등 전 영역에서 금융 소외의 원인을 규명하고 제도 개선을 이끌어낼 방침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감독총괄분과가 추진하는 금융사 내부 시스템 개편이다. 포용금융이 금융시장 전반에 안착할 수 있도록 금융사 내에 포용금융 최고책임자(CIFO)를 지정하도록 유도하는 등 금융사 지배구조 변화를 꾀한다. 금융산업분과는 과거 외환위기(IMF)와 카드사태 이후 건전성 위주로만 짜인 현행 감독 체계가 오히려 금융 소외를 야기했다는 지적을 수용해, 건전성 규제 전반을 재검토하고 인터넷은행과 상호금융의 포용금융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신용인프라분과는 신용평가 체계를 포용금융에 맞게 개편한다. 연체 정보 활용 기준과 비금융 정보 활용 체계를 정비해, 신용평가가 과거 이력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재 시점의 상환 능력과 의지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추진단은 정책의 시장 수용도를 높이기 위해 참여자의 범위를 정부와 금융사뿐 아니라 학계, 전문가, 시민단체, 현장 실무자까지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매입채권추심업체, 진입장벽 대폭 높여 '허가제'로 전환

그동안 취약 채무자에게 장기·과잉 추심을 일삼아 사회적 병폐로 지목됐던 매입채권추심업을 뿌리 단계부터 개선한다. 이 위원장은 "매입채권추심업이 채권 회수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대신 채무자 보호 가치를 내재화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단계부터 바꾸겠다"며 고강도 구조조정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사실상 무분별한 진입이 가능했던 기존 '등록제'를 전격 폐지하고, 일반 채권추심업과 동일한 '허가제'로 전환한다. 앞으로 매입채권추심업을 영위하려면 금융사가 50% 이상을 출자해야 하며, 자본금 요건도 30억원 이상 보유해야 한다. 대주주의 출자 능력과 재무 상태, 사회적 신용도 역시 엄격한 심사 대상에 오른다.

인적·물적 요건도 대폭 강화된다. 매입채권추심회사는 전문 인력을 포함해 20명 이상의 상시 고용 인력을 유지해야 하며, 채무자의 민감 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전산 보안 설비를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채무자와의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대출 및 대출중개 업무 겸영은 전면 금지된다. 다만 부실채권(NPL) 유동화나 인수한 부실채권의 보전·처리를 위한 필수 부대 업무는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현재 영업 중인 기존 매입채권추심업자에 대해서는 허가 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3년간 전환 유예기간을 부여한다. 만약 유예기간 내에 허가를 취득하지 못하면, 해당 업체가 보유한 연체채권은 기간 종료 후 6개월 이내에 다른 금융사나 허가받은 추심업자에게 매각해야 한다. 당국은 이를 통해 기존 911개에 달하던 매입채권추심업체가 30여개로 간소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 16조 규모 맞춤형 포용금융 이행…2000억 채권 소각

이날 회의에서는 민간 금융사의 현장 이행 모범 사례도 소개됐다. 이승열 하나금융지주 지속성장부문 부회장은 '하나금융 3대 현장 맞춤형 포용금융 이행 방안'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총 16조원 규모의 포용금융을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우선 중·저신용자 및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내달 중 2조원 규모의 '하나원큐중금리대출'과 1조원 규모의 '하나더소호 성공사다리대출'을 출시한다.

또한 취약계층의 금융 자립을 돕기 위해 장기 연체채권에 대한 자체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하나금융은 다음달부터 연체자의 일상 회복과 신속한 재기 지원을 목적으로 2000억원 규모의 연체채권을 선제적으로 소각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대안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체계 고도화, 청년 3만명 대상 '청년지킴이 전세사기 보장보험' 무료 제공, '하나미소금융재단' 1000억원 추가 출연 등 포용금융 프로그램을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이 위원장은 "포용금융이 일시적인 시혜성 대책에 그치지 않고, 금융회사와 시스템 내부에서 지속가능하게 작동하는 구조가 되도록 추진단을 중심으로 제도화해 나가겠다"며 금융권의 적극적인 동참을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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