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감시 체제 수출에 진심인 중국

기사등록 2026/05/28 10:45:00

마오쩌뚱 시대 '펑차오 경험' 시진핑이 부활

첨단 기술과 결합한 주민 상호 감시 체제

낮은 범죄율 내세워 '선진 치안 모범' 선전

정치적 반대 의견 탄압에 빈번히 동원

정권 안보 중시하는 권위주의 국가들 환영

[베이징=신화/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23년 11월6일 베이징에서 지역사회 수준의 통치를 추진하기 위한 '펑차오 경험'을 적용한 기관·단체 대표들과 인사하고 있다. 중국이 펑차오 경험 방식의 주민 감시체제 수출에 적극적이다. 2026.5.28.
[베이징=신화/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23년 11월6일 베이징에서 지역사회 수준의 통치를 추진하기 위한 '펑차오 경험'을 적용한 기관·단체 대표들과 인사하고 있다. 중국이 펑차오 경험 방식의 주민 감시체제 수출에 적극적이다. 2026.5.28.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중국이 제3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정권 안보에 필요한 장비와 전술, 사고방식을 수출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중국에서 5000km 떨어진 남태평양 솔로몬 군도에서 중국 경찰관들이 중국에서 시행되는 주민 감시 제도를 도입하려 시도한 사례를 소개하는 기사에서 그같이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동맹국들에 미군을 투입할 것을 약속하는 동맹조약을 제공하는 반면 중국 정부는 국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장비와 전술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방식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의 많은 권위주의 국가 및 취약한 민주주의 국가들에게 호소력을 가진다.

이 나라들은 국내의 정권 안보에 대한 위협을 외부 군사 위협보다 더 중시한다.

‘펑차오 경험’

중국 경찰이 솔로몬제도의 파이터 원(Fighter One)이라는 조용한 마을에 나타나 주민들을 모아놓고 주민 안전을 지키는 시스템을 제안했다.

각 가구 구성원의 이름, 주소, 생년월일을 기재한 카드를 작성하고 손가락과 손바닥 지문을 채취하도록 권고했다.

술에 취한 젊은이들이 마을에 나타나 소란을 피우는 것을 단속해달라는 마을 주민들의 요청에 현지에 파견된 중국 경찰이 제시한 대응방안이다.

법적으로 미심쩍은 중국 경찰의 제안은 솔로몬 제도와 주변국의 비판을 받은 끝에 결국 채택되지 않았다.

중국의 솔로몬 제도 치안 활동은 광업 등 중국 사업체의 성장, 그리고 중국의 해외 이익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이 노력은 단순히 기술과 치안 전술에 관한 것이 아니라, 국가 통제를 중심에 놓는 이념을 확산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 경찰이 파이터 원 마을에 제시한 방법은 마오쩌뚱 시대 ‘펑차오경험’에서 유래한 것이다. 1960년대 초 문화혁명 초기 중국 저장성 펑차오진에서 처음 시작된 주민 감시체제다.

지주, 부자, 반혁명분자 등 이른바 ‘4류 분자’를 처벌할 때 중앙 경찰이 체포하는 대신 지역 주민들을 동원해 자체적으로 감시, 사상 교육, 개조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당시 마오쩌뚱이 펑차오 경험을 대중 노선에 기반한 훌륭한 치안 모델이라고 극찬했었다.
 
한동안 잊혔던 펑차오 경험은 시진핑 체제 들어 핵심 통치 표어로 부활했다. 시진핑은 “신시대 ‘펑차오 경험’을 견지, 발전시켜야 한다”며 이를 사회 거버넌스의 핵심 모델로 삼았다.

시진핑의 펑차오 경험은 마오쩌뚱 시대의 폭력적 사상 개조와는 다르다. 주로 기층 사회의 갈등을 사전에 자치적으로 해결하도록 유도하고 디지털 및 첨단 기술과 결합해 주민들이 서로를 감시하고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당국에 즉각 보고하도록 하는 형태로 변화했다.

이를 두고 중국 당국은 선진적 사회 거버넌스라고 홍보하지만 국제 사회 일부에서는 ‘주민 상호 감시 시스템’으로 법치주의를 우회해 인권 침해를 정당화하는 통제 수단이라고 비판한다.

펑차오 경험의 부활은 공산당에 대한 도전을 싹부터 자르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중국에서 펑차오 경험이 부활한 사례 중 하나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주민 상호 감시 체제다. 중국 공안이 아파트 거주자들을 안보 위협 가능성을 기준으로 분류해 색코드로 표시하는 식이다.

모범 경찰국가

중국은 스스로를 다른 나라들이 본받을 만한 치안의 모범으로 내세우며, 낮은 강력 범죄율을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방대한 치안 기구는 정치적 반대 의견을 탄압하는 데 빈번히 동원된다.

처음부터 모든 시민에게는 거주지를 제한하는 호적 등록 카드가 부여된다. 국내 이동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늘어나는 감시 카메라 네트워크에 의해 감시되며, 이 카메라들은 얼굴뿐 아니라 걸음걸이까지 인식할 수 있다.

한때 반정부 기운이 강했던 신장 서부 지역 같은 중국 내 지역에서는 수백만 명의 위구르인이 DNA 샘플, 홍채 스캔, 음성 패턴 샘플 채취를 포함한 생체 정보 수집의 대상이 됐다.

중국 공산당 입장에선 이 모든 것들이 필수적이다. 공산당은 자신의 정당성이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본다.

비슷한 성향의 정부를 가진 나라들은 중국의 지원을 받아 권력을 지키는 것을 환영해왔다.

또 럼 베트남 국가주석이 최근 중국을 방문했을 때 양국은 "정치적 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 시는 럼에게 자신들이 "공산당의 집권 지위"를 지키는 데 공동의 이해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와는 지난달 "외부 침투에 공동으로 저항하고 '색깔 혁명'을 방지"하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색깔 혁명’은 중국 정부가 서방의 음모로 보는 민주주의 운동이나 민중 봉기를 지칭할 때 사용하는 용어다.

개도국 경찰 훈련에 진심

중국은 많은 개발도상국 경찰을 훈련시키고 있다. 미 카네기 국제평화기금의 연구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중국은 적어도 138개국을 대상으로 대테러, 폭동 진압, 국경 통제 등을 포함한 훈련을 900회 가까이 실시했다.

시나 체스트넛 그레이턴스 텍사스 오스틴대 교수는 "중국이 세계 안보의 기준과 그 기준을 가장 잘 제공하는 나라가 어디인지를 다시 쓰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또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태평양 섬나라인 바누아투, 키리바시의 경찰에 자국 경찰관을 심어놓았다. 2011년에는 에콰도르에 수천 대의 감시 카메라를 제공해 그 나라 국내 정보기관이 정치적 반대 세력을 더 잘 감시할 수 있게 했다.

2016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찰 특수 부대를 훈련시켰으며, 이 부대는 나중에 당시 대통령 제이컵 주마의 정치적 라이벌을 협박하고 암살하는 데 투입됐다.

솔로몬 제도에서의 실험

솔로몬 제도 정부는 지난 2019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대만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던 가난한 말라이타 섬 주민들이 지난 2021년 수도 호니아라에서 중국인 공동체를 공격하는 유혈 폭동을 일으켰다. 100년 전에 솔로몬 제도에 진출한 중국인들은 전체 주민 17만 명의 2%도 안 되지만 이 나라의 경제를 장악하고 있다.

이 소요 사태를 계기로 솔로몬 제도 정부가 중국과 안보 협정을 체결했다.

양측은 협정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유출된 발췌문에 따르면 솔로몬 제도가 사회 질서 회복과 이 나라의 중국인 및 중국 사업체 보호를 위해 중국에 "경찰, 무장 경찰, 군 병력 및 기타 법집행·무장 병력" 파견을 요청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중국은 지난 2022년 솔로몬 왕립 경찰에 경찰을 파견했다. 또 방탄조끼, 방패, 헬멧, 방호복과 장갑 등 150만 달러 상당의 폭동 진압 장비를 기증했다.

솔로몬 제도 정부 웹사이트의 사진들에 중국 경찰이 현지 경찰에게 경찰봉과 대폭동용 포크(피의자를 제압하기 위한 U자형 쇠갈고리가 달린 쇠스랑 길이의 중국식 진압 장비) 사용법을 훈련시키는 모습이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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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감시 체제 수출에 진심인 중국

기사등록 2026/05/28 10:45: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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