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5대 손보사 차보험 461억 적자
과잉진료 제한 '8주룰' 이해충돌에 지연
![[서울=뉴시스]](https://img1.newsis.com/2025/02/17/NISI20250217_0001772025_web.jpg?rnd=20250217163208)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인천에 사는 운전자 A씨는 2024년 10월 초등학교 후문에서 후진하던 중 뒤쪽에서 차를 돌리는 차량의 측면을 추돌하는 접촉사고를 냈다. 차량 수리에 들어간 대차 견적은 245만원 수준. 단순 경상 사고인 만큼 적당한 치료 후 마무리될 줄 알았던 사건은 1년 6개월을 넘긴 현재까지도 진행중이다. 상대 운전자 B씨가 치료를 받은 송도의 한방병원 등에서 초진 2주짜리 염좌 진단 상해에도 불구하고, 4주짜리 추가 진단서를 21회 연속 발행하며 지불보증을 연장하면서다. 그동안 총 지급액은 1017만원으로 이 가운데 약 900만원이 특정 한방병원에 지급되는 등 대부분이 한방진료에 쓰였다. A씨는 "과거 늑골 골절 때도 4주 진단을 받았는데 단순 염좌로 19개월째 치료가 이어지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자동차보험 적자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고물가에 따른 원가 상승과 정부 주도의 제도성 할인 특약이 누적된데다, 고질적인 과잉진료 누수를 막아줄 제도 개선안이 이해관계 충돌 속에 표류하면서 손해보험업계의 부담은 지속될 전망이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5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자동차보험 합산 손익은 461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흑자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회사별로는 KB손보가 249억원 손실로 적자 폭이 가장 컸고, 현대해상 140억원, 삼성화재 9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메리츠화재 역시 64억원 적자를 냈으며, DB손보만 유일하게 88억원 흑자를 유지했다.
손보사들은 올초 약 5년만에 보험료를 평균 1.3~1.4%가량 인상했지만, 구조적인 손해율 악화 요인이 이어지면서 지난달에도 5대 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손실 구간인 84.7%를 기록했다
업계는 올해 자동차보험 원가 상승률을 약 4% 수준으로 보고 있다. 정비수가와 진료비, 사고 건수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다. 이를 단순 적용하면 올해 자동차보험 적자는 1조2000억원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 중인 5부제 할인 특약 영향까지 반영할 경우 적자 규모는 1조4000억원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이는 최근 10년 내 최악이었던 2019년 적자 규모(1조6445억원)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업계가 가장 민감하게 보는 변수는 경상환자의 과잉진료 개선안이다. 해당 제도는 경미한 자동차사고 환자가 8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을 경우 추가 치료 필요성을 입증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경상환자 제도 개선은 앞서 2022년부터 논의됐다. 정부는 한방 중심의 자동차보험 누수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2023년 사고 후 4주까지는 별도 입증 없이 치료가 가능하되, 이후에는 추가 진단서를 제출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한의원 중심으로 추가 진단서가 사실상 무제한 발급되면서 제도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에 정부는 추가 보완책을 담은 2차 개선안인 이른바 '8주룰'을 마련했고, 현재 대통령령 개정안까지 입법 절차를 마친 상태다.
당초 올해 1월 시행이 거론됐지만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 등을 남겨두고 시행 시점은 반복해서 늦춰졌다. 업계에서는 한의사 단체 반발과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권 부담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는 8주룰이 시행될 경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약 3%포인트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대로 시행 지연이 길어질수록 적자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사무금융노조 손해보험본부는 지난 11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민의 보험료 부담 가중을 막기 위한 8주룰의 조기도입을 강력히 촉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일부 나이롱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부당한 보험금 편취로 인해 다수의 선량한 가입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보험소비자 보호를 위해 즉각 개선방안을 이행하라"고 강조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책 일관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자동차보험 적자가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보험료 인상 폭은 제한하고 추가 할인 정책은 확대하면서, 정작 손해율 개선을 위한 제도 개편은 미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자동차보험 적자 규모가 7080억원에 달했지만 올해 초 보험료 인상률은 1% 초반대로 제한됐다. 여기에 지난 4월에는 연간 1200억원 규모의 소비자 부담 완화 효과가 예상되는 '저출산 지원 3종 세트'가 도입됐고, 이달에는 약 2400억원 규모의 보험료 할인 효과가 있는 '5부제 할인 특약'도 시행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험료를 억제하면서 할인 정책까지 확대하는 상황에서 손해율 관리 장치마저 지연되면서 손실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그 부담은 선량한 가입자들의 보험료 인상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