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횡단보도 잠시 벗어나도 건너는 중이면 보행자"…檢 불기소 취소

기사등록 2026/05/26 12:00:00

최종수정 2026/05/26 13:42:24

헌재, '우회전 시 일시정지' 의무 엄격하게 해석

[수원=뉴시스] 횡단보도를 잠시 벗어난 상태에서 길을 건너던 사람을 쳤다는 이유로 '보행자가 아니다'라고 판단해 운전자를 불기소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경찰이 지난해 3월 7일 경기도 수원시 세류동 한 사거리에서 우회전 시 일시정지 의무 위반 차량 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6.05.26. photo@newsis.com
[수원=뉴시스] 횡단보도를 잠시 벗어난 상태에서 길을 건너던 사람을 쳤다는 이유로 '보행자가 아니다'라고 판단해 운전자를 불기소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경찰이 지난해 3월 7일 경기도 수원시 세류동 한 사거리에서 우회전 시 일시정지 의무 위반 차량 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6.05.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승용차가 횡단보도를 잠시 벗어난 보행자를 쳤다는 이유로 '보행자가 아니다'라고 판단해 운전자를 불기소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지난 21일 교통사고 피해자 김모씨가 서울중앙지검의 가해 운전자 박모씨에 대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 불기소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청구를 전원일치로 인용했다고 26일 밝혔다.

김씨는 2024년 1월 31일 오후 2시15분께 서울 서초구 양재역 대로변에 있는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일시정지 없이 우회전해서 진입하던 박씨의 승용차에 치여 전치 6주의 골절상을 입었다.

그러나 검찰은 김씨가 횡단보도 위를 벗어난 지점에서 도로를 건너다 박씨 차량에 부딪혔다는 이유로 박씨를 '공소권 없음'의 불기소 처분했다.

공소권 없음은 소송조건이 결여됐을 때 내려지는 처분으로 쉽게 말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검찰은 "김씨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이 처분으로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다며 2024년 6월 헌재에 이번 심판을 청구했다.

도로 인근 폐쇄회로(CC)TV 사고 영상을 보면 자신은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앞에 서 있고, 설령 자신이 횡단보도를 잠시 벗어났어도 길을 건너던 중이었던 만큼 박씨는 재판에 넘겨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헌재는 김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헌재는 "(보행자가) 외부 요인이나 걸음걸이, 관성 등 우연한 사정 등으로 인해 횡단보도를 약간 벗어난 지점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도 일련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봐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도로교통법상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향하여 뛰거나 걷는 경우, 횡단보도 앞에 서서 주위를 살피면서 횡단보도로 들어서는 경우 등 횡단보도를 통행할 의사가 외부로 나타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따라서 박씨는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검찰의 불기소 처분은 피해자 김씨의 재판절차 진술권과 평등권을 침해했다는 판단이다.

운전자가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 횡단보도 앞에서 반드시 일시정지를 하도록 정한 개정 도로교통법은 2022년 7월 12일 시행됐다.

이번 헌재 결정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약간 벗어났더라도 통행 과정에서 사고가 빚어졌다면 운전자가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취지로, 보행자 보호 의무를 강화한 개정법의 취지를 고려한 조처로 풀이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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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횡단보도 잠시 벗어나도 건너는 중이면 보행자"…檢 불기소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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