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노동운동…삼성전자 노조가 처한 미래는?[삼성發 성과급 쇼크⑥]

기사등록 2026/05/25 06:00:00

최종수정 2026/05/25 06:12:26

'정당한 보상'에만 초점…전통 노조의 '연대' 가치 상실

조직력·전략 부족…"대의원대회 없을 정도로 체계 엉성"

긍정적 결과물 얻었지만…"국민·노동계에 역풍 맞을 것"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잠정 합의된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 위원장, 여명구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이 손을 맞잡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 노사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중재로 다시 임금협상에 나섰다. (공동취재) 2026.05.20. photo@newsis.com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잠정 합의된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 위원장, 여명구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이 손을 맞잡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 노사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중재로 다시 임금협상에 나섰다. (공동취재) 2026.05.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정영 기자 = 삼성전자 노사 간의 극적인 합의로 한국을 뒤흔들 뻔했던 총파업이 유보됐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노동계는 이번 노사 갈등을 단순한 '임금 협상' 문제로 보지 않는다.

비정규직·하청과의 연대, 사회적 의제 등을 다뤘던 전통적 노동운동이 사라지고 'MZ노조'의 전형을 띠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성과급' 규모 두고 노사 간 충돌…'특별경영성과급' 신설로 합의

25일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의 잠정합의안은 반도체(DS) 부문의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해당 성과급은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삼는다.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의 영업이익 1.5%분을 더하면 총 12% 수준의 성과급이 활용되며, 성과급에 대한 한도는 두지 않는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전부터 성과급을 두고 계속해서 충돌해 왔다.

삼성전자 내 3개 노조(초기업노조·전국삼성전자노조·동행노조)가 구성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는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동안 임금 인상과 성과급 산정 기준 등을 두고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공투본은 당시 연봉의 50%로 책정되는 성과급의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성과급 상한을 유지하는 대신 성과급 재원을 경제적 부가가치(EVA)의 20% 또는 영업이익의 10%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방안을 내놨다. EVA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순가치의 증가분을 말한다.

이후 공투본은 협상을 결렬하고 조합원 투표를 통해 총파업을 결정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 아래 노사는 지난 11~13일 1차 사후조정을 진행했으나 합의하지 못했고, 2차 사후조정 또한 18~20일까지 이어졌으나 사측이 조정안 수락을 유보하면서 조정은 결렬됐다.

이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직접 나서 자율 교섭을 진행했고, 이날 노사가 잠정합의안을 발표하며 마무리됐다.

노조 측은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를 22~27일 진행해 최종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비반도체 부문 제외된 '성과급' 협의…"합의안 투표권 없다"

합의안에 있는 특별경영성과급은 DS 부문 임직원을 대상으로만 진행되는 제도로,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 등의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의 과반수 노조이자 DS 부문 임직원이 대부분인 초기업노조에서 DX부문의 조합원 수는 줄어들고 있으며, DX 부문 중심 동행노조의 가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이다.

노조 내의 갈등은 사측과의 교섭 과정에도 계속돼 왔다.

공투본에서 투쟁을 함께 했던 동행노조는 4일 사측에 대한 교섭 요구가 반도체 부문의 성과급 중심으로만 진행되고 있다며 탈퇴를 결정한 바 있다.

이에 초기업노조는 합의안 발표 후인 21일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는 사측과 공동교섭단 간에 체결된 합의"라며 "타 노조는 공동교섭단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잠정 합의 투표권은 없다"고 밝혔다.

"연대 의식 없어져…정당한 보상 집중"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이 총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간 지난 3월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깃발 모습. 조합원 투표는 오는 9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되며 쟁의행위 가결시 오는 5월21일부터 6월7일까지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2026.03.09.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이 총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간 지난 3월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깃발 모습. 조합원 투표는 오는 9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되며 쟁의행위 가결시 오는 5월21일부터 6월7일까지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2026.03.09. [email protected]

과거의 노동운동은 연대를 통한 '고용 안정', '노동시간 단축' 등을 강조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전국적으로 노동운동이 이뤄질 당시, 여러 기업 노조들의 조합원들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반발하며 함께 투쟁을 벌였다.

이는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 구성의 발판을 마련했으며, 현재 양대노총 중 하나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전신이 됐다.

민주노총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인간다운 삶과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노동조건의 확보, 노동기본권의 쟁취, 노동현장의 비민주적 요소 척결, 산업재해 추방과 남녀평등의 실현을 위해 가열차게 투쟁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초기업노조가 협상 테이블 전면에 내세운 핵심 의제는 궤를 달리한다.

노동기본권 등 사회적 의제나 과감한 정치 투쟁을 걷어낸 반면 성과급 규모와 제도화, 영업이익의 배분 기준 등 철저하게 개인의 '정당한 보상'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 취업률이 점점 떨어지고 국민연금 개혁으로 보험률이 인상되면서 어른 세대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청년들의 부담이 커졌다"며 "이로 인해 개인 이기주의가 생기고 결국은 성과급 등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사무총장 또한 "초기업노조가 만약 성과급이 아닌 특별 격려금 등을 통해 DX부문도 함께 지원하자고 요청했으면 이런 사태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초창기 DX부문이 삼성전자에 기여했던 공로를 무시하고 자신들만의 이익을 중시하는 것은 새로운 노조의 탄생을 알리는 행위"라고 했다.

조직력과 전략이 부족하다는 것도 초기업노조의 특성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연구소 이사장은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 노조의 집행부가 자리 잡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데, 아직 결성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의원대회조차 없을 정도로 조직체계가 엉성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노조 내의 이념이나 연대를 강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는 2024년 2월 DX 지부로 출발했으며, 같은 해 7월 총파업을 주도했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가입자 이탈로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전삼노에서 탈퇴한 DS부문의 임직원들이 대거 유입된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한 "기성 노조들은 적어도 여론을 의식하고 노조 내에서 갈등을 야기할만한 언행들은 조심한다"며 "오랜 경험에서 나온 하나의 생존 전략"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어떤 갈등이 있더라도 외부화되는 것을 꺼려한다는 것"이라며 "초기업노조는 이에 개의치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독자 노선 걸었던 노조의 승리?…"장기적으로는 악수로 작용할 것"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사협상 결렬에 따른 총파업 강행 입장을 밝힌 후 이동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제시한 조정안에 동의했으나 사측이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공동취재) 2026.05.20.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사협상 결렬에 따른 총파업 강행 입장을 밝힌 후 이동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제시한 조정안에 동의했으나 사측이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공동취재) 2026.05.20. [email protected]

결과적으로 초기업노조는 긍정적인 결과물을 얻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기존에 주장하던 상한제 폐지가 특별경영성과급에 적용됐으며, 재원으로 영업이익의 12%까지 보장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기업노조의 강한 보상 요구는 많은 이들의 역풍도 불러일으켰다.

'받을 때 받아야 한다'는 정서가 있었지만, 대기업 고임금 노동자의 성과급 요구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인식될 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다.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사무총장은 "노조 측이 승리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저주를 불어오는 승리라고 본다"며 "국민들의 박탈감, 시기심, 질투심이 만연한 상태에서 AI와 로봇 대체로 일자리를 잃게 되면 손잡아 줄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 초기업노조가 다른 노조와 집단 행동을 함께할 수 있을지도 과제로 남는다.

양대노총은 삼성전자 노사의 잠정합의안이 나온 후 성명을 통해 성과에 대한 공정한 배분이 이뤄질 것을 촉구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지난 21일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도 성과의 과실이 공정하게 배분될 수 있도록 납품단가 구조 개선, 기술·생산 이익 공유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을 혁신하는 실질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언급했다.

민주노총 또한 같은 날 "성과의 독식은 있을 수 없으며, 이번 타결의 성과는 반드시 하청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지역사회 환원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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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노동운동…삼성전자 노조가 처한 미래는?[삼성發 성과급 쇼크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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