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교육 소통령' 뽑는데 깜깜이 선거?…공론장 절실

기사등록 2026/05/25 10:00:00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한국은 영유아기부터 조기 교육이 성행하고 초중고 사교육비가 연간 27조원에 달한다. 특히 수능 당일에는 출근 시간과 비행기 운항 시간까지 조정될 만큼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교육열을 자랑하는 나라다.

그런데 유초중고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 소통령'을 뽑는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은 극히 저조하다. 선거 때마다 '깜깜이 선거'라는 오명이 따라붙는다. 직전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전국 교육감 선거에서는 무효표가 90만표를 넘기도 했다.

오는 6월 3일 전국 시도교육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번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아 보인다. 대다수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이름과 핵심 공약조차 모른 채 투표소에 들어설 예정이다. 최근 MBC가 의뢰하고 코리아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근식·조전혁·한만중·윤호상 등 주요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지지도는 모두 한 자릿수에 그친 반면 지지할 후보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75%에 달했다.

교육열이 세계 최고 수준인 나라에서 교육감 선거가 깜깜이로 치러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단순히 시민들의 무관심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공론장이 사라진 곳에서 시민들이 교육 주권자로서 참여할 방법 자체를 찾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지금의 교육감 선거는 형식적으로 껍데기만 남은 민주주의에 가깝다. 공론장의 부재로 후보와 시민 간 건설적인 토론은 자취를 감췄다. 단일화를 둘러싼 후보들의 일방적인 날 선 입장 표명과 이를 경주마처럼 보도하는 언론 탓에 시민들은 능동적 교육 주체가 아닌 표를 던지는 소비자로 전락하고 있다.

공론장은 민주주의의 핵심 조건이며 개방성·의사소통의 합리성·공공성은 공론장의 필수 요건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의 교육감 선거는 이 조건 중 단 하나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공론장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하나, 교육감 선거에는 진영 논리라는 실질적인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진보든 보수든 단일화 구도 안에 들어가지 못하면 제대로 된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모두에게 문이 열린 듯 보이지만 실상은 각 진영 내 이익 집단인 단일화 기구의 사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폐쇄적인 판이다.

이성적 토론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더 나은 논거의 힘으로 합의에 이르는 의사소통의 합리성은 찾아본 지 오래다. 설득의 언어가 사라진 자리를 고소·고발장이 채우고, 의사소통 행위는 전략적 행위로 완전히 대체됐다. 그 필연적 결과로 교육을 둘러싼 건설적 논의는 사라졌다.

공공성 또한 결여돼 있다. 단일화 경선의 목적은 더 나은 교육 정책의 실현이나 공익성이 아닌 당선 가능성의 극대화다. 특정 진영의 이익이 공공의 이익을 대체해 버린 셈이다.

정당 공천을 금지해 탈정치를 표방하면서도 진영 단일화라는 우회로를 통해 야합과 정쟁만 방치하는 지금의 교육감 선거 제도는 건강한 공론장의 형성을 구조적으로 가로막고 있다. 이 왜곡된 판을 깨뜨리지 않는 한 교육감 선거는 영원히 비이성적이고 기만적인 '정치쇼'에 머물 뿐이다.

백년지대계를 책임질 교육 주권자로서 이제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물어야 할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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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교육 소통령' 뽑는데 깜깜이 선거?…공론장 절실

기사등록 2026/05/25 10: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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