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휴머노이드 경쟁 속 韓도 '로봇 주권' 확보전 가세
국산 플랫폼 부족에 외산 의존 심화…데이터·인력 격차 과제
정부, 2030년 공공 현장 자율 로봇 투입 추격전
영상 데이터 규제 완화 병행…AI 특례법 및 영상 데이터 샌드박스 확대
![[서울=뉴시스]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AI EXPO KOREA 2026'에서 시니어 돌봄 특화 휴머노이드 로봇 '젠피(GenP)'가 라이브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KB금융 제공). 2026.05.08.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08/NISI20260508_0002130823_web.jpg?rnd=20260508164847)
[서울=뉴시스]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AI EXPO KOREA 2026'에서 시니어 돌봄 특화 휴머노이드 로봇 '젠피(GenP)'가 라이브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KB금융 제공). 2026.05.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휴지 좀 갖다줄래."
사람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이 한마디가 휴머노이드 로봇에게는 난제다. 상자를 통째로 달라는 건지, 한 장만 뽑아 달라는 건지 생략된 맥락을 스스로 알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조금만 힘을 잘못 주어도 쉽게 찢어지는 얇은 티슈 한 장을 손상 없이 집어 올리는 정교한 감각 제어 역시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쉽게 넘기 어려운 장벽이다.
정해진 공정만 반복하던 공장 자동화 로봇을 넘어, 인간의 모호한 지시와 행동 속에 숨은 의도를 스스로 파악해 내는 '인간 친화형 로봇 지능' 확보가 글로벌 로봇 시장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글로벌 패권국들이 주도권 확보를 위해 국가 전략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 역시 독자적인 로봇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승부수를 걸었다.
휴머노이드가 차세대 패권 플랫폼으로…美·中 격돌
이 시장 패권을 쥐기 위한 정책 지원 경쟁에 미국과 중국은 이미 본격적으로 맞붙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제조업 복귀 과정에서 공장 노동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로봇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현재 로봇 분야 행정명령 도입을 검토 중이다. 미국 의회는 중국산 로봇과 부품을 정부 조달에서 원천 배제하는 '미국 안보 로보틱스 법안'을 발의하며 중국 견제에 나섰다.
이에 맞서는 중국은 로봇과 피지컬 AI를 미래산업의 축으로 삼고 대대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올 초 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 표준화기술위원회는 120여 개 기관을 모아 '휴머노이로봇과 체화지능 표준체계'를 발표했다. 미국의 기술 차단에 대응해 자체적으로 로봇의 성능, 안전 기준, 데이터 활용 규칙까지 마련해 맞대응하겠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신산업 육성을 위해 개인정보 관련 규제를 비교적 유연하게 적용하는 분위기다. 특정 실증지구 내 로봇 카메라가 포착한 영상 원본 데이터를 별도의 비식별화 필터링 없이 그대로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규제 없이 마음껏 로봇을 구동하며 시제품을 양산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서울=뉴시스]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니트리가 23일 베이징 톈탄(천단) 공원에서 50대 로봇이 집단 무술 시연을 펼치는 영상을 공개해 주목받고 있다. 로봇 집단 무술 시연이 진행 중인 모습. <사진출처: 웨이보> 2026.02.24](https://img1.newsis.com/2026/02/24/NISI20260224_0002069039_web.jpg?rnd=20260224135311)
[서울=뉴시스]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니트리가 23일 베이징 톈탄(천단) 공원에서 50대 로봇이 집단 무술 시연을 펼치는 영상을 공개해 주목받고 있다. 로봇 집단 무술 시연이 진행 중인 모습. <사진출처: 웨이보> 2026.02.24
1만 대 vs 30대 격차…韓 2030년 ‘K-휴머노이드’ 데뷔
이는 로봇이 스스로 일상을 배우고 지능을 발전시키는 데 필수적인 데이터 축적 속도에서 치명적인 열세다. 결국 기술 종속의 위기로 직결된다. 단일 기업의 연구 인력이 수천 명에 달하는 선도국과 달리 국내 핵심 연구 인력이 극도로 부족한 현실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정부가 최근 산·학·연·관의 역량을 총결집한 민관 동맹 프로젝트를 가동하기로 나선 이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30년까지 504억원을 투입해 '한국형 대표 AI 휴머노이드 플랫폼'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개별 연구실 단위의 분절된 연구로는 글로벌 속도전에서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다. 주관기관인 KIST를 중심으로 LG전자, LG AI연구원, LG에너지솔루션, 로보스타, 위로보틱스 등 국내 로봇·배터리 분야 기업과 주요 대학, 병원이 하나의 원팀으로 묶였다.
개발 목표는 시각·촉각·언어를 결합한 행동모델이다. 로봇이 눈으로 주변을 인식하고, 손끝 촉각과 관절에 걸리는 힘을 감지하며, 사람의 지시를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컵을 잡을 때도 빈 컵인지 물이 담긴 컵인지에 따라 손가락 모양과 힘 조절이 달라져야 한다.
전신 제어 기술도 함께 요구된다. 걷고, 멈추고, 몸을 기울이고, 손을 뻗는 동작이 하나로 이어져야 한다.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에서는 바닥 상태와 장애물, 주변 사람의 움직임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로봇의 몸 전체를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우선 내년까지 연구실 환경에서 실증을 마친다. 이후 2028년에는 병원 시뮬레이션센터로 무대를 옮긴다. 2029년에는 통제된 실제 공간에서 검증하고, 2030년에는 한림대 병원과 경기남부직업능력개발원 등 실제 공공 현장에 로봇을 직접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이종원 KIST 휴머노이드연구단장은 “2030년까지 로봇 20대 이상을 제작해 보급하겠다”며 “사람 도움 없이 한 달 이상 의식주 지원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로봇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사업단은 사람의 개입 없이 작업 완료율 90% 이상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로봇의 ‘눈’ 막던 규제도 푼다…영상 데이터 규제 완화 추진
최근 자율주행 배달 로봇의 영상 원본을 AI 학습에 쓰는 사업이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받은 것도 이 같은 흐름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로보틱스 분야 데이터 활용 수요를 들여다보고 있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현대자동차 의왕연구소를 찾아 웨어러블 로봇, 자율주행 플랫폼, 주차 로봇, 전기차 자동충전 로봇 등을 점검하고 영상 데이터 관련 규제 애로를 청취했다. 개인정보위는 AI 특례 법안 마련과 가명정보 활용 가이드라인 제시 등을 통해 안전한 데이터 활용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송경희 위원장은 "로보틱스는 국가 미래를 이끌 핵심 산업"이라며 "혁신 기술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활용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의 혁신 성장을 지원하면서도 국민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유연한 제도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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