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 시각) 79회 칸영화제 폐막식
나홍진 '호프' 수상권 포함 대체적 평가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컨텐더(contender).
오는 23일(현지 시각) 폐막을 하루 앞둔 79회 칸영화제에서 나홍진 감독 '호프'를 향한 평가는 이 한 단어로 요약된다. '호프'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게 될 거라는 전망은 많지 않다. 다만 평단과 관객 반응을 볼 때 수상권에 있다는 건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칸 경쟁부문엔 황금종려상·심사위원대상·심사위원상·감독상·각본상·배우상(2) 등 본상 트로피 7개가 있다. 현재까지 나온 '호프'에 대한 평가를 종합해 볼 때 황금종려상·각본상·배우상(2)은 쉽지 않다고 볼 수 있고, 심사위원대상·심사위원상·감독상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건 칸영화제 현지에서 발행되는 스크린데일리 별점 평점이다. '호프'는 4점 만점에 평점 평균 2.8점을 받았다. 파베우 파블리코프스키 감독의 '파더랜드' 3.3점,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의 '미노타우르' 3.2점,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다' 3.1점에 이은 4위다.

분명 컨텐더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수치와 순위다. 그러나 이 점수와 실제 심사위원 평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게 중요하다. 스크린데일리 별점은 말 그대로 스크린데일리라는 매체가 임의로 선정한 기자·평론가 평점을 종합해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공신력이 전혀 없다고 하긴 어렵겠지만, 칸영화제와는 아무 관련이 없고 심사위원들이 참고하는 자료도 아니다.
일례로 2018년 경쟁부문에 초청된 이창동 감독 '버닝'은 스크린데일리 평점 평균이 3.8점에 달했다. 2위였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3.2점)을 압도했다. 하지만 무관에 그쳤다. 그리고 '어느 가족'은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호프'가 2.8점에 4위라는 데 의미를 두기보단 대체로 호평 받고 있다는 정도로 참고하는 게 적절하다.
지난 17일 최초 상영 이후 나온 '호프'를 향한 평가는 호평이 우세한 가운데 혹평이 섞여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나 감독의 장르 장악력이 돋보이고 액션 연출이 빼어나다는 덴 이견이 없다. 그러나 컴퓨터그래픽이미지(CGI)가 다소 조악한 면이 있고 후반부 스토리텔링에 약점이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프랑스 르피가로는 "장르적 쾌감으로 가득하다"고 했고, 르몽드는 "대담하고 독창적이다. 칸의 전형적인 문법을 파괴하는 시각적 충격을 선사하며 장르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고 극찬했다. 영국 가디언은 "전 세계 K열풍을 더 달아오르게 할 최고 수준의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할리우드리포터는 "반복되는 액션이 피로하고,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장황해진다"고 했다. 인디와이어는 "통제 되지 않고 과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호프'가 SF·판타지·호러·스릴러가 뒤섞인 장르물이라서 수상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도 하지만 이건 틀린 말이다. 칸영화제는 1953년 앙리 조르주 클루조 감독의 '공포의 보수'에 심사위원대상(당시 최고상)을 준 이후 장르에 기반한 작품을 꾸준히 지지해왔다. 1976년 '택시 드라이버'나 1990년 '광란의 사랑', 1994년 '펄프 픽션', 2019년 '기생충', 2021년 '티탄' 등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게 대표적이다.

올해 심사위원장이 박찬욱 감독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박 감독은 장르가 결합된 영화들로 칸에서 3차례 상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장르를 활용했다는 게 약점이 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장점이 되는 것도 아니다. 박 감독을 포함해 마틴 스코세이지, 퀜틴 타란티노, 봉준호 감독 등은 모두 장르를 초월하는 이야기, 시대와 사회를 관통하는 통찰로 칸의 선택을 받았다.
나 감독이 장르 문법을 활용해 관객을 휘어잡는 데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건 모두가 안다. 그렇다면 관건은 나 감독이 장르와 장르를 뒤섞으며 얼마나 효과적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풀어냈는지가 될 거로 예상된다. 전작 '곡성'(2016)은 그 두 가지가 최상의 형태로 결합한 사례였다.
'호프'와 함께 수상권에 있다고 분류되는 작품은 앞서 언급한 '파더랜드' '미노타우르'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다' 그리고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페이퍼 타이거' 정도다. 황금종려상 1순위는 역시 '파더랜드'다. 파베우 파블리코프스키 감독은 2018년 '콜드 워'로 칸 감독상을, 그에 앞서 2013년엔 '이다'로 오스카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거장. 영국 더타임즈는 '파더랜드'에 별 5개 만점을 줬다.
'미노타우르'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다'가 고르게 지지 받는 가운데 북미 언론은 미국영화 '페이퍼 타이거'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레이 감독이 경쟁부문에 진출한 게 벌써 7번째라는 점, 그 중 단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칸이 이번엔 그레이 감독 영화에 트로피를 안길 수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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