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세균도 결정을 내린다. 아메바도 기억한다. 새도 문화를 만든다. 그렇다면 의식은 인간만의 것인가. 이 질문 앞에서 철학은 수천 년을 맴돌았고, 과학은 오랫동안 침묵했다. '의식의 탄생(진성북스)'은 바로 그 침묵을 깨는 책이다.
오기 오거스(Ogi Ogas)와 사이 개덤(Sai Gaddam)은 이 책에서 30억 년 전 고세균의 미세한 움직임에서 출발해 인간의 언어와 자아, 그리고 문명이라는 ‘슈퍼 마인드’에 이르기까지 마음의 진화를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로 추적한다.
이 책의 핵심은 단순하지만 강렬하다. 마음은 특별한 영혼이나 재료가 아니라 ‘특별한 배열’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마음을 추상명사가 아닌 행동명사로 바라본다.
마음은 변화와 활동으로 이루어진 동역학적 시스템이며, 빛을 향해 편모를 움직이는 고세균의 움직임이 최초의 마음이라는 설명이다. 의식은 인간에게 갑자기 주어진 선물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조직해온 움직임의 역사라는 것이다.
특히 AI 시대에 이 책이 더욱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맹신하는 사람도 여전히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AI는 마음인가, 아닌가.”
저자들은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한다. 마음은 특별한 재료가 아니라 특별한 배열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고세균의 편모가 그랬고, 아메바의 집단 신호가 그랬고, 인간의 언어가 그랬듯이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AI는 인간의 ‘슈퍼 마인드’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배열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그 배열이 어디로 향하느냐다.
“자아는 사물이 아니다. 자아는 언어로 이루어진 활동이다”라는 문장도 인상적이다. 인간은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말하고 기억하며 재구성하는 존재라는 의미다. 철학이 수천 년 동안 붙들어온 자아의 문제를 신경과학의 언어로 새롭게 번역해낸 셈이다.
“여기 평범한 물건이 있다. 어디서나 살 수 있는 흔한 제품이다. 하지만 BTS 멤버가 직접 사용했던 물건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저자들은 이 사례를 통해 인간 마음의 ‘가치 평가’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같은 물건도 경험과 기억, 상징 체계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의식은 객관적 정보보다 관계와 경험, 집단 기억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사피엔스'가 인류의 역사를 다뤘다면 '의식의 탄생'은 그 역사를 가능하게 만든 ‘마음의 역사’를 추적한다. 뇌과학과 철학, 존재론을 가로지르는 야심찬 인간론이다.
정재승 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마음은 갑자기 등장하지 않았다”며 “빛을 향해 움직이던 미생물의 선택에서 시작된 마음의 긴 여정을 놀라울 만큼 선명하게 복원한 책”이라고 평했다.
AI 시대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인간 자신에게 향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진화하고 있는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