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혐오 범죄에 '무방비'…인식 개선 등 대책 필요"[강남역 살인 10년③]

기사등록 2026/05/18 07:00:00

최종수정 2026/05/18 08:53:25

여성·시민단체 "10년 지나도 개인 문제로 설명…본질 외면해"

전문가 "'묻지마·이상동기' 규정 말아야…여성 혐오 인정부터"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지난 2024년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서 강남역 살인사건 8주기 추모식이 열리고 있는 모습.2024.05.17.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지난 2024년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서 강남역 살인사건 8주기 추모식이 열리고 있는 모습.2024.05.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황민 인턴기자 = "여성이라서 죽었다."

2016년 강남역 10번 출구를 뒤덮었던 추모의 문구가 나온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성 대상 강력범죄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최근 광주에서 발생한 여고생 피살 사건까지 이어지면서 여성·시민단체들은 "달라진 게 없다"며 구조적 여성 혐오 문제를 외면한 사회의 책임을 지적하고 나섰다.

18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시민단체 한국여성의전화는 "가해자 개인의 심리적·병리적 문제로 사건을 설명하려는 방식이 지난 10년 동안 무엇을 바꿨느냐"며 "본질을 외면한 진단은 아무것도 막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성 살해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엄중한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만 반복된다"며 "10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은 현실이 참담하다"고 지적했다.

박지아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도 "강남역 사건이 여성 혐오 범죄라는 것을 부정하는 대신 심각하게 다루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했다면 이후 이어진 수많은 범죄와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여성들이 일상에서 전쟁을 겪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죽음과 폭력이 반복되는 문제라면 이는 명백한 사회적 문제이고 정부가 나서서 종합적인 대책을 만들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개인이 알아서 피하거나 조심하라는 식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여성 대상 강력범죄가 반복되자 시민사회에서도 추모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여성·시민단체로 구성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공동주최단은 강남역 인근에서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당시 김혜정 민주노총 서울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여성을 동료와 시민이 아닌 보호받거나 복종해야 할 존재로 바라보는 문화, 권력관계를 농담처럼 소비하는 문화가 결국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며 "10년이 지났지만 현실은 얼마나 달라졌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누가 어떤 폭력을 당했을 때 피해자를 의심하는 사회가 아니라 진심으로 공감하고 함께 바꾸는 사회여야 한다"고도 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원 기자 = 서울여성회를 포함한 129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공동주최단체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6.05.11. tide1@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수원 기자 = 서울여성회를 포함한 129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공동주최단체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6.05.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전문가들은 여성 대상 범죄를 단순히 '묻지마 범죄'나 '이상동기 범죄'로 규정할 경우 문제의 구조적 성격이 흐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범죄를 바라보는 인식 개선 및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윤김지영 경북대 철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나 이상동기 범죄라고 하는 가해자들에게 우리가 '저 사람은 정신적 문제가 있어서 저런 거다, 조현병이어서 그렇다'라고 하면 일종의 병리적인 현상으로 논의가 이어진다"며 "('이상동기 범죄'는) 범행 사안을 개인화할 수 있기에 사회적인 성격을 드러내려면 표현을 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사회에 통념처럼 퍼져 있는 여성에 대한 비하나 남성이 우월하다는 성별 통념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며 "시민들이 실제로 안전하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인식 조사를 통해 '왜 모든 시민들이 다 비슷한 수준으로 느끼지 않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고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서 시민들이 동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도 "명백한 여성 혐오인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혐오 범죄인 경우에는 가중 처벌을 한다는 방향으로 법·제도를 정비하고 혐오를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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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혐오 범죄에 '무방비'…인식 개선 등 대책 필요"[강남역 살인 10년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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