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장, 종묘앞 개발 서울시와의 7개월 협상 과정 공개
개발사업 인허가 전 유산영향평가 이행 행정 명령 이유 밝혀
"71.9m 고집 아니었다"…태릉 사례 들어 개발·보존 병행 강조
![[서울=뉴시스] 지난 8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종묘 앞 세운4구역 재정비 사업에 대해 내린 행정명령에 대해 설명하는 허민 국가유산청장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6.05.09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5/09/NISI20260509_0002131033_web.jpg?rnd=20260509095529)
[서울=뉴시스] 지난 8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종묘 앞 세운4구역 재정비 사업에 대해 내린 행정명령에 대해 설명하는 허민 국가유산청장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6.05.0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종묘 앞 세운4구역 재정비사업과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세 차례 비공개 회동을 하고 건물 높이 조정 가능성까지 열어두며 협상을 이어왔지만, 공람 강행 등 협상이 진척되지 않아 결국 법적 대응 국면에 들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허 청장은 지난 8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국가유산기본법에 따라 인허가 절차 중단을 명령한 상태"라며 "명령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인허가가 이뤄진다면 또 다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6일 서울시와 종로구청,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에 '세계유산 종묘와 역사문화환경 보호를 위한 조치 이행 명령' 공문을 발송했다. SH공사가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실시하고, 서울시와 종로구는 평가 완료 전까지 사업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허 청장은 이번 행정명령이 갑작스러운 조치가 아니라 약 7개월간 이어진 협의 끝에 나온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서울시가 세운4구역 재정비계획 변경 고시를 추진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지속적으로 세계유산영향평가 필요성을 설명해왔다"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와 영상회의, 외교문서, 현지 파견 등을 통해 종묘 보존 필요성을 계속 협의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장과 세 차례 비공개 회동을 했고 실무진 협의도 수차례 진행했다"며 "SH가 사업 시행인가 절차를 취하하고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먼저 진행한 뒤 높이와 경관 문제를 함께 조정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특히 허 청장은 국가유산청이 기존 협의안인 ‘71.9m’를 절대 기준처럼 고수한 것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와 대화할 때도 71.9m를 고집한 것은 아니었다"며 "영향평가 과정에서 조정 가능성도 열어두고 유네스코와 협의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의 특수성과 주민 요구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 역시 유네스코 측에 계속 설명해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협상은 결국 세계유산영향평가 시행 여부를 두고 막혔다.
허 청장은 "주민공람을 중단해 달라고도 요청했지만 결국 종로구가 절차를 강행한 것은 더 이상 대화가 어렵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며 "행정명령 10일 전 사전 법적 이행 공문을 보냈지만,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지 않겠다는 취지의 답변이 돌아와 결국 행정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서울시는 세운4구역 건물 최고 높이를 기존 협의안 71.9m에서 145m로 상향 조정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고층 건축물이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훼손할 수 있다며 수차례 우려를 표명하고 HIA 실시를 권고해왔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정비사업통합심의위원회를 통해 세운 개발 사업을 ‘조건부 의결’하며 인가 절차를 진행했다. 국가유산청은 SH공사가 허가 없이 세운4구역 부지 내를 시추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서울시는 지난 7일 국가유산청의 행정명령과 관련해 "종묘 보존과 세운4구역 정비의 합리적 균형점을 찾기 위해 국가유산청과 주민대표회의 간 중재를 수차례 진행해왔으나 원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앞으로 종묘 가치 보존과 도심 기능 회복이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허 청장은 "종로구와 서울시가 인허가를 중단하거나 취하한 상태에서 합리적 해법을 찾아야 대화의 창구가 다시 열릴 수 있다"며 "6~7월 상황을 보고 여러 가지로 판단하겠다. 인허가를 내지 않는 조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청장은 HIA가 개발을 막기 위한 규제가 아니라 보존과 개발의 균형점을 찾는 장치라고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현재 LH·국토교통부와 협의 중인 태릉CC 주택개발 사례를 언급하며 "건물 높이와 디자인 조정이 상당 부분 이뤄졌다"며 "다음 달 유네스코 실사단 방문을 거쳐 올해 안에 모든 평가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운4구역도 지난해 국가유산청 의견을 수용했다면 지금쯤 영향평가가 거의 끝났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오는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를 앞두고 종묘 보존 문제가 정식 의제로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허 청장은 "대한민국의 세계유산 보존 역량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고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정식 의제로 오를 가능성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며 서울시와 종로구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백자청화이진검묘지', '순종예제예필현판' 합동 기증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05.08. dahora83@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08/NISI20260508_0021276279_web.jpg?rnd=20260508111902)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백자청화이진검묘지', '순종예제예필현판' 합동 기증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05.08.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