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놈들" 트럼프 막말에…이란전 종전 협상 판 꺠질라 '전전긍긍'

기사등록 2026/05/08 06:00:00

최종수정 2026/05/08 06:12:28

"체면 중시" 중동 문화 몰이해 지적…외교가, 트럼프 '입'에 좌불안석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포고문 서명식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2026.05.06.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포고문 서명식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2026.05.06.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지도부 조롱과 위협 발언이 이란전 종식 협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과 아랍권 당국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6일(현지시간) 현직 및 전직 미국·아랍 당국자 10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계속된 이란 지도부 비하 발언이 전쟁 종식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이란이 미국 요구를 받아들이더라도 국내적으로는 일정한 승리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조롱과 위협이 그 공간을 좁히고 있다고 우려했다.

평화 협상에 정통한 한 걸프 지역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는 이 전쟁이 끝나기를 매우 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란은 아직 트럼프가 체면을 세우고 떠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주지 않고 있다”며 “트럼프도 이란 역시 체면을 세워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현재 협상은 전쟁 종료 선언과 향후 장기 합의를 위한 기본 틀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협상이 향후 논의를 위한 로드맵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대화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협상팀이 전쟁 종료 방안을 조율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석상에서 이란을 향한 조롱과 위협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최근 몇 주 동안 이란 당국자들을 “미친 놈들”, “정신적으로 병들었다”고 조롱했다. 이란의 “문명 전체”를 끝낼 수 있다고 위협했고, 미국이 이미 전쟁에서 이란을 이겼다고 반복해서 주장했다.

문제는 이런 발언이 미국 측 특사들이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벌이는 와중에 나왔다는 점이다. 이번 전쟁은 원유, 비료 등 세계 경제에 중요한 물자의 공급에도 영향을 미쳤다. 협상이 길어질수록 군사적 긴장뿐 아니라 경제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란도 맞대응에 나섰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영상과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내보냈고, 이란 정부 성향 매체 테헤란타임스는 미국 정치 지도자들의 정신 건강 평가를 요구하는 기관 발언을 보도하기도 했다.

[테헤란=AP/뉴시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 (사진=뉴시스 DB)
[테헤란=AP/뉴시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 (사진=뉴시스 DB)
전문가들은 외교 협상에서 양측이 모두 승리를 주장할 수 있는 출구가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이란이 문화적·국내정치적 이유로 체면을 중시하는 만큼, 이란 지도부가 국내 여론 앞에서 완전히 굴복한 모습으로 비치는 합의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2015년 이란 핵합의 때도 미국과 이란은 서로 성과를 주장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합의를 이뤘다.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을 향해 비교적 절제된 태도를 보였고, 이는 이란 강경파의 반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무조건 항복”을 요구해왔다. 또 이란이 레드라인으로 여겨온 우라늄 농축 영구 포기까지 요구하고 있다. 미국·아랍권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결과를 일방적 승리로만 포장하려 할 경우, 이란 정권이 국내 여론을 의식해 합의를 받아들이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서는 강한 언사가 협상 전략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란이 과거보다 약해진 만큼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압박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강경 성향의 이란 전문가 베흐남 벤 탈레블루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이란에 “체면을 지킬지, 머리를 잃을지” 선택하게 만드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협상을 지켜보는 외교관들은 공개 발언보다 물밑 채널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본다. 한 아랍 외교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발언이 협상에 부담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이를 보완할 물밑 대화 채널이 작동하고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일부 당국자와 분석가들은 이란이 북한 사례를 참고해 결국 핵무기 확보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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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놈들" 트럼프 막말에…이란전 종전 협상 판 꺠질라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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