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건전성 피멍든다…단기 성과주의 기인" 인식
교보생명 제외 주요 생보사 모두 낙관적 가정 예상
신담보 손해율 가정 90% 가이드…연말 결산에 적용
![[서울=뉴시스]](https://img1.newsis.com/2025/02/17/NISI20250217_0001772025_web.jpg?rnd=20250217163208)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권안나 기자 = 금융당국이 생명보험사들의 이른바 '고무줄 계리' 관행에 강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이 계리가정을 활용해 미래이익인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을 과도하게 키워왔다는 것이다. 특히 최고경영자(CEO)들의 단기 실적 중심 경영 기조에 보험사 건전성에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최근 뉴시스에 "생명보험 CEO들이 연임 기간 정도의 단기 성과를 지향하다보니 장기적으로는 건전성에 피멍이 들고 있다"며 "특히 장기보험에서 예실차·계리모형 같은 것들을 편의적으로 몇 년간 풀어놓으면서 굉장히 큰 문제가 생겼고,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는 주요 생보사들의 2025년 연말 결산 경영공시에서도 수치로 확인된다. 보험금 예실차비율은 보험사가 예상한 손해율과 실제 손해율 간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치가 음수면 실제 보험금 지급이 예상을 웃돌았다는 의미다. 초기 계리가정이 상대적으로 낙관적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생보사 '빅3' 가운데서는 교보생명을 제외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모두 마이너스(-) 예실차비율을 기록했다.
특히 한화생명은 주요 대형사 가운데 가장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 예실차비율은 2024년 -7.0%p(포인트)에서 지난해 -14.0%p로 두 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기초가정위험액 역시 작년 상반기 1981억원에서 연말 7379억원으로 급증했다. 계리 가정과 실제 경험 간 괴리가 빠르게 벌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삼성생명의 작년 연말 예실차비율은 -7.0%p로 전년(-8.2%p) 대비 일부 개선됐지만 여전히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기초가정위험액은 연말 1675억원으로 상반기(5189억원)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다만 지급금 예실차(2834억원)가 허용 한도(2355억원)를 초과한 점은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주요 생보사 가운데 교보생명만 유일하게 플러스(+) 예실차를 기록했다. 교보생명의 2025년 예실차비율은 2.7%p로 전년 0.5%p 대비 개선됐다. 기초가정위험액은 별도로 인식되지 않았다. 실제 손해율이 예상치를 밑돌며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계리 가정을 유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형사들도 예실차 관리 부담이 모두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라이프는 예실차비율이 2024년 -3.15%p에서 지난해 -6.27%p로 줄어들었다. 기초가정위험액은 작년 상반기 852억원에서 연말 1221억원으로 늘었다.
동양생명은 예실차비율이 2024년 -1.4%p에서 작년 -11.3%p로 악화됐고, 작년 상반기 기초가정위험액은 인식되지 않았지만 연말에는 905억원으로 집계됐다.
NH농협생명은 전년 0% 수준이던 예실차비율이 지난해 -4.6%p로 내려갔고, 기초가정위험액도 작년 상반기 75억원에서 연말 632억원으로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IFRS17 체제 이후 보험사들이 장기보험 판매 확대 과정에서 적용한 손해율 가정의 영향이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손해율 가정을 낮게 잡을수록 예상 보험금 지급액이 줄어 미래이익 지표인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이 커지고, 단기 실적이 좋아 보이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행태가 수년간 업계 전반에 작동해왔다는 점이다. 경험통계가 충분하지 않은 신규 담보에 60~70%대의 낙관적인 손해율을 적용하는 사례도 다수 발생했고, 이렇게 쌓인 CSM이 착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 같은 구조적 왜곡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손해율 가정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경험통계가 부족한 신규 담보에 대해서는 손해율을 90% 수준으로 가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기존 상품의 특약 확대나 구조 변경 시에도 사실상 신규 담보로 간주해 동일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문제는 수년간 낙관적 가정에 기반해 설계된 상품 구조와 실적 체계를 단기간에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손해율 가정이 올라가면 예상 보험금 지급액이 커져 CSM이 줄고 수익성 지표가 나빠진다.
시장 경쟁 속에서 보험료 인상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장 범위 조정이 대안이 되고 있지만, 판매 위축과 소비자 민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 당초 경험통계가 부족한 신규 담보에 대해 보수적 손해율 가정을 올해 2분기 결산부터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업계 부담 등을 고려해 적용 시점을 6개월 유예했다.
특히 간편고지 보험 등은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손해율 민감도가 높아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업계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 초기에는 업계 자율에 맡기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3년 정도 지나 실제 결과가 나오면서 당국이 우려했던 부분이 현실화됐다는 판단이 커진 것 같다"며 "신규 담보는 과거 경험통계가 충분하지 않아 보수적인 가정을 잡아야 한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고, 예실차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계리가정을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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