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스포츠부 김진엽 기자](https://img1.newsis.com/2025/01/08/NISI20250108_0001745720_web.jpg?rnd=20250108115942)
[서울=뉴시스] 스포츠부 김진엽 기자
[서울=뉴시스] 김진엽 기자 = "사과 받았냐고요? 사과했겠습니까"
최근 체육계에서 대선배가 의식불명에 빠진 샛별에게 입에 담기도 어려운 부적절한 발언을 하는 사태(事態)가 발생했다.
전남 무안군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A군은 지난해 9월 제주 서귀포시에서 열린 제55회 대통령배 전국시도복싱대회에서 경기 도중 상대 펀치에 맞아 쓰러진 뒤, 지금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사고 직후 A군 부모에게 지원을 약속했던 김나미 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이 최근 이를 거부했고, "아이는 처음부터 가능성이 없었다. 이미 뇌사", "마라톤 대회에서 사고로 한 사람이 죽었다. 가족들이 장기 기증을 했다" 등의 부적절한 발언까지 한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A군의 가족이 자신과의 대화를 녹취하려고 한 것과 관련해선 취재진에게 "아들이 이렇게 된 걸로 뭔가 한 밑천 잡으려고 하는 건가 할 정도로 굉장히 기분 나빴다"며 분개했다.
논란이 커지자 대한체육회 측은 4월30일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밝히면서, 해외 출장 중인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일정을 앞당겨 조기 귀국해 A군 부모를 직접 만나 사과의 말을 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유 회장이 귀국한 1일에는 김 전 사무총장의 직무 정지 처분과 함께 징계 절차에 착수한다고 알렸다. 이후 직무 정지 처분이 내려진 지 사흘 뒤인 4일에는 김 전 사무총장이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고 발표했다. 이틀 뒤인 6일엔 사임이 수리됐다.
대한체육회의 표현처럼 '사안의 시급성과 중대성을 고려'해서 5월 초 연휴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일 처리가 진행된 것으로 보이지만, 피해자에 대한 당사자의 제대로 된 사과나 해당 발언에 대한 징계 등은 없었다.
7일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뉴시스를 통해 "징계가 특별히 있는 게 아니라, 직에 대한 부분이라 현재까진 징계 절차가 진행되는 내용은 없다"며 "1일 징계(절차 착수)할 계획을 이야기했고, 4일 사의 표명 후 (곧장) 처리가 된 거다. 현재 7일이라 그 (짧은) 사이에 뭐가 진행되거나, 후속 조치를 할 계획은 안 나왔다"고 설명했다.
답변 말미에 "이건 우리도 내용을 좀 판단해 봐야 될 것 같다"며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사실상 김 전 사무총장의 사임으로 끝난 사안인 것처럼 말했다.
김 전 사무총장이 피해자에게 별도로 사과했냐는 질문에는 "대한체육회에서 (김 전 사무총장의) 일정을 다 아는 건 아니다. 따로 연락을 취했는지는 알 수 없다"며 "협회는 '죄송하다'고 보도자료를 세 번이나 냈다"고 답했다.
이에 뉴시스는 직접 김 전 사무총장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현재 내 상황에선 내 의도와 다르게 전달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매우 큰 상태다. 관련 사항은 대한체육회 홍보실을 통해 문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문자 메시지만 받았다.
당사자는 대한체육회를 통하라고 했지만, 대한체육회는 이미 조직을 떠난 사람의 향후 행보는 알 수 없다는 답을 내놓았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빠르게 꼬리 자르기를 했다'로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별도 해석 없이 결과만 놓고 보려고 해도,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진정성은 찾기 어려웠다.
김 전 사무총장은 4일 대한체육회를 통해 배포된 보도자료에서 "이번 사안으로 국민과 체육인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전하며 "공직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직위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자료 속 김 전 사무총장의 말은 이게 전부였는데, 직접적으로 피해 학생 가족을 언급하지 않았다. 넓은 범위로 국민과 체육인에 피해 학생 가족이 포함된다고 하기에는, 사과 대상이 모호하고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대한체육회와 별도로 대한복싱협회가 관련 사안으로 진행 중인 절차가 있는지 질의했지만, 답변받지 못했다.
혹 김 전 사무총장의 무거운 책임감이 진심 어린 미안함으로 이어져 '피해 학생 가족에게 조용히 사과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고 피해 학생 가족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사과했겠습니까?"였다.
7일 대한체육회에 항의 방문을 하고 복싱협회에 항의서를 전달한 뒤 뉴시스와 연락이 닿은 피해 학생 가족들은 "김 전 사무총장에게 사과받은 거 없다. 단순한 자진사퇴 말고, 해임시키라고 했다"고 말했다.
유 회장과도 아직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피해 학생 가족들은 "유 회장은 지난 2일 내려오겠다고 했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서 6일에 보자고 했다. 그런데 해외로 다시 나가는 일정이 있다고 해서 다음 주에 만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김 전 사무총장이 체육인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는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출신으로 국제바이애슬론연맹 부회장, 체육인재육성재단 사무총장 등을 지냈고,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3월에는 체육회 역사 105년 만에 첫 여성 사무총장이 됐다.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아는 인물이 앞장서서 수습해도 모자랄 판에, 쓰러진 체육계 샛별과 그를 보며 힘들어하는 부모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다.
다친 이의 고통을 씻어낼 수는 없어도, 최소한의 도리를 다해 사태를 수습할 시점은 지금이다.
피해 학생 가족들과 유 회장이 다음 주에 만날 때, 김 전 사무총장이 동행해 함께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것이 일을 바로 잡을 시발점이다.
이후 대한체육회는 제대로 된 절차를 통해 김 전 사무총장을 사후 징계라도 해야 한다. 과정과 이유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공개해서 혹시라도 붙을 수 있는 물음표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수 보호 기능이 빈틈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공직 윤리 의식 제고를 비롯해 조직 기강을 철저히 관리하는 등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자 한다"는 대한체육회의 다짐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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