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세라핌 무결점 퍼포먼스, VR 콘서트가 '시각적 쾌감' 극대화"

기사등록 2026/05/08 12:01:05

'르세라핌 VR 콘서트 : 인비테이션' 이미경 감독 서면 인터뷰

"'기술이 감성을 압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중요"

"VR 콘서트·오프라인 공연, 서로 보완하며 발전할 듯"

"VR, 어디까지나 도구…중요한 건 관객이 무엇을 느끼는가"

[서울=뉴시스] 르세라핌 VR 콘서트 '인비테이션'. (사진 = 어메이즈(AMAZE) 제공) 2026.05.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르세라핌 VR 콘서트 '인비테이션'. (사진 = 어메이즈(AMAZE) 제공) 2026.05.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우리는 종종 거리가 감각을 지배한다고 믿는다. 무대 위 아티스트와 객석의 관객 사이, 그 물리적 간극은 동경을 낳는 동시에 닿을 수 없는 체념을 길러왔다. 그러나 기술이 인간의 시선을 대체하는 순간, 질문의 결은 달라진다. 가상의 렌즈가 육체의 미세한 떨림과 숨겨왔던 상처의 질감까지 투명하게 비출 때, 우리는 차가운 픽셀 너머에서 어떤 실존을 마주하게 되는가.

K-팝 4세대 간판 걸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이 첫 VR 콘서트 '인비테이션(INVITATION)'(오는 26일까지 롯데시네마 월드타워·8~10일&15~17일 부산 롯데시네마 서면)으로 제시한 답은 정직하고, 다정하다. 데뷔 초부터 특유의 '독기'와 단단한 갑옷으로 무장했던 르세라핌은 극강의 근접성이 폭로하는 불완전성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 투명한 프레임 안으로 걸어 들어가, 상처 입은 인간이 서로에게 기대어 어떻게 완전함에 가닿는지를 온몸으로 증명해 낸다. 조개가 살을 파고드는 모래알을 품어 진주를 빚어내듯, 이들이 삼켜온 고통의 시간은 가상현실 속에서 가장 영롱한 빛을 발한다.

이 공감각적 세계를 직조한 VR 콘서트 제작사 어메이즈(AMAZE) 이미경 감독은 기술의 진보가 감성의 후퇴를 의미하지 않음을 역설한다. 12K 해상도의 초고화질 렌즈는 단순한 스펙터클의 전시를 넘어, 아티스트의 고유한 신체성을 증명하고 관객의 깊은 외로움을 어루만지는 '기술적 서정'의 매개로 작동한다. K-팝 VR 콘서트가 늘어나고 시점에 이 감독과 서면으로 나눈 일문일답.

-무대와 객석의 물리적 경계를 허물고 근접함을 구현하셨습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거리의 축소가 관객의 감각을 어떻게 변화시키며, 르세라핌이라는 아티스트의 서사를 전달하는 데 어떤 미학적 작용을 한다고 보시나요?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만큼 사람은 시각적인 경험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가까이 본다는 건 단순히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표정이나 숨소리 같은 작은 디테일까지 느끼게 되는 경험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VR은 아티스트와 관객 사이의 감정적인 거리를 훨씬 가까워지게 해주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르세라핌이 가진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에너지' 역시 이런 극강의 근접성을 통해 더 직접적으로 전달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12K 초고화질 렌즈는 안무의 디테일뿐만 아니라 멤버들의 미세한 근육 떨림이나 상처까지 투명하게 담아냅니다. 차가운 기술적 정교함이 오히려 아티스트의 불완전성과 실존을 증명하는 서정성으로 환원되는 이 지점을 연출 단계에서 어떻게 의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VR 콘서트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기술이 감성을 압도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인물의 작은 디테일들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살리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고요. 실제 사람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피부 질감이나 컬러에 대한 보정도 최대한 자제했습니다. 특히 르세라핌 멤버분들은 촬영본에 담긴 본연의 모습이 이미 완벽했습니다. 관객분들이 '실제 피부 같다'는 후기를 남겨주시는데, 실제 피부가 맞습니다. 그 생생함을 마음껏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서울=뉴시스] 르세라핌 VR 콘서트 '인비테이션' 이미경 감독. (사진 = 어메이즈(AMAZE) 제공) 2026.05.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르세라핌 VR 콘서트 '인비테이션' 이미경 감독. (사진 = 어메이즈(AMAZE) 제공) 2026.05.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일상적인 주방에서 끝없는 우주로 이어지는 초현실적 공간 전환이 인상적입니다. 기존 오프라인 무대 연출의 문법과 비교했을 때, VR이라는 공감각적 환경에서 공간과 배경을 기획하실 때 가장 주안점을 둔 철학은 무엇입니까?

"익숙하지만 동시에 낯선 공간을 만드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평범한 주방인데 어느 순간 내가 도마 위 재료가 된 것 같은 느낌이라든지, 익숙한 도시 풍경인데 벽화가 살아 움직이는 장면처럼요. VR은 단순히 화면을 보는 게 아니라 그 공간 안에 들어가는 경험에 가깝기 때문에, 현실감과 비현실감이 자연스럽게 섞이도록 많이 고민했습니다."

-르세라핌은 특유의 '독기'와 강렬한 퍼포먼스, 이른바 '정직한 신체성'을 서사로 삼는 그룹입니다. 이들의 이러한 특질이 다른 아이돌 그룹과 비교했을 때, VR이라는 360도 매체와 만났을 때 특별히 더 시너지를 낸 연출적 지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VR은 숨길 수 없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프레임도 없고, 사각지대도 없죠. 그게 오히려 득이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대부분의 곡을 원테이크로 촬영하는데, 긴 촬영 시간 동안 높은 집중력과 퍼포먼스의 완성도를 동시에 유지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르세라핌 멤버분들은 반복되는 촬영 속에서도 끝까지 텐션을 유지하면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굉장히 노력해 주셨고요. 르세라핌의 이런 무결점 퍼포먼스가 VR 콘서트의 시각적 쾌감을 극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카메라 워크가 곧 관객의 눈이 되는 매체 특성상, 퍼포먼스의 역동성을 온전히 담아내면서도 시각적 피로도를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었을 텐데요. 이를 위해 기술적으로 어떤 치밀한 계산과 타협의 과정이 있었습니까?

"VR 촬영은 일반 2D 촬영과 다르게 카메라 움직임에 제한이 많은 편입니다. 속도나 방향 전환이 과하면 관객이 피로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무엇을 더 우선해서 보여줄지 선택이 중요하죠. 멤버의 눈빛을 가까이 전달할지, 군무의 흐름을 보여줄지 같은 부분들을 계속 논의하면서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임퓨리티즈(Impurities)' 도입부에서는 멤버들이 바닥에 누워 안무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걸 제대로 담기 위해 카메라를 수직에 가깝게 세팅해야 했습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공중에 떠서 멤버들을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구성이었는데요. 내부적으로도 다양한 테스트를 많이 거쳤고, 결과적으로는 VR에서만 가능한 독특한 몰입감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뉴시스] 르세라핌 VR 콘서스 '스파게티' 장면. (사진 = 어메이즈(AMAZE) 제공) 2026.05.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르세라핌 VR 콘서스 '스파게티' 장면. (사진 = 어메이즈(AMAZE) 제공) 2026.05.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관객이 직접 특정 멤버를 선택하거나 가상의 응원봉을 흔드는 등 인터랙티브 요소가 삽입됐습니다. 팬덤과의 유희적 연대를 이끌어내면서도, 자칫 몰입을 깨거나 서사의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해 상호작용의 수위를 어떻게 조절하셨나요?

"이번 르세라핌 VR 콘서트에는 새롭게 시도한 인터랙션 기능이 있습니다. 일명 '사키 찾기' 구간인데요. 원래 오프라인 공연에서는 '원-에이트헌드레드-핫-엔-펀(1-800-hot-n-fun)' 퍼포먼스 진행 시, 아티스트가 객석을 비추는 방식의 연출이 있습니다. VR에서는 그 관계를 역전시켜서, 관객이 직접 멤버를 찾도록 했습니다. 어둠 속에서 응원봉 빛을 비추면 그 부분에만 멤버가 보이게 되는 방식인데요. 관객은 능동적으로 움직이면서 공연의 일부가 되는 동시에, 언제, 어디를 비추느냐에 따라 저마다 개인화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렇듯 '응원봉을 움직이는' 익숙한 동작에 전혀 다른 기능을 부여해서 의외의 재미를 느끼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만, 이런 인터랙션도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몰입이 깨질 수 있기 때문에, 음악의 분위기와 흐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하게 사용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픽셀로 조립된 가상의 존재가 현실의 관객에게 눈을 맞추며 실존적인 위로를 건네는 현상을, 연출자로서 어떻게 해석하고 계시는지요?

"결국 사람은 계속 다른 사람의 감정과 이야기에 끌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을 보고 인물의 삶을 상상하고, 사진 속 표정에서 당시의 감정을 느끼고, 영상 속 인물들의 희로애락에 공감하는 것처럼요. VR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봅니다. 다만 조금 더 가까운 거리에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질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질은 그대로죠. 결국 중요한 건 기술 자체보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경험 아닐까요."

-VR 콘서트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없애고, 제작비용의 효율성까지 갖춘 새로운 '공연 소비의 확장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재의 흥행 지표를 바탕으로, 향후 K-팝 산업 내에서 VR 콘텐츠가 기존 오프라인 투어와 어떤 방식으로 공존 혹은 경쟁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시나요?

"VR 콘서트가 오프라인 공연을 완전히 대체하게 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두 경험의 매력이 분명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서로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싶어요. 실제로 관객분들 후기를 보면 'VR을 보고 나니 오프라인 공연이 더 가고 싶어졌다'거나, '공연장에서는 멀어서 못 봤던 디테일이 잘 보여서 좋았다'는 반응들이 많았습니다. 앞으로는 뮤직비디오나 음악 방송처럼 VR 콘서트도 자연스럽게 하나의 관람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울=뉴시스] 르세라핌 카즈하. (사진 = 어메이즈(AMAZE) 제공) 2026.04.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르세라핌 카즈하. (사진 = 어메이즈(AMAZE) 제공) 2026.04.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는 1시간 내외의 러닝타임과 헤드셋의 무게라는 명확한 물리적 한계가 존재합니다. 향후 렌즈나 안경형 기기 등 하드웨어의 혁신이 이뤄져 이러한 제약이 사라진다면, VR 콘서트의 연출 영역은 지금보다 얼마나 더 다층적으로 진화할 수 있을까요?

"시간적인 제약이 줄어든다면 훨씬 더 다양한 곡과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보다 시네마틱한 장면이나 몰입을 위한 연출도 훨씬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을 거고요. 그렇게 되면 아티스트의 고유한 세계관이나 음악적인 색깔도 더 깊이 있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드웨어가 더 가벼워지고 관객이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면 인터랙션 방식도 많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현재는 극장 환경을 고려해 제한적인 움직임 안에서 설계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관객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형태의 공연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K-팝 아티스트를 넘어 글로벌 팝 스타들과의 작업도 염두에 두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단기적인 팬덤 대상의 흥행이나 기술적 시도를 넘어, 장기적으로 VR 콘서트가 독립적이고 확고한 '예술 장르'로 자리 잡기 위해 연출가이자 제작자로서 던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화두는 무엇입니까?

"계속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결국 '기술이 감성을 압도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VR은 어디까지나 도구이고, 중요한 건 그 안에서 '관객이 무엇을 느끼는가'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의미와 가치를 전달하지 못한다면 오래 남기 어렵지 않을까요. 저희는 VR이라는 새로운 매체 안에서 어떻게 하면 아티스트와 관객을 더 깊게 연결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떤 경험을 남길 수 있을지를 가장 중요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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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세라핌 무결점 퍼포먼스, VR 콘서트가 '시각적 쾌감' 극대화"

기사등록 2026/05/08 12:01:05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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