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사자상 사라진 베니스 비엔날레…전쟁·검열·침묵 속 개막

기사등록 2026/05/06 04:23:20

최종수정 2026/05/06 04:47:47

총감독 별세·심사위원 집단 사퇴

이란 불참…정치가 덮친 비엔날레

한국관 ‘해방공간’…한강 참여로 시선 집중


2026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가 이탈리아 베니스 자르디니와 아르세날레에서 9일부터 열린다.  *재판매 및 DB 금지
2026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가 이탈리아 베니스 자르디니와 아르세날레에서 9일부터 열린다.  *재판매 및 DB 금지

[베니스=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세계 최대 현대미술 축제 베니스비엔날레가 올해,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긴장 속에 문을 연다.

총감독의 별세, 심사위원 전원 사퇴, 황금사자상 폐지, 그리고 이란의 불참까지-예술의 축제는 개막 전부터 ‘논쟁의 장’으로 바뀌었다.
6일(현지시간) 평론가·큐레이터·기자 등을 대상으로 사전 공개를 시작한 제61회 비엔날레는 오는 9일 공식 개막해 11월 22일까지 이어진다.

2026년 베니스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임명된 코요 쿠오(Koyo Kouoh). 사진=La Biennale Di Venezi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년 베니스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임명된 코요 쿠오(Koyo Kouoh). 사진=La Biennale Di Venezi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용한 전환”…스펙터클 대신 ‘마이너 키’

이번 비엔날레의 총감독이었던 코요 쿠오는 개막을 보지 못했다. 지난해 암으로 별세하면서, 전시 준비 중 감독이 사망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그가 남긴 주제는 ‘In Minor Keys’. 음악의 단조를 의미하는 동시에 ‘비주류와 소수’를 가리킨다.

실제로 올해 본전시는 규모를 대폭 줄였다. 참여 작가는 111팀으로, 2024년(331팀)의 3분의 1 수준이다. 대신 전시장 곳곳에 ‘오아시스’ 공간을 배치해 관람 속도를 늦추고, 깊이 있는 감상을 유도한다.

참여 작가의 90% 이상이 생존 작가이며, 절반 이상이 중견 세대로 구성됐다.

미술의 지도 바뀐다…중동·아프리카 약진

지리적 중심축도 이동하고 있다.

아프리카 출신 작가는 약 20%,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는 15%로 비중이 크게 늘었다.

카타르는 자르디니 공원에 신축 국가관을 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자르디니에 새로운 국가관이 들어선 것은 1995년 한국관 이후 30년 만이다.
엘살바도르와 에콰도르도 처음으로 국가관을 선보이며 비엔날레의 지도를 다시 쓰고 있다.
 
 

심사위원 전원 사퇴…황금사자상 폐지

개막 전 가장 큰 충격은 심사위원단의 집단 사퇴다.

위원장인 솔란지 올리베이라 파르카스를 포함한 5인은 “전쟁범죄로 기소된 국가에는 상을 수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퇴했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과 베냐민 네타냐후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비엔날레 측은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폐지했다. 대신 폐막일에 일반 관객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하는 ‘관객상’을 신설했다.

이란 불참·러시아 제한 운영…정치가 점령한 전시장

정치적 긴장은 전시장 밖에서 안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이란은 개막 직전 제61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불참을 공식 통보했다. 구체적인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국제 분쟁과 관련한 정치적 부담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는 4년 만에 국가관을 재개했지만, 개막 이후 일반 관람객에게는 폐쇄하고 외벽 영상 상영으로 대체한다.
이스라엘관 역시 기존 자르디니 상설관이 아닌 외부 공간으로 옮겨졌다.

예술에 참여하는 방식 자체가 정치적 선택이 된 셈이다.

소설가 한강 설치 작품. 사진=아르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소설가 한강 설치 작품. 사진=아르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관 ‘해방공간’…한강·요이 참여

한국관은 최빛나 예술감독이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를 주제로 구성했다.

1945년 해방부터 정부 수립까지의 3년을 재조명하는 전시로, 작가 최고은·노혜리가 참여한다.

특히 한강이 설치작품 ‘더 퓨너럴’을 선보여 주목된다. 제주 4·3 사건의 기억을 다룬 작업이다.

111명이 초청된 본전시에 한국작가는 국제갤러리 전속인 마이클주와 현대미술가 요이가 참여한다.
'실렌티움'에 선 이우환 작가, 2025. 사진=이재안, 호암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실렌티움'에 선 이우환 작가, 2025. 사진=이재안, 호암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도시 전체가 전시장…한국 이우환 등 주목

비엔날레 기간 베네치아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전시장으로 변한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80세 기념전을 연다. 이 미술관 역사상 생존 여성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은 처음이다.  한국 작가 중에서는 이우환 회고전이 공식 병행 전시로 열린다. 산마르코 아트센터에서 약 20점을 선보이며 60여 년 작업을 아우른다. 또 심문섭 작가가 조각에서 회화까지 예술세계 50년을 조망하는 전시도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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