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m 절벽 위 최남단 대기감시소, 바람 관측 통해 기후변화 원인물질 감시[현장]

기사등록 2026/04/30 07:00:00

최종수정 2026/04/30 07:04:24

기상청 제주고산 지구대기감시소 현장 방문

강한 해풍 맞으며 온실가스, 자외선 등 관측

현재는 해안가 위주 4곳…내륙 필요성 제기

육불화황…온실효과 이산화탄소의 '2만배'

[서울=뉴시스] 지난 29일 기상청 지구대기감시연구과 김수민 연구관이 제주시 제주고산 지구대기감시소에서 관측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기상청 제공) 2026.04.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29일 기상청 지구대기감시연구과 김수민 연구관이 제주시 제주고산 지구대기감시소에서 관측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기상청 제공) 2026.04.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뉴시스]이태성 기자 = "여기 불어오는 바람부터가 관측의 시작입니다! 흡입 타워가 공기를 빨아들이면 저기 저 검은 선을 따라 땅속으로 이동하고, 수분을 제거한 뒤 본격적인 분석이 진행됩니다."

지난 29일 찾은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제주고산 지구대기감시소.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우리나라 최남단 제주에서 기후변화 원인물질을 감시하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 서쪽 끝 봉우리인 수월봉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감시소는 절벽 밖에서 불어오는 서해의 강한 바닷바람을 맨 먼저 맞닥뜨리고 있었다.

이날 역시 강한 바람에 옷가지와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빗방울이 떨어지는 궂은 날씨였지만, 기상청 연구원은 태연하게 "그래서 이곳이 대기 오염물질의 농도를 관측하는 장소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 감시소의 관측 지점 높이는 고도 71m, 아파트 20층 이상 높이다. 감시소 옆 언덕 위로 올라가니 무성하게 자란 갈대와 잔디, 깎아내린 절벽이 절경을 이뤘다. 사람이 숨 쉴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조차 관측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이곳은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된다.

기상청은 이곳 감시소에서 온실가스나 에어로졸, 자외선, 대기복사 등을 관측한다. 제주고산에서는 현재 이산화탄소와 메탄, 아산화질소, 육불화황 등 4종의 온실가스 농도를 관측하고 있다.

먼저 건물 바깥 흡입 타워를 통해 공기를 빨아들인 뒤 전처리실로 보내 습기를 제거한다. 공기에 수분이 많으면 정확한 관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후 관측실로 옮겨가 1초에 1번에 달하는 빈도로 각종 물질의 농도를 측정하고 보정 작업을 거친다.

이렇게 관측한 자료들은 기후변화감시통계 등 국가승인통계로 제공되거나,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국내 정책자료 등으로 활용된다. 그뿐만 아니라 전 지구 관측 네트워크에 포함돼 IPCC 평가보고서에 반영되기도 한다.
[서울=뉴시스] 국내 지구대기감시소 (자료=기상청 제공) 2026.04.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국내 지구대기감시소 (자료=기상청 제공) 2026.04.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대기감시 중요성 커져…내륙 개소 필요성도

기상청은 기후변화로 지구온난화가 사회·경제적 문제가 되면서 한반도에서 기후변화 원인물질의 유출입을 감시하기 위한 지구대기감시 관측망 운영하고 있다.

1987년 1월 소백산기상관측소에서 배경대기오염에 대한 상시 관측을 실시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2018년 1월에는 안면도, 제주고산, 울릉도독도, 포항 등 4개 감시소 및 서울, 광주, 제주, 남극 등 7개의 위탁관측소로 구성된 기후변화감시망을 구성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4곳의 지구대기감시소는 기후변화 원인물질의 유입·유출 경로를 고려, 남한을 둘러싸는 형태로 지정됐다. 특히 주변의 인위적, 국지적 영향이 크지 않은 곳들로 선정됐다.

원인물질의 유입 지역에 해당하는 한반도 중부 서해안에 안면도 감시소, 한반도 남쪽 제주도에 고산 감시소가 있다. 우리나라 동쪽 끝에 위치한 울릉도독도 감시소는 원인물질이 빠져나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이들 지구대기감시소에서는 세계기상기구의 권고 기준에 따라 지구대기에 존재하는 ▲온실가스 ▲반응가스 ▲에어로졸 ▲성층권오존·자외선 ▲대기복사 ▲총대기침적 등 총 6개 분야, 36개 요소를 관측하고 있다.

이렇게 관측한 자료들은 기후변화감시통계 등 국가승인통계로 제공되거나,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국내 정책자료 등으로 활용된다. 또한 전 지구 관측 네트워크에 포함돼 IPCC 평가보고서에 반영된다.

기상청은 더 정확한 배경농도 산출을 위해 충북과 경북 사이 추풍령에 추가 대기감시소 개소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남한을 둘러싸는 형태로 해안가에만 대기감시소가 있는데, 내륙에 추가될 경우 더 세밀한 관측이 가능해질 거란 기대가 나온다.
[서울=뉴시스] 제주 서귀포시 국립기상과학원 내 육불화황 세계표준센터 모습. (사진=기상청 제공) 2026.04.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제주 서귀포시 국립기상과학원 내 육불화황 세계표준센터 모습. (사진=기상청 제공) 2026.04.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산화탄소보다 2만배 강한 물질도…"관심 필요"

기상청이 지난 29일 발간한 '2025 지구대기감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육불화황 등 온실가스의 배경농도가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배경농도란 관측지점 주변의 인위적 영향이나 자연적 배출·소멸의 국지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균질하게 혼합된 대기 상태에서 측정된 농도를 뜻한다.

여러 오염물질 중에서도 앞으로 그 추세가 주목되는 건 육불화황이다.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 다른 온실가스에 비해 아직 비중이 크진 않지만, 자연분해되지 않고 축적된다는 특징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관측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육불화황은 미량이지만, 지구온난화지수(이산화탄소에 비해 지구를 얼마나 따뜻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지표)가 2만4300배 달하는 강력한 온실가스다. 한번 배출되면 자연소멸되지 않고 1000년 동안 대기 중에 체류하며 지속된다.

1970년대 0.3ppt(농도 단위, 1조분의 1)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육불화황은 지난해 우리나라 12.5ppt, 전지구 12.2ppt 수준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육불화황의 배출 원인은 주로 고전압 절연장치 제조나, 반도체 공정 과정 등 우리나라에서 활발한 산업 구조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수정 기상청 지구대기감시과 연구사는 "현재는 배출량이 많은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지만, 육불화황의 경우 공학적인 분해 기술을 개발하지 않고선 해결할 방법이 없어 앞으로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지난 2012년부터 육불화항 세계표준센터로 지정돼 운영 중이다. 세계표준센터는 전세계 관측소들이 세계기상기구(WMO) 기준에 맞는 고품질 관측 자료를 생산할 수 있도록 기술을 지원하거나, 품질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71m 절벽 위 최남단 대기감시소, 바람 관측 통해 기후변화 원인물질 감시[현장]

기사등록 2026/04/30 07:00:00 최초수정 2026/04/30 07:04:24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