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철·일필의 획…김수수 ‘공(工)’, 시간을 단련하다

기사등록 2026/04/29 10:08:25

갤러리508서 개인전 5월 9일 개막

 김수수, 공, 2026, oil on canvas, 130 x 80cm *재판매 및 DB 금지
김수수, 공, 2026, oil on canvas, 130 x 80c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노동을 그린 게 아니라, 생성의 메커니즘을 그렸다.”

추상화가 김수수의 작품 ‘공(工)’의 출발점은 용광로 앞에서의 경험이다.

문이 열리는 순간, 강렬한 열기 속에서 철은 녹아내리고 다시 응고된다. 그 장면은 단순한 시각적 경험이 아니라, 물질이 스스로를 재구성하는 순간으로 작가에게 각인됐다.

그의 화면은 축적과 즉흥이 교차하는 구조로 이루어진다. 반복된 붓질과 건조로 형성된 두터운 바탕 위에, 단숨에 그어지는 일필의 획이 더해진다.

이는 재련의 과정과 닮아 있다. 오랜 시간 축적된 열과 압력 위에 결정적인 순간의 힘이 가해질 때 비로소 형태가 완성되듯, 화면 역시 시간과 행위의 긴장 속에서 균형을 이룬다.

‘공(工)’은 기술이자 태도다. 작가는 이전 작업 ‘불’에서 이어진 ‘용광로의 인상’을 확장해, 불의 이미지가 아닌 그 안에서 일어나는 물질의 변화와 형성의 과정에 주목한다.

불, 2026  Oil on canvas, 91x65cm  *재판매 및 DB 금지
불, 2026  Oil on canvas, 91x65cm  *재판매 및 DB 금지


불과 철, 그리고 반복의 시간을 회화로 번역한 김수수의 작업은 서울 청담동 갤러리 508에서 5월 9일부터 6월 24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공(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붉은색에서 흰색으로의 이행은 고열 속에서 식어가는 철의 상태를 시각화한 것이다.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검정은 냉각의 흔적이자, 아직 사라지지 않은 열의 잔존이다.

 용광로 앞에서 불을 다루는 행위는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시간을 축적해 물질을 변화시키는 집중의 과정이다.
 
작가 김수수 역시 화폭 앞에서 같은 태도를 유지한다. 반복과 축적, 그리고 순간의 행위가 교차하는 수행 같은 과정 속에서 작가는 스스로를 형성해 간다.

작업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 그 자체임을 전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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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철·일필의 획…김수수 ‘공(工)’, 시간을 단련하다

기사등록 2026/04/29 10:08:25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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