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보물상자 같아요"…답십리 고미술상가, MZ 성지로 부활[출동! 인턴]

기사등록 2026/04/29 05:52:00

최종수정 2026/04/29 06:04:24

발길 끊겼던 골목, '디깅 소비' 빠진 2030 몰리며 검색량 12배↑

3040 상인들의 재해석과 연예인 방문 입소문에 SNS '힙플' 등극

"변하지 않는 가치" 느림의 미학 찾는 청년들 발길에 시장 활기

[서울=뉴시스] 유하영 인턴기자= 27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고미술상가 내에 위치한 '대덕당'의 모습. 오래된 골동품들이 쌓여있다.2026.04.27.
[서울=뉴시스] 유하영 인턴기자= 27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고미술상가 내에 위치한 '대덕당'의 모습. 오래된 골동품들이 쌓여있다.2026.04.27.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김세은 인턴기자, 장서연 인턴기자 = 서울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 1번 출구를 지나 도심의 큰길에서 골목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현대적인 풍경과는 사뭇 대조되는 예스러운 간판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목가구와 투박한 멋을 지닌 도자기, 상가 곳곳에 배치된 불상과 놋그릇, 그리고 빛바랜 유리잔과 자물쇠에 이르기까지. 이곳 동대문구 답십리 고미술상가는 도심 한복판에서 홀로 시간을 되돌린 듯한 독특한 정취를 자아낸다.

그간 중장년층 수집가나 해외 바이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답십리 고미술상가가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취향 성지'로 각광받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깊게 파고들며 개성 있는 물건을 찾는 이른바 '디깅(Digging)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한동안 정체기에 머물렀던 골동품 시장에도 새로운 활력이 스며들고 있다.
[서울=뉴시스] 유하영 인턴기자= 답십리 고미술상가의 입구.2026.04.27.
[서울=뉴시스] 유하영 인턴기자= 답십리 고미술상가의 입구.2026.04.27.

지난 27일 오후 방문한 답십리 고미술상가 2동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활기가 넘쳤다. 길게 이어진 복도를 따라 늘어선 고미술품 사이로 카메라를 든 대학생들과 빈티지한 차림의 20대 커플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상가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 씨는 "인스타그램에 '서울 놀거리'를 검색하다가 알게 됐다"며 "완전 보물창고 같다. 뭐가 나올지 몰라서 계속 보게 된다"고 말했다.

 답십리 고미술거리의 역사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청계천과 아현동, 충무로, 황학동 등지에 흩어져 활동하던 소규모 골동품 상점들이 이곳으로 하나둘 모여들며 지금의 군락을 형성했다.

과거에는 주로 전문 수집가나 인테리어 업자, 해외 바이어들이 주된 고객층이었으나, 수집 세대의 고령화와 소비 침체로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소셜미디어(SNS)와 유튜브를 통해 상권의 독특한 매력이 소개되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반드시 방문해야 할 '핫플레이스'로 재부상했다. 

변화의 바람은 데이터로도 증명된다.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 분석 결과, 2025년 3월 약 490건에 불과했던 ‘답십리 고미술상가’ 검색량은 올해 3월 약 6300건으로 늘어났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답십리고미술상가’ 해시태그와 함께 조선시대 자물쇠부터 각종 식기류, 안경집 등 직접 구매한 물건을 공유하는 게시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서울=뉴시스] 유하영 인턴기자= 27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고미술상가 내 한 상점에 수백 년 된 식기류가 진열돼있다. 2026.04.27.
[서울=뉴시스] 유하영 인턴기자= 27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고미술상가 내 한 상점에 수백 년 된 식기류가 진열돼있다. 2026.04.27.

 현장 상인들도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에 반가움을 표했다. 상가를 오랜 시간 지켜온 '대덕당'의 이기만 씨는 "예전에는 해외 고미술품 바이어들이 주 고객이었고 기존 수집가 세대도 나이가 들면서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 걱정이 많았다"며 "요즘 젊은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오면서 시장 전체에 다시 생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부활에는 젊은 감각을 수혈한 2세대 상점들의 역할이 주효했다. '오브', '고복희', '호박포크아트갤러리’, '가화' 등 30~40대 고미술 상점 운영자들이 현대적인 감각으로 고미술을 재해석한 가게들이 입소문을 탔다. 여기에 배우 금새록, 방송인 김나영, 배우 이혜리 등 연예인들과 유튜버들의 방문과 촬영이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홍보 효과도 커졌다.
[서울=뉴시스] 유하영 인턴기자= 27일 답십리 고미술상가내 위치한 고미술 상점 '가화'의 모습. 달항아리의 좌측 벽면으로는 1300년됐다는 토기들이 줄지어 전시되어 있다.2026.04.27.
[서울=뉴시스] 유하영 인턴기자= 27일 답십리 고미술상가내 위치한 고미술 상점 '가화'의 모습. 달항아리의 좌측 벽면으로는 1300년됐다는 토기들이 줄지어 전시되어 있다.2026.04.27.

달항아리 등 조선시대 생활 기물을 판매하는 '가화' 관계자는 "토요일에는 사람이 말도 못 하게 몰린다"며 "이렇게 다양한 고미술품을 한자리에서 구매할 수 있는 곳은 서울에서 사실상 답십리가 거의 유일하다"고 말했다.

 방문객들이 이곳의 물건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히 '오래됨'에만 있지 않다. 상점 주인이 들려주는 기물의 제작 시기와 용도, 이전 소유자에 대한 이야기는 소비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이 된다. 한 방문객은 "언제 만들어진 건지, 누가 썼던 건지 설명을 듣다 보니 물건에 더 정감이 간다"고 말했다.

빠른 변화에 지친 청년들에게 고미술품 특유의 '느림'은 오히려 매력적인 가치로 다가온다. 장식품을 구매하러 온 이세정(25) 씨는 "너무 빠르게 바뀌는 요즘 유행에 질린 것 같다"며 "오히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에 더 끌리게 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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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보물상자 같아요"…답십리 고미술상가, MZ 성지로 부활[출동!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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