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연구관 징계 '비공개'에…판·검사 공개와 달라 '부적절'

기사등록 2026/04/24 15:08:18

최종수정 2026/04/24 15:46:24

'견책' 징계 받은 부장급 연구관, 최근 사직서 제출

헌법연구관, 재판관 도와 보고서, 결정문 초안 작성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응…징계 비공개 적절성 도마

작은 조직 특성상 '2차 피해' 우려하는 의견도 제기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헌법재판소 창설 이래 처음 '스토킹' 의혹을 받는 부장급 헌법연구관의 징계를 결정했으나, 판·검사와 달리 규정 미비로 징계 사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온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2026.04.24.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헌법재판소 창설 이래 처음 '스토킹' 의혹을 받는 부장급 헌법연구관의 징계를 결정했으나, 판·검사와 달리 규정 미비로 징계 사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온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2026.04.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헌법재판소 창설 이래 처음 '스토킹' 의혹을 받는 부장급 헌법연구관의 징계를 결정했으나, 판·검사와 달리 규정 미비로 징계 사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온다.

성 비위 사건의 특성을 고려해 피해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보호책 마련,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교육 등 조직 문화 진단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이번주 초 '스토킹' 의혹을 받는 부장급 헌법연구관 A씨에게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사유로 하는 '견책' 징계를 처분했다.

헌재는 징계와 별도로 A씨의 보직을 박탈하는 인사도 했다. 이에 A씨는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한 여성 헌법연구관에게 수개월 동안 연락을 시도하거나 만남을 요청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헌재가 지난 1988년 설립된 후, 공무원에 대한 징계는 있었으나 헌법연구관을 징계한 일은 처음이다.

다른 부장급 헌법연구관이 3년 전 여성 연구관들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헌재는 고충 상담을 했으나, 피해자들이 공론화를 원치 않아 상담 단계에서 사안이 종결됐다고 한다.

헌재는 헌법재판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사무차장과 헌법연구관을 포함한 4명 이상 6명 이하로 구성되는 '헌법연구관 징계위원회'에서 징계를 의결한다.

창설 이래 첫 징계를 의결했음에도 그 수위가 가장 낮은 '견책'에 그친 점도 비판을 받는다. 국가공무원법상 견책은 '훈계하고 회개하게 한다'는 뜻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30년 만에 징계를 할 정도면 사안이 과연 가벼운 일이었을까 의문"이라며 "사회적 지위가 높은 만큼 성 비위 사건을 저지른 점에 대해서는 무거운 처분을 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은 언론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판·검사는 각각 법관징계법과 검사징계법에 따라 징계 처분을 한 때에는 그 사실을 반드시 관보에 실어야 하는데 헌재는 이번 징계 처분을 관보에 공시하지 않았다.

헌법연구관과 헌재 소속 공무원을 징계할 때는 '국가공무원법', '헌재 공무원 규칙'과 '헌재 공무원 징게양정 등에 관한 내규'가 적용되는데, 헌법연구관 징계를 관보에 싣도록 한 근거 규정이 없는 탓이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2026.04.24.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2026.04.24. [email protected]
헌법연구관은 판·검사와 같은 특정직 공무원으로, 헌법재판관을 보좌해 사건을 조사한 보고서를 쓰거나 결정문 초안 작성을 돕는 법률가다. 판사 등이 주로 맡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에 대응하는 직책이다.

헌법재판의 심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공적 책무와 그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부장급으로 승진하려면 최소 10~15년은 근속해야 한다.

헌재가 국민 기본권 수호의 최후 보루를 자임하고 있는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징계 사유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다른 변호사는 "그간 헌법연구관 수가 많지 않고 사건 사고가 없어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며 "재판소원 도입 이후 헌법연구관 수가 늘어나고 조직의 규모가 커질 것인 만큼 이 참에 규정을 투명하게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적으로 지원과 지청이 있는 법원·검찰과 달리 규모가 작은 헌재의 특수성을 감안해 '2차 가해'를 막기 위한 조치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연구관 총 정원은 73명으로, 다음달부터 재판소원과 맞물려 20명이 증원된다. 헌재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헌법재판연구관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직원이 종로구 안국동 본청에서 근무한다.

유호정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스토킹 사안이라면 가해자나 피해자의 주변인들이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도 알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징계 공개 등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헌재 내부에 성폭력 사안을 해결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인력이 충분한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며 "징계 규정을 정비하거나 부장급 연구관을 포함한 직원 대상 교육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부족한 점이 없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 관계자는 징계 사항의 관보 게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헌법연구관들은 판사나 검사처럼 집행권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재판관을 보좌하는 연구 역할을 해 왔고, 그동안 구성원들을 공개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해 형량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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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연구관 징계 '비공개'에…판·검사 공개와 달라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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