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라임·DLF 등 제재, 법정서 줄줄이 뒤집혀
"제재를 1차 판단 정도로 여겨…감독권위 예전만 못해"
금융당국, ELS 제재도 장고…소송 부담 커져

[서울=뉴시스]우연수 최홍 기자 = 금융위원회의 행정 제재에 불복해 소송으로 대응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주요 사건에서 금융당국이 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제재를 받아도 일단 법정에서 다투는 것이 일상적 선택지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위 행정 제재를 상대로 제기된 신규 행정소송은 85건으로 집계됐다.
1심 기준 신규 소송 건수는 ▲2021년 29건 ▲2022년 35건 ▲2023년 64건 ▲2024년 79건 ▲2025년 85건으로 5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행정소송 비용도 1억6525만원에서 9억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으며 올해 관련 예산은 11억원까지 확대됐다. 제재 이후 소송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비용 부담 역시 빠르게 불어나는 모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주요 사건에서 금융위가 잇따라 패소하면서 불복 소송이 사실상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라임펀드와 해외 파생결합펀드(DLF) 등 손실 사태와 관련한 금융지주 회장과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등에 대한 제재를 두고 법정 다툼을 이어왔지만 연이어 패배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연이어 DLF 관련 중징계 소송에서 이겼으며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각각 중징계를 받은 박정림 전 KB증권 사장과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사장도 금융위를 상대로 최종 승소했다.
이 같은 판례가 누적되면서 금융당국의 제재 권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은 금융당국 제재가 결론이 아니라 뒤집을 수 있는 1차 판단 정도로 여겨지는 것 같아 감독 권위가 예전만 못한 것 같다"며 "제재를 내릴 때 행정소송으로 갈 경우의 법원 시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졌다"고 전했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단 법원으로 가게 되면 금융회사들은 호화 변호인단을 이끌고 소송에 참여하는데 금융위는 건당 수백만원의 대리인 선임 비용밖에 지출할 수 없다"며 "소송은 늘어나는데 대응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남은 홍콩H지수 주가연계지수(ELS) 제재안을 두고도 장고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건별 ELS 소송에서 금융회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판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5개 은행 합산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그대로 확정하기에는 부담이 따르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당국 행정제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워졌다는 입장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과징금·과태료 등이 대폭 늘어나 제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배임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징금 규모가 커진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은 책임 문제로 번질 수 있다"며 "소송을 통해 다투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