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덮친 월세 상승…청춘은 더 좁은 방으로[르포]

기사등록 2026/04/24 04:30:00

서울 평균 월세 71만원…대학가 체감 주거비 부담 커져

"작년보다 월세 10만원가량 올라…관리비 올리기도"

저렴한 주거 대안 찾기 분주…반지하·장학숙 선택 늘어

[서울=뉴시스] 안태현 인턴기자 = 서울 동작구 중앙대 정문 인근에 부착된 월세 전단. 2026.04.22.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안태현 인턴기자 = 서울 동작구 중앙대 정문 인근에 부착된 월세 전단. 2026.04.22.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안태현 인턴기자 = "요즘은 전세 매물도 거의 사라졌고 전세 찾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보면 돼요."

22일 서울 동작구 상도역 인근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매물을 묻는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전세사기 사태 이후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보증보험 가입도 까다로워지면서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 전세를 꺼리고, 집주인 역시 수요가 없으니 월세로 돌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중간고사가 한창인 4월, 대학가는 분주했다. 강의실과 도서관을 오가는 학생들로 캠퍼스는 붐볐고, 시험 준비에 지친 얼굴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그러나 캠퍼스를 벗어나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낡은 벽돌 건물과 오래된 다세대주택이 늘어선 원룸촌은 한산했고 그 사이로 부동산 중개업소 간판만이 듬성듬성 자리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중개사들은 입을 모아 "전세 매물이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전세사기 여파로 계약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계약 직전 파기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학가 주거 시장은 빠르게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전세 대신 월세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임대료도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다. 상도동 일대 원룸의 경우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월세는 통상 60만원대 중반 수준이지만, 여기에 관리비를 더하면 실제 부담은 70만~80만원에 이른다.
 
숭실대 정문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또 다른 관계자는 "그나마 있는 전세도 다 월세로 전환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원룸은 보통 다중주택이라 대출이 잘 안 나온다. 월세 쪽으로 수요가 이동한 탓에 작년보다 월세가 10만원가량 오른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안태현 인턴기자 = 서울 동작구 중앙대 후문 인근 원룸촌 모습. 2026.04.22.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안태현 인턴기자 = 서울 동작구 중앙대 후문 인근 원룸촌 모습. 2026.04.22. *재판매 및 DB 금지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2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서울 지역 연립∙다세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의 보증금 1000만원 기준 평균 월세는 71만원으로 조사됐다. 전월 대비 4만원(5.2%) 오른 수준이다. 동작구는 평균 월세가 62만원으로 서울 평균보단 낮은 편이다.
 
현장에서 체감되는 주거비 부담은 통계보다 더 무겁다. 상도동 일대 원룸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약 65만원 수준이지만, 여기에 평균 10만원이 넘는 관리비가 더해지면서 실제 부담은 70만원대를 훌쩍 넘는다.

일부 중개업소에서는 월세 인상에 대한 제도적 제한과 임차인의 심리적 저항을 이유로, 관리비를 사실상 '우회 인상'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언급된다. 한 중개사는 "월세는 자주 올리기 어려운 구조라 관리비를 2~3만원씩 조정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월세 부담이 커지면서 학생들의 주거 선택도 달라지고 있다. 일부는 채광이나 주거 환경을 포기하고 반지하나 노후 주택을 택한다.

숭실대 인근 반지하에 거주 중인 졸업생 A씨는 "조건을 따지다 보면 감당이 안 돼 가장 저렴한 방을 선택했다"며 "채광이 좋지 않지만, 월세가 32만원으로 절반 수준이라 버티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대 재학생 B씨 역시 지난달 반지하로 입주했다. 그는 "사람들이 기피하는 반지하 조건으로 겨우 집을 구했다"며 "요즘 월세가 너무 올라 방을 옮기는 학생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수요는 꾸준하지만 공급은 제자리라는 점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대학가 특성상 학생 수요는 안정적으로 유지되지만, 재개발·재건축은 제한적이다.

[서울=뉴시스] 안태현 인턴기자 = 서울 동작구 상도동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전단이 붙어있다. 2026.04.22.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안태현 인턴기자 = 서울 동작구 상도동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전단이 붙어있다. 2026.04.22. *재판매 및 DB 금지
상도역 인근 한 중개사는 "매년 젊은 인구 유입이 늘어나 기존 원룸으로는 소화가 안 되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땅값과 공사비 상승에 대출 규제까지 더해지니 이 골목에서는 재건축이 이루어지기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재개발로 오히려 원룸 공급이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난다. 중앙대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흑석뉴타운 개발로 기존 원룸이 아파트로 바뀌면서 학생들이 상도동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안을 찾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와 거리가 있더라도 저렴한 지역 학사, 기숙사형 주택 등의 차선책을 찾는다.

중앙대 재학생 C씨는 전라북도가 운영하는 '서울장학숙'을 택했다. 그는 "방배동이라 학교와는 멀지만, 월세가 15만원이라 부담이 없다. 식사도 세끼 모두 제공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상경했다는 D씨는 원룸을 포기하고 기숙사형 주택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마포구에 위치한 '대학생주택'에 거주중이다. 그는 "1인 1실에 역세권이고, 보증금 30만원과 월세 40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돼서 매우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주거비용 안정을 위해서 공공주택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청년 세대들에게 공공 영구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해줘야 한다"며 "대학에서도 민간 기숙사를 짓는 등 공급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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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덮친 월세 상승…청춘은 더 좁은 방으로[르포]

기사등록 2026/04/24 04:3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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