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지도자' 모즈타바…이란, '침묵의 정치'로 재편되나

기사등록 2026/04/22 14:32:44

최종수정 2026/04/22 15:46:23

6주째 공개 행보 전혀 없어…건강 이상설 확산

갈리바프·아라그치 부상…권력 분산 속 균열 조짐

"침묵이 책임 회피 방패"…협상 방식에 좋은 구실

[런던=AP/뉴시스] 지난 15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알쿠드스 데이에서 한 시위자가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초상화를 들고 있다. 2026.03.21.
[런던=AP/뉴시스] 지난 15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알쿠드스 데이에서 한 시위자가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초상화를 들고 있다. 2026.03.21.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이란 최고지도자에 오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6주 넘게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이란 권력 구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전임자이자 부친인 고(故)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망 이후 권력을 승계했지만, 국민들은 아직 그의 얼굴이나 육성을 직접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21일(현지 시간) CNN에 따르면 현재까지 모즈타바의 메시지는 국영 방송을 통한 성명 낭독이나 소셜미디어 게시물 형태로만 전달되고 있다.

심지어 정권은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된 영상까지 활용해 그의 발언을 공개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그가 중상을 입었거나 해외에 체류 중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지난달 CNN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모즈타바가 공습 당시 발 골절과 안면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반면 로이터 통신은 그가 음성 회의를 통해 국정에 관여하고 있으며, 전쟁과 미국과의 협상 등 핵심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 권한 행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제위기그룹의 이란 프로젝트 책임자인 알리 바에즈는 CNN에 "모즈타바는 협상을 세세하게 관리할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체제는 그를 최종 승인권자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고지도자의 '침묵' 자체가 협상 책임을 분산시키는 방패로 기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상황은 아버지 알리 하메네이 시절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그는 매주 공개 연설과 정치적 개입을 통해 권력의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반면 모즈타바 체제에서는 '보이지 않는 지도자'라는 새로운 통치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권력 공백 논란 속에서 일부 정치인들의 존재감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특히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미국과의 1차 협상을 이끌며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출신인 그는 군과 외교를 모두 이해하는 인물로, 현재 권력 핵심축 중 하나로 평가된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역시 협상 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 호르무즈 해협 개방 발표 이후 강경파 지지층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국영 매체들까지 "지도부 승인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압박하면서, 권력 내부의 균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란 내부 상황은 대외 협상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이란 협상 대표단을 "매우 합리적인 사람들"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상대와 협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고지도자의 부재가 협상 구조 자체를 바꿔놓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이란 지도부는 두 가지 압박에 동시에 직면해 있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일정 수준의 타협을 모색해야 하는 동시에, 이를 ‘항복’으로 간주하는 강경파 지지층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독일 국제안보연구소의 객원 연구원인 하미드레자 아지지는 "이란은 국내외 압력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며 "이는 체제의 심각한 딜레마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전쟁 이후 형성된 비상 체제는 권력 구조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일부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정권 내부는 물론 지지층에서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 정권은 아직 붕괴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바에즈는 "이 체제는 여전히 생존을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언제든 전쟁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부 분열에 빠질 여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결국 '보이지 않는 최고지도자'라는 이례적 상황은 단순한 건강 이상 문제를 넘어, 이란 권력 구조의 재편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바에즈는 "이란 협상단이 비판을 피하기 위해, 설령 모즈타바가 동의하지 않았더라도 그의 견해를 인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행방불명된 인물은 이를 반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좋은 구실이 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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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지도자' 모즈타바…이란, '침묵의 정치'로 재편되나

기사등록 2026/04/22 14:32:44 최초수정 2026/04/22 15: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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