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 후폭풍…반미 확산에 美영향력 흔들, 동맹도 세계도 각자도생

기사등록 2026/04/21 16:31:14

반미 여론 확산·동맹 균열 가속…“중국엔 기회, 미국엔 장기 손실”

에너지 충격 겪은 각국, 미국 대신 재생에너지·원전으로 눈 돌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백악관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4.17.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백악관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4.17.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흔들고, 전통적 우방국들까지 미국과 거리를 두게 만드는 동맹의 균열을 낳고 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20일(현지시간) 미국의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란전은 방글라데시에서 슬로베니아에 이르기까지 연료 배급과 운송 차질, 반미 여론 확산, 동맹국 불신을 낳으며 미국의 외교적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다. 폴리티코는 이런 힘의 침식이 중국 같은 미국의 경쟁국들에 기회를 주고 있으며, 한 번 약해진 영향력은 되돌리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이슬람권 국가들에선 정부의 묵인 아래 반미 서사가 빠르게 퍼지고 있고,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조차 이번 전쟁을 전폭적으로 돕지 않고 있다. 일부 동맹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공격 전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복귀 이후 누적돼온 미국과 세계의 거리감이 이번 전쟁을 계기로 더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한 아시아 외교관은 폴리티코에 이번 전쟁의 혼란스러운 전개와 경제적 파장을 두고 많은 나라가 지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차기 미국 대통령이 더 합리적이라면 미국 이미지가 나아질 수는 있겠지만,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선 미국 동맹을 앞으로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장기적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탄불=AP/뉴시스] 1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있는 주튀르키예 미국 영사관 앞에서 친이란-반미·반이스라엘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포스터를 불태우고 있다. 2026.02.02.
[이스탄불=AP/뉴시스] 1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있는 주튀르키예 미국 영사관 앞에서 친이란-반미·반이스라엘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포스터를 불태우고 있다. 2026.02.02.
실제 우방국의 거리두기 조짐도 뚜렷하다.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는 미국과의 경제 관계를 바로잡아야 할 “약점”이라고 규정하며, 어느 한 외국 파트너에 의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럽 외교가에서도 미국이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가 전후 호르무즈 해협 개방 구상을 주도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폴리티코는 이번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가까운 동맹국들에게조차 사전 설명을 하지 않았고, 이후에도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제시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대이란 메시지도 미국의 신뢰를 깎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장기 전략을 맡았던 토머스 라이트는 “동맹은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고, 적국은 무엇을 두려워해야 할지 모르며,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내각도 그의 전략과 의도를 모른다”고 말했다.

에너지 분야에선 미국의 영향력 약화가 더 구조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에 돌입한 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중동 에너지 시설 공격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가스 생산국으로서 단기적으로는 시장 영향력을 키울 수 있지만, 이런 이익은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노출된 아시아 국가들은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와 원전 재가동을 서두르고 있고, 유럽도 특정 공급국 의존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 효율 투자와 전기차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2026.04.14.
[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2026.04.14.
문제는 그 과정에서 중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화석연료의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 충격을 줄이기 위해 각국이 태양광과 배터리, 전기차를 대안으로 여기기 시작했고, 이 분야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으로 더 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마사토 간다 총재도 최근 불확실성을 버티는 데 그치지 않고 더 지속 가능한 안정을 위한 토대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장 밖 외교전에서도 미국은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타지키스탄 주재 미국대사관은 최근 전문에서 이란전 이후 현지 언론에서 지속적인 반미 서사가 떠오르고 있고, 경쟁국들이 여론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원을 쏟고 있다고 경고했다. 폴리티코는 바레인과 인도네시아, 아제르바이잔 등에서도 비슷한 경고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이 관계 강화를 추진해온 나라들에서조차 외교적 입지와 안보 협력이 흔들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더 나은 무역 합의와 마약 단속 협력, 동맹국 국방비 증액으로 이어졌다고 반박했다. 또 이란 핵 위협 제거가 세계를 더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폴리티코는 이번 전쟁이 이미 미국에 소외감을 느끼던 국가들을 더 멀어지게 만들고, 미국이 설계한 국제 질서 대신 각국이 스스로 살길을 찾도록 내몰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이란전 후폭풍…반미 확산에 美영향력 흔들, 동맹도 세계도 각자도생

기사등록 2026/04/21 16:31:14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