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한계 아닌 또다른 감각"…발달장애 화가 김현우[인터뷰]

기사등록 2026/04/20 09:41:07

배리어프리 '확장의 세계' 참여…관객이 완성하는 작품

픽셀로 쌓은 기억과 관계…감각으로 확장된 예술 세계

46개 알람 속 반복 작업…"삶 자체가 예술"

[대구=뉴시스] 김현우 화가. (사진=행복북구문화재단 제공) 2026.04.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 김현우 화가. (사진=행복북구문화재단 제공) 2026.04.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정재익 기자 = "픽셀 하나하나가 모여 하나의 세계가 되듯, 장애가 있어도 저의 예술은 더 넓은 세상과 맞닿을 수 있습니다."

제46회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발달장애 화가 김현우(31) 작가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스스로를 '픽셀킴(Pixel Kim)'이라 부르는 김 작가는 199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의료 사고로 인한 반복된 수술과 입원 속에서도 그는 보이는 모든 것을 네모난 픽셀로 기록하고 그렸다.

픽셀 하나하나는 친구와 선생님, 스쳐 지나간 이들에 대한 기억의 단위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감정과 관계에 대한 갈망이 픽셀 안에 차곡차곡 쌓였고, 그렇게 쌓인 기억의 조각들은 이제 국내외 갤러리와 미술관을 채우는 작품으로 확장됐다.

김 작가는 다음 달 4일 대구 북구 어울아트센터 갤러리 금호·명봉에서 열리는 배리어프리 기획전시 '확장의 세계'에 참여한다. 이 전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예술을 '보는 것'이 아닌 '경험하는 것'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김 작가를 만나 예술이 어떻게 경계를 허물고, 감각을 확장하는지 들어봤다.
[대구=뉴시스] 김현우 화가 작품 '아크로 폴리스 수학 드로잉. (사진=행복북구문화재단 제공) 2026.04.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 김현우 화가 작품 '아크로 폴리스 수학 드로잉. (사진=행복북구문화재단 제공) 2026.04.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픽셀의 확장'…관객이 직접 완성하는 작품

이번 전시에서 김 작가가 선보일 신작은 '픽셀의 놀이터'다. 직육면체·정육면체 형태의 아크릴 픽셀 작품 20개를 전시장에 두되, 관객이 직접 위치를 바꾸고 쌓으며 자신만의 조형을 만들어가는 참여형 작품이다.

"제가 그렸던 수천 장의 드로잉을 픽셀 선을 맞춰 이어 붙이면서, 홀로가 아닌 서로 맞닿아 관계를 맺을 때 새로운 조형미가 생겨나는 것을 경험했어요.

그 경험이 대표작 '농담하는 픽셀'을 낳았고 이번 신작으로 이어졌습니다. 저의 예술적 감각이 관객에게 이어지는 진짜 '픽셀의 확장'이 될 것 같아 설레고 기대됩니다."

'만지고 느끼는 미술관'…배리어프리가 허무는 예술의 경계

배리어프리(Barrier-Free)는 장애인·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가 일상에서 겪는 물리·심리적 장벽을 제거하는 개념이다.

예술 현장에서도 이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확장의 세계'는 촉각 전시와 감각 확장형 콘텐츠, 시민 참여 프로그램 등을 아우른다. 장애·비장애 예술가가 동등한 창작 주제로 서는 자리이기도 하다.

김 작가는 이런 배리어프리 환경이 남다르게 와닿는다고 했다.

"어렸을 때 미술관에 가면 늘 작품에 몸이 닿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어요. 그런데 이 전시에서는 관객이 직접 작품을 만지고, 옮기고,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볼 수 있어요. 마치 작품과 하나 되는 느낌을 줄 수 있죠. 관객 스스로 찾아와 즐길 수 있는 미술관이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구=뉴시스] 김현우 화가. (사진=행복북구문화재단 제공) 2026.04.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 김현우 화가. (사진=행복북구문화재단 제공) 2026.04.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반복 속에서 완성되는 세계…"예술은 감각 그 자체"

김 작가는 스스로에게 엄격하다고 한다. 그는 하루 46개의 알람을 설정해 두고 정해진 순서대로 일상을 쌓아간다.

새벽에 일어나 샤워를 마친 뒤 책상 앞에 앉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글쓰기와 낭독을 거쳐 자연스럽게 픽셀 작업을 이어가고 낮에는 회화에 몰두한다.

저녁이 되면 산책하며 사진을 찍거나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며 감각을 확장한다. 이러한 일상은 여행 중이거나 병원에 있을 때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김 작가는 "반복은 나와의 약속"이라며 "약속을 지키는 과정 자체가 삶이고, 그 안에서 예술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축적된 시간과 감각은 단순한 점의 나열을 넘어선다. 수많은 픽셀은 각각 다른 기억과 관계, 감정을 담아 김 작가만의 세계로 완성된다.
[대구=뉴시스] 김현우 화가. (사진=행복북구문화재단 제공) 2026.04.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 김현우 화가. (사진=행복북구문화재단 제공) 2026.04.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장애는 한계가 아니라 감각"…예술이 던지는 질문

김 작가는 2015년 첫 개인전 이후 10여 년간 11회의 개인전을 열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잠실창작스튜디오 레지던스 입주 작가로 활동했으며 퍼포먼스 무대와 출판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그는 장애는 더 이상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세상을 더 깊고 독특한 감각으로 바라보는 또 다른 렌즈다.

김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것만이 아니라 그것을 즐기고 경험하는 것 역시 예술"이라며 "누구나 일상 속에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시가 던지는 질문을 이렇게 정리했다.

"장애는 정말 한계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감각의 또 다른 이름일까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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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한계 아닌 또다른 감각"…발달장애 화가 김현우[인터뷰]

기사등록 2026/04/20 09:41:07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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