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와 수어통역하는 그림자 배우가 함께 연기
"접근성, 배려 차원에 머물지 않고 무대 언어로"
"그림자 배우와 '아바타'처럼 서로 연결된 느낌"

접근성 높은 연극 '해리엇' 공연 장면. (사진=강동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넌 혼자가 아니야."
갈라파고스 거북 해리엇이 어린 자바원숭이 찰리를 향해 따스한 격려의 말을 건넨다. 동시에 그의 곁에 서있는 그림자 배우가 수어통역으로 해리엇의 말을 전한다.
다양한 표현 언어로 완성된 접근성 높은 연극 '해리엇'의 한 장면이다.
김지원 연출은 17일 서울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에서 열린 '해리엇'의 드레스 리허설에서 "우리는 각기 다른 방법으로 이 공연을 즐기지만, 한 공간 안에서 같은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도록 고민하며 작업을 했다. '해리엇'에서 이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리엇'은 한윤섭 작가의 동명 동화를 각색한 작품으로 175년간 바다를 품고 살아온 갈라파고스 거북 해리엇과 어린 자바 원숭이 찰리의 여정을 따라가며 돌봄과 동행의 가치를 다룬다. 강동문화재단이 제작해 지난해 9월 초연했고, 7개월 만에 다시 관객을 만나게 됐다.
2004년 장애인 극단에 자원봉사를 갔다 우연히 연출을 맡은 일을 계기로 꾸준히 장애 예술인과 활동하고 있는 김 연출은 '해리엇'을 통해 장애와 비장애, 감각과 표현의 경계를 넘어 함께 연결되는 이야기를 선보인다.
동화 '해리엇'을 읽고 "어른들도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는 김 연출은 "어린이든, 동물이든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접근성 높은' 공연에 '해리엇'이 딱이라는 생각이 들어 각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접근성 높은 연극 '해리엇' 공연 장면. (사진=강동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특별한 점은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를 구현했다는 것이다.
무대에는 배우들뿐 아니라 그림자 소리(수어통역)를 맡은 5명의 배우들도 함께 오른다. 해리엇의 내면과 감정은 음성 해설과 자막으로 전달되고,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는 수어와 움직임으로 표현된다.
수어, 자막, 음성해설 등 다양한 표현 요소가 무대 안에서 함께 머물며 공연의 또 다른 언어로 활용된다.
김 연출은 "처음엔 접근성과 예술성의 균형을 생각했는데, 그게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접근성이 보완이나 배려 차원에 머물지 않고 하나의 무대 언어, 예술 언어로 무대 안에 들어오면 훨씬 좋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어통역이나 음성 해설이 무대 밖에 머무는 순간, 관객 경험도 나뉜다고 생각했다. 안으로 끌어들여 역할로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접근성에 역할을 부여해 수어통역사들을 앙상블로 존재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무대 위에서 함께 호흡하다보니 그림자 소리 배우들의 감정도 생생히 전해진다. 수어를 모르는 관객들에게도 이들의 움직임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찰리의 그림자 소리를 맡은 정은혜는 "배우와 같이 한다는 게 더 힘들지만, 더 재미있다. 단순한 대사 정보만이 아니라 배우의 감정을 함께 전달하게 된다"며 "무대 밖에 있을 때는 안의 상황이나 분위기를 사실 제대로 느낄 수 없어 말만 전달하는데 집중하게 된다"고 비교했다.
해리엇의 그림자 소리와 음성해설로 나서고 있는 김설희는 "시각이 없이도 즐길 수 있게 하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작품의 장르는 연극이지만 라이브 연주를 비롯한 소리와 영상, 동물들을 표현하는 배우들의 움직임 등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박신별 안무가는 "동물과 그림자 소리가 한몸이면서도 각자의 객체로 보이길 원했다"며 "한 가지 방법으로 획일화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배우들이 잘 표현을 해줬다"고 말했다.

접근성 높은 연극 '해리엇' 공연 장면. (사진=강동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배우들에도 그림자 소리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작품은 각별하게 다가온다.
찰리 역을 맡은 홍준기는 "보통 공연은 혼자만 하면 되는 것들이 있지만, 그림자 소리 배우와 함께할 때는 그게 절대 안 된다"고 짚었다.
이어 "서로 계속 호흡을 맞추고, 굉장히 예민하게 신경을 써야하는 게 중요하다. 마치 '아바타'처럼 서로가 연결된 채로 가는 것 같은 경험이 특별하다. 이런 공연이 더 많아지고, 많은 배우들이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개막하는 '해리엇'은 26일까지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에서 공연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