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센터장 "인식 개선 여전히 미흡…이웃으로 봐야"[당신 옆 장애인]

기사등록 2026/04/19 08:30:00

최종수정 2026/04/19 08:34:25

서인환 장애인인권센터장 인터뷰

"장애, 품어야 할 다양성 중 하나"

[서울=뉴시스]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인터뷰 한 서인환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사진=한국장애인개발원 제공) 2026.04.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인터뷰 한 서인환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사진=한국장애인개발원 제공) 2026.04.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장애인 예산을 늘리려면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고, 그 동의는 인식에서 나옵니다. 인식 개선이 모든 장애인 복지의 출발점인 이유입니다."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만난 서인환(65) 장애인인권센터 회장은 30여 년간 장애계에 몸담으며 법과 제도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어온 인물이다. 시각장애 당사자로서 점자도서관장, 장애인재단 사무총장 등을 역임한 그는 현재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과 더불어 장애인 일자리를 만드는 표준사업장을 운영에도 힘 쓰고 있다.

그는 우리 사회의 장애 인식이 과거보다 나아졌음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권리'가 아닌 '선의'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특히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이 법정 의무 교육이 된 이후에도 사회적 고정관념의 벽은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식이 좋아진 건 분명하지만, 획기적인 변화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많은 비장애인이 여전히 선의를 갖고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장애인을 대상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정과 시혜는 오히려 해롭다. 장애인도 똑같은 권리를 가진 사람,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인정하는 것이 진짜 인식 개선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1990년대 3개에 불과했던 장애인 관련 법은 현재 20여 개로 늘어났다. 서 회장은 이러한 법적·제도적 양적 팽창 뒤에 숨겨진 내실 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적으로 장애인 할인 제도가 가장 잘 돼 있는 나라 중 하나다. 언뜻 좋아 보이지만 이는 정부가 직접 예산을 쓰지 않고 공공기관에 혜택을 떠넘긴 결과이기도 하다"며 "또한 현재 제도는 선별적 복지에 집중돼 있어 중증 장애인 위주로만 서비스가 돌아간다. 경증 장애인은 혜택에서 소외되고 장애 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세밀한 서비스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고 했다.

장애계의 뜨거운 감자인 '탈시설'에 대해 서 회장은 '자립 지원'이라는 더 큰 틀에서의 접근을 강조했다. 어디서든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꿈이 보장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서 회장은 "시설은 격리된 공간이라 꿈을 꿀 수 없다. 당연히 사회로 나와야 하지만 시설을 당장 폐지하기엔 시기상조인 면도 있다"며 "탈시설이라는 용어보다 자립생활 개념이 더 중요하다. 집에 있어도 밖에 나가지 못하면 하나의 시설이 될 수 있다. 탈시설보다는 자립생활에 대한 개념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시작된 통합돌봄 역시 예산과 전달체계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방문요양 한 번 받으면 활동지원 시간이 뭉텅이로 깎이는 구조니 누가 이용하겠나"라며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한, 장애인이 원하니까 들어주는 척만 하는 피해가는 정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 이 같은 장애 정책을 요구하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종의 투쟁 방식으로 정부를 항복하게 하는 건 사회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오히려 나쁘게 만들 수 있다"며 "요구가 정당해도 방법은 다를 수 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불편하지 않은 사회가 돼야 한다"고 했다.

서 회장은 장애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자존감과 수용을 당부했다. 고통을 철학으로 승화시킨 니체를 예로 들며 장애를 결점이 아닌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부모님들은 자녀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수용의 시간을 최대한 단축해야 한다. 내 아이가 할 수 있다고 믿어주는 태도가 아이의 인생을 바꾼다"며 "장애인은 우리 사회 260만명에 달하는 하나의 계층이다. 장애를 특수한 문화이자 우리가 품어야 할 다양성 중 하나로 봐주길 바란다. 그 다양성이 존중받을 때 비로소 장애인도 불편함 없는 사회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이 기사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공동 기획하였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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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센터장 "인식 개선 여전히 미흡…이웃으로 봐야"[당신 옆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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