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를 이겼다"…발달장애 학생들, 'AI교육앱'에 푹 빠져

기사등록 2026/04/19 06:02:00

최종수정 2026/04/19 06:46:25

평택 동방학교 'AI·디지털 교육자료' 사용 현장

발달장애 학생 학습 특성 고려…교육과정 연계

풍부한 '시각 단서', 학습 단계 세분화…성취감↑

학생·교사·학부모 호응…"2028년 모든 학년 확대"

[평택=뉴시스] 정예빈 기자 = 지난 3일 경기 평택 동방학교 6학년 2반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특수교육 인공지능(AI)·디지털 교육자료'를 활용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026.04.03. 5757@newsis.com
[평택=뉴시스] 정예빈 기자 = 지난 3일 경기 평택 동방학교 6학년 2반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특수교육 인공지능(AI)·디지털 교육자료'를 활용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026.04.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지난 3일 방문한 경기 평택 동방학교 6학년 2반 교실에서는 3교시 국어 수업이 한창이었다. 학생들은 저마다 태블릿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안경, 샤프, 주사위, 화장실, 크레파스 등 일상 속 낱말의 소리를 듣고, 읽고, 쓰며 글자의 구조를 익혀나갔다.

이날의 수업 목표는 '생활 속 글자 읽고 쓰기'. 지적장애 및 지체장애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인 동방학교의 6학년 2반 학생들에게 일상 속 낱말을 익히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은 도전이다.

수업을 맡은 인은희 교사는 태블릿 활동에 앞서 손가락 지휘봉으로 교실 내 사물들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학생들이 물건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해볼 수 있도록 자신감을 북돋아줬다.

수업에 참여한 4명의 학생은 같은 교실 안에서 각자의 수준에 맞는 과제를 소화했다.

현유림양은 같은 낱말을 찾고 소리를 듣는 과제에 집중했다. 광부 차림의 비버 캐릭터 옆 빨간 표지판에는 '의자'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유림양이 광물 모양의 외자, 의자, 워자, 왜자 중에서 '의자'를 선택하자 캐릭터가 다이아몬드를 획득하며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박선우군은 낱말을 이루는 글자 고르기 과제에 열중했다. '화장실' 그림이 제시된 화면에서 장, 파, 비, 우, 파, 레, 실, 화 등 여러 글자 중 '화', '장', '실'을 순서에 맞게 누르자 빈칸이 하나씩 채워졌다.

이준우군은 획순에 맞게 낱말을 따라 쓰는 활동에 빠져들었다. 빨간 원 속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손가락으로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안경'이라는 단어가 완성됐다.

문다솜양은 낱말을 스스로 정확하게 읽는 과제에 집중했다. '시계' 단어를 보고 마이크 버튼을 눌러 발음을 화면 속 여우 캐릭터에게 들려줬다.

인 교사는 활동 내내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어려움은 없는지 살폈고, 과제를 완료한 학생은 곧바로 다음 활동으로 넘어가 그림과 낱말 연결하기, 글자 모아 낱말 만들기 등 다양한 과제를 이어갔다.

이날 학생들이 활용한 애플리케이션(앱)은 교육부가 지난달 새 학기에 맞춰 보급한 '특수교육 인공지능(AI)·디지털 교육자료' 중 '초등 국어 5~6학년 애플리케이션'이다. 발달장애 학생의 학습 방법과 특성을 반영해 개발된 이 자료는 국립특수교육원을 통해 교육 현장에 배포됐다.

현재는 초등 수학 3~4학년, 국어 5~6학년 교육자료만 개발·보급됐으나, 교육부는 2028년까지 전 학년으로 AI 교육자료를 확대할 계획이다.

[평택=뉴시스] 정예빈 기자 = 지난 3일 경기 평택 동방학교 6학년 2반 교실에서 한 학생이 '특수교육 인공지능(AI)·디지털 교육자료'를 활용해 획순에 맞게 낱말을 따라 쓰고 있다. 2026.04.03. 5757@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평택=뉴시스] 정예빈 기자 = 지난 3일 경기 평택 동방학교 6학년 2반 교실에서 한 학생이 '특수교육 인공지능(AI)·디지털 교육자료'를 활용해 획순에 맞게 낱말을 따라 쓰고 있다. 2026.04.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앱은 보편적 설계를 기반으로, 글자를 읽지 못하더라도 그림이나 아이콘 선택만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직관적인 사용자 환경과 경험(UI/UX)을 갖췄다. 변화에 민감하고 시각적 정보 처리가 뛰어난 자폐성 장애 학생의 감각적 특성을 고려한 화면 구성과 풍부한 시각적 단서 덕에 학생들은 놀이하듯 글자를 익힐 수 있다.

또한 AI가 수행 수준을 분석하고 학습 단계를 세분화해 학생들이 성취감을 느끼며 학습 흥미를 이어갈 수 있도록 구성됐다.

오영석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 연구관은 "공부라는 느낌보다는 놀이를 한다는 느낌으로 만들었다"며 "UI/UX를 어떻게 구현하면 인지 수준이 낮은 아이들도 스스로 앱에 들어가 학습할 수 있을지 고민의 과정을 거치며 기능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2022 개정 특수교육 기본 교육과정과 연계돼 단원과 제재별로 체계적으로 구성된 점도 교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인 교사는 "과거에 쓰던 교육용 앱은 교육과정과 맞지 않아 자료를 따로 찾아야 했는데, 이번에는 만들어진 자료 안에서 배치와 설계만 하면 되니 시간이 많이 절약된다"라고 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뜨겁다. 20분간의 앱 활동이 끝나고 태블릿을 반납할 때 준우군은 "4교시도 태블릿 하자"라고 말했다.

인 교사는 "아이들마다 장애 특성도, 학습 수준도, 좋아하는 감각 자극도 다 다른데 한 반 6명이 모두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요소들을 앱에 잘 담아줬다"며 "아이들이 태블릿을 스스로 조작하다 보니 학습 주도성도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학습에 대한 흥미는 쉬는 시간에도 이어졌다. 김정기 동방학교 교육연구부장은 "쉬는 시간에는 아이들이 전자칠판에 유튜브를 틀어 뽀로로를 많이 봤는데 지금은 교육 자료가 뽀로로를 이겼다. 아이들이 앱에 들어가서 본인이 좋아하는 과제를 눌러서 한다"며 "깜짝 놀랐다. 학생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교육 자료가 이번에 만들어졌다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의 관심도 높다. 김 부장은 "가정에서도 충분히 활용하실 수 있다고 안내를 드렸더니 이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으셔서 빨리 공유해 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신다"며 "진도가 계속 나가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데시보드에서 설정한 학습만 반복해서 가정에서 학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발 초기인 만큼 현장에서는 몇 가지 건의 사항도 나왔다.

우선 앱의 이름이 길고 어렵다는 지적이다. 인 교사는 "이름이 너무 길어 아이들한테 설명할 때 '특수교육 초등 국어 앱'에 들어가자고 하는데 더 재밌는 이름이나 학생들이 부르기 쉽고 바로 알아들을 수 있는 이름이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교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활용하는 아이콘의 접근성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인 교사는 "교사에게 말을 전하는 아이콘이 한 번에 되지 않고, 두세 단계를 거쳐야 해서 즉각적으로 활용하기가 어렵다"며 "아이콘을 따로 빼든 개선이 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오 연구관은 "현장의 의견을 청취해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새로운 기능을 보완해 나가겠다"며 "특수교육 AI·디지털 교육자료가 현장에서 더 도움이 되는 자료가 될 수 있도록 계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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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를 이겼다"…발달장애 학생들, 'AI교육앱'에 푹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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