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억만리 떨어진 중동 전쟁이 한국 물가를 흔들까[세쓸통]

기사등록 2026/04/12 10:00:00

최종수정 2026/04/12 10:08:24

중동전쟁으로 국제유가, 3월 한달간 63% 올라

한국, 對중동 원유 수입 비중 70% 육박…환율↑

고환율에 수입물가 6개월 연속 오름세 이어가

기업 경영난에 상품 가격 인상…소비자 물가↑

성장률 떨어지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고개

[테헤란=AP/뉴시스] 사징는 지난달 7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의 석유 저장 시설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는 모습. 2026.03.08
[테헤란=AP/뉴시스] 사징는 지난달 7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의 석유 저장 시설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는 모습. 2026.03.08

[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중동에서의 전쟁이 이억만리 떨어진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치고 있습니다. 국제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이 맞물리면서 '고환율·고물가·고금리' 3중 압력이 현실화되는 양상입니다.

이에 따라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둔화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상승) 우려까지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단순한 대외 변수 차원을 넘어 우리 경제 전반을 동시에 압박하는 흐름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사태의 출발점부터 따져봅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오만 등의 중재를 통해 이란과 핵 협상을 이어왔지만, 우라늄 농축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를 끝내 좁히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농축 전면 중단과 핵물질 해외 반출 등을 요구한 반면, 이란은 기존 수준 유지를 고수하며 맞섰습니다. 결국 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전격적으로 공격하면서 분쟁이 본격화됐습니다.

이란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3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글로벌 공급 차질 우려가 급격히 커졌습니다.

그 결과 국제유가는 한 달 사이 폭등했습니다. 글로벌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배럴당 118.35달러까지 오르며 2022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3월 한 달 상승률만 63%로, 1980년대 후반 원유 선물시장 도입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폭입니다. 1990년 걸프전 당시 상승률(46%)을 훨씬 웃도는 수준입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같은 기간 50% 넘게 오르면서, 주요 원유 가격이 전반적으로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이 충격은 곧바로 외환시장으로 번졌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대(對)중동 원유 수입 비중이 69.1%에 달하는데, 이렇게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는 유가 상승이 무역수지 악화와 달러 수요 확대 요인으로 작용해 환율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사진은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505.2원)보다 5.1원 오른 1510.3원에 출발한 지난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나오고 있는 모습. 2026.04.06.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사진은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505.2원)보다 5.1원 오른 1510.3원에 출발한 지난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나오고 있는 모습. 2026.04.06. [email protected]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530.1원을 기록했습니다. 중동 전쟁 발발 직전 1439.7원이었던 환율이 한 달 만에 100원 가까이 상승한 것입니다.

변동성도 커졌습니다. 환율의 일중 변동 폭은 1월 6.6원에서 2월 8.4원, 지난달에는 11.4원까지 확대됐습니다. 변동률 역시 0.45%에서 0.58%, 0.76%로 점차 높아졌습니다.

고유가 사태로 인한 고환율 흐름은 수입물가를 자극하며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한층 키우는 모습입니다. 지난 2월 수입물가지수는 145.39로 전월보다 1.1% 상승하며 8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습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원재료 중 광산품이 4.4%, 중간재 중 석탄·석유제품이 4.8% 상승했습니다. 원유는 9.8%, 제트유는 10.8% 오르는 등 에너지 관련 품목의 상승 폭이 두드러졌습니다.

수입물가가 상승하면 원자재와 중간재 비용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생산비 부담이 커집니다.

실제 생산 단계에서의 비용 부담을 나타내는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 2월 123.25로 전월 대비 0.6% 상승하며 6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4% 오르며 상승폭을 키웠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기업은 수익성 악화를 이어가다 투자 축소와 생산 감소, 상품 가격 인상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구매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이 시차를 두고 상승 압력을 받게 됩니다.

실제 물가 흐름에서도 이런 영향이 확인됩니다. 소비 단계에서의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소비자물가지수는 118.8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습니다. 특히 석유류 가격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9.9% 급등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2022년 10월(10.3%) 이후 3년5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경유(17.0%)와 휘발유(8.0%) 가격이 동시에 크게 오른 영향입니다.

문제는 이런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 둔화 흐름까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가는 오르는데 성장세는 약화되는 흐름이 이어질 경우, 결국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26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종전 2.1%에서 1.7%로 낮추고, 물가 상승률은 2.7%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물가는 오르는데 성장률은 낮아지는 '스태그플레이션형' 조정입니다.

결국 지금의 고환율·고유가 국면은 단순한 가격 상승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의 체력을 시험하는 국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1970년대 중동전쟁으로 세계경제가 경험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인해 세계 각국은 이번 사태의 확산을 저지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정부는 일말의 가능성과 조정 국면의 장기화와 후유증에 대응해 시나리오별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왜 이억만리 떨어진 중동 전쟁이 한국 물가를 흔들까[세쓸통]

기사등록 2026/04/12 10:00:00 최초수정 2026/04/12 10:08:24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