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 한달 만에 고소·고발 100여명…경찰·법관·검사 '위축' 우려

기사등록 2026/04/11 08:00:00

최종수정 2026/04/11 09:33:24

한 달간 피고발인만 100명 넘어

법관·경찰 가리지 않고 '무차별 고발'

판·검사 "방어적 업무 수행" 우려

학계 "명확성 결여"…'폐지론'도 솔솔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지난 2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적 296인 재석 170인 찬성 163인 반대 3인 기권 4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6.02.26.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지난 2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적 296인 재석 170인 찬성 163인 반대 3인 기권 4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6.02.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권지원 최은수 이승주 기자 =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의 핵심인 법왜곡죄(형법 개정안)가 시행된 지 한 달 만에 법관과 검사, 경찰 등  100여 명이 고소·고발을 당했다.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은 당사자들이 판사, 검사, 사법경찰관 등을 직접 고소, 고발하면서 이들의 판단이 위축돼 사법 시스템이 혼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달간 피고발인만 100여명…공수처에도 18건 접수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법 시행 이후 25일까지 전국 시도경찰청에 접수된 법왜곡죄 관련 사건은 총 44건이다. 고발된 피의자 수는 118명에 이른다.

직역별로 보면 전국 기준 피고발인 중 법관은 39명, 경찰관 38명, 검사 34명, 검찰수사관 4명, 기타 3명 순이다.

대검찰청에 접수된 법왜곡죄 관련 고발·고소 사건도 지난 3월 한달 18건(고소 15건·고발 3건)으로 파악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총 18건의 고소·고발 사건이 접수돼 수사 검토 단계에 있다.

지난달 12일부터 본격 시행된 법왜곡죄(형법 제123조의2)는 법관, 검사, 사법경찰관 등이 법을 왜곡해 적용하거나, 증거를 인멸·조작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및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을 담는다.

법 시행 당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법왜곡죄 혐의로 고발되면서 첫 번째 피고발인이 됐다. 이후 지귀순 부장판사, 박상용 검사 등 전·현직 법조인들에 대한 고소·고발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서울고등법원(고법)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대법원이 내놓은 대안의 실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전체 판사회의가 예정된 22일 서울고법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2025.12.22.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서울고등법원(고법)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대법원이 내놓은 대안의 실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전체 판사회의가 예정된 22일 서울고법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2025.12.22. [email protected]

사법부·검찰 내부 우려…"방어적 수사만 남을 것"

법조계 안팎에서는 재판 독립성과 수사권 위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은 당사자나 사건 관계인의 '보복성 고발'이 이어질 경우,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소신 있는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앞으로 소신 있게 종래 판례대로만 할 수 있는 건지 걱정된다.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문제 제기를 하게 될텐데 재판의 독립성이 취약해지지는 않을지 (동료 법관들과)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사건 처리 결과에 불복한 당사자들의 고소·고발이 이어질 경우 수사 동력이 저하되고 행정력이 낭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수사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고소·고발이 남발되면 일상적인 수사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경찰이 인사권 면에서 정치권에 예속돼 있는 만큼 정치적 편향성이 또 다른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계 "위헌 소지 다분"…법조계는 대응책 마련

법왜곡죄가 사법부의 법 해석 권한을 위축시키고, 검경 간 책임 다툼 등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는 만큼 제도 전반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학계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떤 식으로 수사를 하고 판결을 내려도, 결과에 불만족스러운 쪽에서 법왜곡죄로 걸고넘어지겠지만 결론은 더 힘이 있는 쪽에 결론이 유리하게 날 것"이라면서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수사기관과 공소 유지 활동하는 검사, 형사재판하는 판사는 권력층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법왜곡죄가 검찰과 경찰이 서로의 수사·기소 과정을 '법 왜곡'으로 규정하며, 수사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부작용도 있다.

김희균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과 경찰 간 권력 다툼의 도구가 될 수 있다“면서 "국민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수사한 기관들이 서로 잘못을 주장하니 어느 한쪽 편을 들게 되고 결국 혼란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왜곡죄의 불명확성을 근거로 한 '폐지론'도 나오고 있다. '법 왜곡'이라는 기준 자체가 주관적이라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차 교수는 "법 왜곡죄는 폐지가 답"이라면서 "정상적인 민주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야만적인 법이며, 법치의 근간을 무너뜨린 법“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 역시 "법 왜곡죄는 위헌법률심판을 먼저 받아야 한다.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고 헌법적 관점에서도 문제가 있다"면서 "입법이 잘못된 것이니 아예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대법원은 법왜곡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9일 전국수석부장간담회를 개최해 법관 보호 대책으로 ▲변호인 선임 지원 ▲전담기구 설립 ▲매뉴얼 제작 ▲부당소송 지원 내규 개정 등을 논의했다.

법원행정처는 형사재판 보호·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구체적인 법관 보호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경찰청은 경찰관이 피고발인으로 포함된 사건을 중심으로 경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행 구조상 고발인이 직접 신청하거나 청장이 직권으로 부의해야만 심의가 가능해 실질적인 활용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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