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정치권에서 개헌은 늘 '다음 문제'였다. 이번이 아니고 다음에, 지금은 아니고 나중에.
2018년과 2020년에도 개헌안이 발의된 적이 있고, 2018년에는 의결 시도까지 이어졌으나 정족수 미달로 투표가 불성립됐다.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개헌안은 여야가 대치할 만한 내용은 제외됐다. 5·18 민주화운동 및 부마민주항쟁 이념의 헌법 전문 수록, 계엄에 대한 국회 통제 강화, 지역균형 발전 의제 등이 주요 골자다.
권력구조 개편 같은 대형 쟁점을 빼, 상대적으로 논란이 적은 내용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번 개헌안에 대해 "앞으로 비상계엄을 막기 위한 민주주의 방파제를 세우는 최소한의 개헌"이라며 "사회적으로 합의가 돼 있는 내용이고 국민의힘도 충분히 이해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이번 개헌안 발의에는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개혁신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소속 의원 187명이 참여했다.
쟁점을 배제하고 ‘39년 만의 개헌 물꼬’라는 상징성을 담은 개헌안이지만 국민의힘은 반대 입장을 앞세우고 있다.
내용에 대한 반대라기보다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의도가 의심된다는 주장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의원총회에서 "우리당은 개헌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 '선거 개헌'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개헌을 선거에 맞춰서 실시한다면 개헌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그 선거는 개헌 선거가 된다"고 했다.
또 "'개헌 반대는 계엄 동조고, 개헌 찬성은 계엄 반대'라는 논리는 허무맹랑한, 터무니없이 과장된 논리"라고 했다.
하지만 이 시점에 왜 개헌을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개헌은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이다. 개헌안 통과에 국회 의원 3분의2 찬성이 필요하도록 만든 것도 그래서다. 때문에 여야가 합의해 처리해야 한다. 정치적 셈법이 아니라 국민에 이익이 되도록 국가 운영의 기본 틀을 재설계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개헌 논의의 진정성을 의심한다면,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논의의 중심에서 비켜설 것이 아니라 더 치열하게 논의에 참여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정치적 의도가 있는지 없는지 보고 판단하면 될 일이다.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여당이고 수적 우위에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포용의 자세가 필요하다.
개헌을 주도할 수 있는 여당이 설득과 조율보다 압박에 치중한다면, 개헌은 또다시 정치적 충돌 속에 소모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을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여야 '정치적 의도' 의심을 불식시키고, 개헌 논의를 이끌 수 있다.
1987년 개헌 이후 현행 헌법은 39년동안 유지되고 있다. 그 사이 한국 사회 변화를 반영한 개헌이 필요하다는 인식에는 공감대가 있다. 그럼에도 개헌 논의가 정쟁의 와중에 또 파묻힌다면 정치의 무책임을 반복하는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 그 책임에 대해서는 여당도 야당도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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