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위장 잠입 수사 열렸지만…'가상 신분' 지원 과제

기사등록 2026/04/10 06:00:00

마약 '위장 잠입' 제도화, 본회의 통과 임박

"'던지기' 상선 추적 한계…검거 높아질 것"

위조 신분증 한계…후속 입법 뒤따라야 가능

국제탁송화물에 숨겨 밀반입한 마약을 '던지기 수법'으로 판매하는 모습. (사진=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제탁송화물에 숨겨 밀반입한 마약을 '던지기 수법'으로 판매하는 모습. (사진=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마약류 범죄 수사관이 신분을 숨기거나 위장해 조직에 잠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마약 거래 수법이 빠르게 진화하는 가운데 수사의 한계와 적법성 논란이 일정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다만 가상신분 인증 체계 마련 등 실제 운용을 위한 과제는 남아 있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마약류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보건복지위원회를 거쳐 지난달 30일 법제사법위원회까지 통과하면서 본회의 의결만 남았다. 백혜련·박준태·한지아·최보윤 의원 등이 각각 발의한 법안을 통합 조정한 이번 개정안은 수사관의 신분 비공개와 위장수사 허용을 핵심으로 한다.

개정안은 위장 신분을 이용한 마약류 소지·매매·광고·수수·운반·수입 행위를 허용하고, 법원의 허가를 받아 3개월 단위로 연장해 최대 3년까지 위장수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신분을 숨기기 위한 문서와 전자기록의 작성·변경·행사도 가능해진다.

신종 마약 대응을 위한 제도도 강화됐다. 임시마약류 지정 예고 기간은 기존 1개월에서 14일로 단축하고, 특정 물질의 마약류 해당 여부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확인 요청할 수 있는 근거도 신설됐다.

최근 이른바 '던지기' 수법 등 온라인 마약 거래가 확산되면서 위장수사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마약류 집중단속에서 6648명을 검거했으며 이 중 온라인 사범은 302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3% 급증했다. 온라인 사범 비중은 2022년 25%에서 지난해 40%로 가파르게 늘었다.

특히 텔레그램 등 보안 메신저를 통한 지시, 가상자산 결제, 공원·야산 등에 마약을 숨겨두는 '던지기' 방식이 결합되면서 상선 추적 단서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 범죄 조직들은 물건을 일정 기간 방치해 폐쇄회로(CC)TV 기록을 지우거나, 위치를 확인하기 어려운 장소에 숨기는 방식으로 수사망을 피하고 있다.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된 채 텔레그램으로 국내 유통망을 지휘한 '마약왕' 박왕열 사건도 기존 수사 한계를 보여준 사례로 거론된다. 박씨는 던지기 수법을 통해 단기간에 유통망을 확장하며 시가 131억원 상당의 마약을 국내에 유통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서는 위장수사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1일 국무조정실과 식약처가 주최한 ‘마약류 안전관리 현장토론회’에서도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최근 마약 거래가 지능화되면서 기존 추적 수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제도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선 수사관들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 경찰서 마약팀 A경찰관은 "단순히 던지기를 한 하부 조직원을 쫓는 것은 CCTV 기록이 사라진 뒤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위장수사가 가능해지면 수사관이 직접 드라퍼로 가장해 물건을 받아보는 식으로 상선까지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어 검거 효율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과제도 적지 않다. 온라인 조직에 잠입하기 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 조회 등 신원 인증을 통과해야 하는데 단순 위조 신분증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A경찰관은 "위조된 신분증은 조직들이 주민번호 조회 등으로 진위를 확인할 수 있어 통하지 않는다"며 "가상신분이 실제처럼 인증되는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온라인 위장수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개정안 본회의 통과 후 가상신분 인증을 위한 부처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그동안 개정안 입법 과정에서 경찰청, 해양경찰청 등은 위조 신분증만으로는 고도로 지능화된 온라인 마약 조직의 신원 검증을 통과하기 어렵고, 수사관의 신원이 노출될 경우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가상신분 시스템 도입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주민등록법·여권법 등 후속 입법이 뒤따르지 않으면 실질적 운용이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백혜련 의원실은 "본회의 통과 후 1년 유예 기간 동안 추가적인 입법 사항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관 보호  규정도 보완 과제로 남는다. 개정안은 비밀 누설 시 처벌 규정을 뒀지만, 신원 노출로 수사관이 치상·치사 등 피해를 입었을 경우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입법 과정에 참여한 류부곤 경찰대 법학과 교수는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보다 현장에 맞춰 한발 더 나아간 법률이라는 점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가상신분이 실제처럼 인증되는 시스템 지원이 필요한데 법안에 근거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비밀 누설로 수사관의 치상·치사 결과가 발생했을 때 가중처벌하는 규정이 빠진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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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위장 잠입 수사 열렸지만…'가상 신분' 지원 과제

기사등록 2026/04/10 06: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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