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마리 백조의 군무…'발레 블랑'의 절정
무대 공기 뒤바꾼 흑조, 관능과 기술의 응집
12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서울=뉴시스]7일 개막한 국립발레단 정기공연 '백조의 호수'에서 백조들이 군무를 추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https://img1.newsis.com/2026/04/09/NISI20260409_0002106987_web.jpg?rnd=20260409160220)
[서울=뉴시스]7일 개막한 국립발레단 정기공연 '백조의 호수'에서 백조들이 군무를 추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달빛 아래 무대 위를 수놓은 청초한 백조들의 군무는 황홀경 그 자체다. 24명 무용수들의 정교한 호흡과 우아한 몸짓은 단숨에 객석을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의 세계로 바꿔놓았다.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고전 발레의 정수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줬다.
작품의 서막을 여는 궁전의 성대한 연회 장면이 지나고, 배경이 숲속 호숫가로 전환되는 순간 무대는 낭만주의 발레의 절정을 향해 달린다.
차이콥스키의 유려한 선율 위로 쏟아지는 백조들의 날갯짓은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다. 순백색의 블랑 튀튀(흰색 발레의상)를 입고 백조보다 더 백조같은 자태를 뽐내며, 통제된 기하학적 대형을 만들어낸다.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발레 블랑'(백색 발레)의 절정적 순간이다.
이 호숫가 장면은 원안무가 레프 이바노프가 백조를 관찰한 후 움직임을 발레로 표현한 것으로,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함께 '백조의 호수'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국립발레단은 이 작품을 20세기 러시아 발레 거장 유리 그리고로비치 안무가 버전으로 20여년 간 무대에 올려왔다. 기존의 비극적 결말에서 '사랑이 악한 힘을 이겨낸다'는 해피 엔딩으로 재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서울=뉴시스]7일 개막한 국립발레단 정기공연 '백조의 호수'에서 허서명과 박슬기가 열연하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https://img1.newsis.com/2026/04/09/NISI20260409_0002106976_web.jpg?rnd=20260409155915)
[서울=뉴시스]7일 개막한 국립발레단 정기공연 '백조의 호수'에서 허서명과 박슬기가 열연하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1막의 백미인 '네 마리 백조의 춤'에서는 앙상블의 진가가 발휘됐다. 서로 손을 교차해 잡은 네 명의 무용수는 경쾌한 리듬에 맞춰 머리의 각도부터 발소리, 푸앵트(발끝으로 서는 동작) 타이밍까지 한 치의 오차 없이 일치시키며 시각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반면 2막에서는 흑조 '오딜'이 등장하며 작품의 공기를 완전히 뒤바꾼다.
오딜이 한쪽 발끝으로 선 채 다른 쪽 다리를 채찍처럼 휘두르며 도는 32회전 푸에테(Fouetté)는, 흔들림 없는 중심과 정교한 스팟(시선 고정) 기술이 빚어낸 고전 발레 기술의 정점이다.
오딜은 화려한 움직임으로 지그프리트 왕자를 유혹한다.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끊임없이 구애하지만 흑조의 몸짓은 어딘가 모르게 억지스럽다.
![[서울=뉴시스]7일 개막한 국립발레단 정기공연 '백조의 호수'에서 흑조 오딜 역의 박슬기가 열연하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https://img1.newsis.com/2026/04/09/NISI20260409_0002106979_web.jpg?rnd=20260409155937)
[서울=뉴시스]7일 개막한 국립발레단 정기공연 '백조의 호수'에서 흑조 오딜 역의 박슬기가 열연하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백조의 호수' 첫날 공연에서는 박슬기와 허서명이 각각 오데트 공주와 지그프리트 왕자로 호흡을 맞췄다. 박슬기는 백조와 흑조 1인 2역을 맡아 상반된 캐릭터를 소화하며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다만 흑조 오딜이 되어 왕자와 파드되(2인무)를 추다가 마무리하는 장면에서 오케스트라 음악과 엇박자를 낸 점은 완성도 면에서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이 작품에서 무용수들의 연기 이상으로 차이콥스키 음악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춤추는 백조 곁으로 불길한 존재가 다가올 때 서서히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것은 바로 음악의 몫이기 때문이다. 음악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무대 아래에서 라이브 연주했다.
이밖에 1막과 2막 내내 등장하는 광대의 36회전을 포함한 화려한 기교의 춤, 2막에서 각 나라 공주의 전통춤도 빼놓을 수 없다.
궁전 무도회장에서는 왕자의 신부감을 고르기 위해 초청된 헝가리, 스페인, 나폴리, 폴란드, 러시아 등 5개국 공주들이 각국 전통 민속춤을 재해석한 디베르티스망(작은 춤)을 선보이며 극을 풍성하게 채운다.
국립발레단 제 209회 정기공연 '백조의 호수'는 오는 12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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