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이재준 기자 =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들이 중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잇달아 철회하고 동결 시나리오로 돌아섰다. 중동사태로 인한 어려움에도 중국 경제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판단이 배경이다.
홍콩경제일보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 인베즈 등은 9일 시장에서는 애초 중국 금리인하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최근 들어 기대가 빠르게 후퇴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중국 경제가 이란전쟁 등 외부 충격 속에서도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경기지표 역시 개선 조짐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신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혼란 속에서도 중국 경제가 비교적 탄력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1~2월 경제 활동 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하고 3월 생산자 물가지수(PPI)가 플러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2026년 금리 인하를 촉발할 뚜렷한 계기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기존에 제시했던 3분기 10bp(0.10% 포인트) 금리인하 전망을 기본 시나리오에서 제외했다. 다만 은행 지급준비율을 내릴 여지는 남아 있다고 보고 50bp 인하 전망은 유지했다.
스탠더드 차타드는 리포트를 통해 중동전쟁이 중국 경제에 영향을 주기는 했지만 다른 국가보다 충격이 작을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로서는 금리인하 가능성이 사실상 배제된 상태이며 단기적으로 금리인상이 필요할 상황도 아니라고 했다.
호주 ANZ 은행도 입장을 바꿨다. 중국 성장세가 정책 목표 범위 내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2026년과 2027년 모두 금리인하를 더는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이 상대적으로 충격을 덜 받는 이유로는 에너지 구조가 거론된다. 석유와 가스 비축이 비교적 충분하고 재생에너지 비중도 확대하고 있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 충격의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다른 국가들이 인플레 압력에 직면하는 것과 달리 중국은 디플레 압력을 겪고 있어 정책 대응 여지도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인민은행은 올해 통화정책 기조를 ‘적절히 완화적’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준금리 조정보다는 지급준비율 인하나 유동성 공급 수단을 활용해 시장 유동성을 충분히 유지하는 방향에 무게를 싣겠다는 생각이다.
시장 금리 흐름도 완화적 환경을 반영한다. 최근 은행 간 단기 금리는 약 3년 만에 낮은 수준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7일물 환매조건부 채권(역레포) 금리는 정책금리 아래로 형성되고 있다. 이는 금융 시스템 내 유동성이 비교적 풍부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중동 정세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합의하면서 단기적인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했다. 그래도 호르무즈 해협 통제 상황 등은 여전히 불명확해 향후 변수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정책 초점이 기준금리 조정보다는 유동성 관리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중국 성장세가 유지될 경우 제한적 완화에 그치겠지만 외부 충격이나 경기 둔화가 심화하면 지급준비율 인하 등 추가 대응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시장은 소비와 제조업 지표 등 향후 나오는 경제지표를 주시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완만한 회복 국면을 이어갈지 여부가 통화정책 방향을 좌우할 핵심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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