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 백방' 납북父 흔적…추모비 새겨진 이름 보자 울먹

기사등록 2026/04/08 17:28:44

20년간 "기록 없다"…파주 추모비서 부친 이름 확인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6·25전쟁 당시 납북된 아버지 최호철씨를 76년간 찾아다닌 최윤한(82)씨가 8일 오후 수원시 새빛민원실에서 당시를 회상하고 있다. 수원시 공무원들의 도움으로 아버지 기록을 확인한 그는 "국가유공자로 인정받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했다. 2026.04.08. pj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6·25전쟁 당시 납북된 아버지 최호철씨를 76년간 찾아다닌 최윤한(82)씨가 8일 오후 수원시 새빛민원실에서 당시를 회상하고 있다. 수원시 공무원들의 도움으로 아버지 기록을 확인한 그는 "국가유공자로 인정받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했다. 2026.04.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아버지와 헤어진 지 76년이 지났다. 경기 수원시 연무동에 사는 최윤한(82)씨는 6·25전쟁 중이던 1950년 납북된 아버지 고(故) 최호철(1917년생)씨의 흔적을 찾기 위해 수십년간 여러 기관을 찾아다녔다. 관계기관에 공문을 보냈지만 돌아온 건 '자료 없음'이라는 회신뿐이었다. 기록도 없었지만 최씨 본인이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것도 거의 없었다.

최씨는 8일 오후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딱 하나"라고 했다. 대여섯 살 무렵 동네에 불이 나서 구경하러 뛰어간 날이다. 수동 소방펌프를 끌고 현장으로 달려오는 아버지를 봤다. 아버지는 아들을 소방펌프 위에 올려 태운 채 불난 곳으로 향했다. 아버지에 대해 떠올릴 수 있는 건 그 장면 뿐이다.

아버지는 의용소방대·의용경찰·치안감찰 활동을 하며 지역사회에 봉사했다. 6·25가 터진 뒤 가족은 시골로 피난했지만 아버지는 기저귀 등 짐을 가지러 혼자 수원 집으로 돌아왔다가 아는 사람에게 영문도 모른 채 밀고를 당했다. 그날 저녁 총을 든 5~6명이 집에 들이닥쳐 아버지를 끌고 갔다. 어머니가 쫓아가려 하자 총을 겨누며 "보고 싶으면 내일 경찰서로 오라"고 했다.

다음 날 새벽 어머니가 도시락을 싸들고 지역 경찰서를 찾아갔다. 아버지는 의자에 묶여 있었다. 도시락을 건네려 하자 "이 사람은 호의호식하던 사람이니 안 줘도 된다"며 거부당했다. 이후 아버지는 형무소로 끌려간 것으로 전해졌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수원=뉴시스] 지난해 9월 파주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에서 최윤한(82)씨가 76년만에 아버지 최호철씨의 이름을 확인하고 있다. 빨간 원 안이 아버지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비 부분이다. (사진=최윤한씨 제공) 2026.04.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지난해 9월 파주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에서 최윤한(82)씨가 76년만에 아버지 최호철씨의 이름을 확인하고 있다. 빨간 원 안이 아버지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비 부분이다. (사진=최윤한씨 제공) 2026.04.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통일부에 따르면 6·25전쟁 납북자는 약 10만명으로 추정된다. 최호철씨도 공식 납북자로 결정돼 있었지만 유가족인 최씨는 그 사실조차 모른 채 수십년을 보냈다.

최씨는 2006년부터 아버지의 기록을 본격적으로 찾아 나섰지만 어디에서도 답을 얻지 못했다. 지난해 4월 수원시청 민원실을 찾아 같은 사연을 꺼냈다. 이번에는 달랐다. 담당 공무원 3명이 직접 통일부와 소방청 등에 사실 조회를 넣었고 최호철씨가 납북자로 공식 결정된 기록과 직업이 '소방관'으로 기재된 자료가 나왔다.

지난해 9월 최씨는 이 공무원들과 함께 파주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을 찾았다. 76년간 어디에서도 확인하지 못했던 아버지 이름이 추모비에 새겨져 있었다. 최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손으로 아버지 이름이 새겨진 글자를 어루만졌다. 천금 같은 아버지를 만난 것 같았다"고 울먹였다

담당 공무원들은 소방당국과 협의해 최호철씨의 공적을 알렸고 수원소방서가 명예의용소방대원으로 위촉했다. 지난달 '의용소방대의 날' 행사에서 유가족에게 위촉장과 감사패도 전달됐다.

최씨는 "도와준 공무원들에게 큰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명예회복은 이뤄졌지만 아버지가 국가를 위해 봉사하다 납북된 만큼 국가유공자로 인정받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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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년 백방' 납북父 흔적…추모비 새겨진 이름 보자 울먹

기사등록 2026/04/08 17:28:44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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