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지 대신 수백억 화장실…54년 만에 가는 달 여행[유인 달 탐사①]

기사등록 2026/04/04 06:00:00

최종수정 2026/04/04 06:19:39

마지막 발자국 위로 겹쳐진 새로운 궤적…54년 만의 유인 달 탐사 재개

냉전의 유산 아폴로 넘어 '지속 가능한 정착' 꿈꾸는 아르테미스 2호

최초 유색인종·여성 비행사 합류…역대 가장 먼 유인 우주 비행기록 등 도전

[플로리다=AP/뉴시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달 궤도 탐사 임무인 아르테미스 2호가 1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 39B 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있다. 2026.04.02.
[플로리다=AP/뉴시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달 궤도 탐사 임무인 아르테미스 2호가 1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 39B 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있다. 2026.04.02.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1972년 12월 14일, 아폴로 17호의 사령관 진 서넌이 달 표면에 마지막 발자국을 남기고 떠난 이후 인류에게 달은 ‘가까운 이웃 천체’에서 다시금 ‘하늘 위 동경의 대상’으로 멀어졌다.

그로부터 54년이 흐른 올해 4월 NASA(미 항공우주국)의 '아르테미스 2호'가 4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다시 달을 향한 여정에 올랐다.

반세기가 넘는 긴 시간 동안 인류는 왜 달로 돌아가지 않았던 것일까. 그리고 왜 이번 임무는 착륙이 아닌 '궤도 비행'에만 그치는 것일까. 아르테미스 2호가 쏘아 올린 의문과 그 속에 담긴 인류의 새로운 도전을 짚어봤다.

냉전 시기 체제 과시에서 ‘지속 가능 거주’로…20세기와 달라진 달 탐사 패러다임

업계에서는 인류가 달을 다시 찾기까지 54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 이유를 기술적 한계가 아닌 '목적의 변화'에서 찾고 있다. 1960년대 아폴로 계획은 냉전 시대 미·소 간의 체제 경쟁이라는 정치적 목적이 강했다.

아폴로 계획 당시 NASA 예산은 미국 전체 국가 예산의 약 4.4%에 육박할 정도로 막대했으나, 달 착륙 성공 이후에는 경제성과 실익 문제로 유인 탐사 동력이 급격히 약화됐다. 현재 아르테미스 계획을 진행 중인 NASA의 예산은 전체 예산의 0.4% 수준에 그친다. 체제 과시라는 정치적 명분이 사라진 만큼 쓸 수 있는 돈이 더 줄어든 셈이다.

또 과거 아폴로가 '누가 먼저 깃발을 꽂느냐'의 일회성 방문이었다면, 아르테미스는 '어떻게 계속 머물 것인가'라는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

비록 당초 계획됐던 달 궤도 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 구축 사업이 중단되는 등 정책적 변수가 있었으나, NASA는 달 표면 개발에 더 속도를 내기 위해 우주선 자체의 성능 검증과 심우주 생존 기술 확보에 더욱 집중하는 모양새다. 한 번의 착륙 쇼를 보여주는 대신 인간이 심우주에서 장기간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지를 완벽히 검증하겠다는 전략이다.
[나사·AP/뉴시스]아폴로 17호의 사령관 유진 서넌이 1972년 12월 달에 착륙해 서 있다. 2017.11.21
[나사·AP/뉴시스]아폴로 17호의 사령관 유진 서넌이 1972년 12월 달에 착륙해 서 있다. 2017.11.21

‘빠른 출발’ 아폴로 vs ‘신중한 점검’ 아르테미스 2호 차이도

아르테미스 2호가 달 표면에 내리지 않고 궤도만 돌아오는 '자유 귀환 궤도' 방식을 택한 것은 유인 착륙으로 가기 위한 필수적인 안전 장치다. 특히 이번 비행 경로는 아폴로 시절과는 확연히 다른 ‘고지구궤도(HEO) 점검’ 단계를 포함하고 있다.

과거 아폴로 임무는 발사 후 약 160㎞ 높이의 낮은 지구 저궤도(LEO)에 약 2~3시간 짧게 머문 뒤, 곧바로 엔진을 재점화해 달로 향하는 전이 궤도(TLI)에 진입했다.

반면 아르테미스 2호는 발사 후 곧바로 달로 향하지 않는다. 대신 타원형의 고지구궤도(HEO)에서 약 24시간 동안 머물며 고도 약 7만4000㎞까지 올라간다. 이 과정에서 승무원들은 오리온 우주선의 생명 유지 장치와 통신 시스템이 심우주 환경에서도 완벽히 작동하는지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과정을 거쳤다.

일단 달 궤도에 진입하면 별도의 엔진 분사 없이도 달의 중력을 이용해 우주선을 지구로 튕겨 보내는 자유 귀환 원리가 적용된다. 이를 통해 연료 소비를 최소화하면서도 만약의 사태 발생 시 동력 없이도 안전하게 지구로 복귀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했다는 게 NASA의 설명이다.
[워싱턴=AP/뉴시스] 미 항공우주국(NASA)이 2일(현지 시간) 제공한 영상 사진에 아르테미스 II의 우주비행사들이 달 궤도에서 화상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왼쪽부터 캐나다 우주비행사 제러미 헨슨, 미국의 리드 와이즈먼 사령관, 크리스티나 코크, 조종사 빅터 글로버. 2026.04.03.
[워싱턴=AP/뉴시스] 미 항공우주국(NASA)이 2일(현지 시간) 제공한 영상 사진에 아르테미스 II의 우주비행사들이 달 궤도에서 화상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왼쪽부터 캐나다 우주비행사 제러미 헨슨, 미국의 리드 와이즈먼 사령관, 크리스티나 코크, 조종사 빅터 글로버. 2026.04.03.

다양성 커진 만큼 우주비행사 '삶의 질'도 높아져…차세대 화장실 탑재한 오리온 우주선

54년 만의 유인 달 비행은 한정된 예산에서도 우주비행사들의 ‘삶의 질’은 아폴로 시절보다 더 높여줬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의 생활 환경은 극도로 열악했다. 당시 우주선에는 제대로 된 화장실 시설이 없었다. 승무원들은 소변의 경우 콘돔 형태의 호스 장치를 이용했고, 대변은 '아폴로 백'이라 불리는 점착식 비닐봉지에 담아 처리해야 했다.

이 방식은 위생적으로 취약했을 뿐만 아니라, 좁은 캡슐 안에서 승무원들에게 엄청난 고통과 불쾌감을 안겨주었다. 실제로 아폴로 10호 임무 당시에는 처리되지 못한 오물이 선내에 부유하는 당혹스러운 상황이 기록되기도 했다.

반면 아르테미스 2호의 오리온 우주선에는 NASA가 수백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유니버설 쓰레기 관리 시스템(UWMS)’이 탑재됐다. 공기 흐름을 이용해 배설물을 흡입·처리하는 이 시스템은 아폴로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생적이며 프라이버시가 보장된다.

내부 공간 역시 아폴로 사령선보다 약 30%가량 넓어졌다. 이는 이번 임무에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 크리스티나 코크와 유색인종 빅터 글로버가 합류한 것과 궤를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신체적 특성을 가진 승무원들이 차별 없이 장기 체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아르테미스 2호는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류 우주 탐사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오리온 우주선은 달 뒷면 너머 약 7600㎞ 지점까지 진출하며, 지구로부터 약 40만㎞(약 25만 마일) 떨어진 지점까지 도달할 예정이다. 이는 1970년 아폴로 13호가 사고 대응 과정에서 수립했던 유인 우주선 최장거리 비행 기록을 넘어서는 수치다.

NASA는 아르테미스 2호를 두고 “우리가 화성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임무를 통해 확보되는 데이터는 달 궤도에서의 장기 체류와 향후 화성 유인 탐사에 필요한 기술적 토대가 된다. 54년 만에 다시 시작된 인류의 달 항해는 이제 '도착'이 아닌 '정착'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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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봉지 대신 수백억 화장실…54년 만에 가는 달 여행[유인 달 탐사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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