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어도 못 보는 아빠"…70년만에 父되찾은 4·3유족

기사등록 2026/04/03 11:38:30

최종수정 2026/04/03 11:58:22

4·3희생자 추념식서 고계순씨 사연 소개

4·3위원회 결정으로 가족 관계 바로잡아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고계순 제주4·3 희생 유족이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8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장에서 오열하고 있다. 2026.04.03.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고계순 제주4·3 희생 유족이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8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장에서 오열하고 있다. 2026.04.03. [email protected]

[제주=뉴시스] 양영전 기자 =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아버지, 보고 싶어요."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8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선 70여년만에 친아버지를 되찾은 고계순(78·여)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1948년 6월 태어난 고씨는 출생신고 전인 같은 해 12월 아버지 고석보씨가 4·3으로 희생되면서 작은아버지의 자녀로 호적에 올랐다.

당시 군경 토벌대에 총살된 아버지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헤매던 고씨의 어머니와 할아버지는 어머니가 직접 꿰맸던 양말 한 짝을 보고 겨우 아버지를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학교에 다녀야 할 무렵 군에서 제대한 작은아버지가 결혼하면서 고씨를 자신의 호적에 올렸다. 4·3 희생자 유가족이라는 이유로 받을 불이익을 우려한 가족의 선택이었다.

고씨는 그렇게 70여년을 작은아버지의 딸로 살아왔다.

지난 2월 고씨는 마침내 친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4·3으로 뒤틀린 가족관계를 정정하는 결정이 내려지면서다.

제주4·3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는 '고계순은 희생자 망 고석보의 친생자임을 인지한다'는 주문을 담은 결정서를 고씨에게 전달했다. 고씨를 포함해 4명에 대해 사실상 자녀 간 친자관계를 확인하는 첫 결정이다.

이날 행사에서 고씨와 배우 김미경이 들려준 이야기에 추념식 참석자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결정서를 전달받은 뒤 아버지 산소를 찾은 장면이 나온 영상에서 고씨는 "한 번 본 적도 없는 아빠, 보고 싶어도 못 보는 아빠, 아버지의 호적에 70여년 만에 올랐다"며 "자식이라고 호적에 올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울먹였다.

아버지의 딸이 된 후 처음 뵈러 가는 길이었지만 고씨는 허리 수술 이후 장애를 앓고 있어 도움 없이 아버지 산소를 찾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유족 사연 소개 순서를 진행한 김미경은 "계순 어르신, 그 모진 세월 어찌 견디며 살아오셨느냐"며 "평생 가슴에 묻어둔 그 이름 아버지, 불러보지 못한 그 긴 세월, 그 긴 기다림이 헛된 시간이 아니란 걸 안다. 너무 고생 많으셨다"고 위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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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어도 못 보는 아빠"…70년만에 父되찾은 4·3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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