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노선 무너졌다"…제약사들, 약가인하에 '망연자실'

기사등록 2026/03/27 06:01:00

최종수정 2026/03/27 06:34:24

복지부, 건정심에서 '45%'로 조정 의결

제약업계 "영업이익 타격…고용도 불안"

"R&D축소 불가피…예측가능 정책 필요"

[서울=뉴시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6일 오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2026.03.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6일 오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2026.03.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제네릭(복제약) 가격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45%(현재 53.55%)로 떨어진다. 중동 사태로 인한 공급 불안 속에서 약가 인하까지 더해져 연구 투자 위축과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제약업계는 목소리 냈다.

27일 보건복지부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약가제도 개선 방안이 통과됐다. 약가 산정체계는 올해 하반기 시행된다.

복지부는 약가 조정을 2036년까지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미 등재된 약제는 등재 시점(2012년)을 기준으로 그룹을 나눴다. 1단계에서는 2012년 등재된 약제, 2단계는 2013년 이후 등재된 약제가 대상이다. 20번째 제네릭부터 적용했던 '계단식 약가 인하'는 13번째 제네릭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강화됐다.

R&D 비중이 높은 혁신형 제약기업엔 약가 산정률을 49%로 우대해 특례기간(4년)을 주기로 했다. 준혁신형 제약기업 우대 기준도 신설, 47%로 우대해 특례기간(3년)을 준다.

앞서 지난해 11월 정부가 제네릭 약값을 오리지널 약품의 40%대로 낮추는 약가 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후, 일괄적 인하를 반대한 제약업계는 현재(오리지널의 53.55%)보다 약 10% 낮춘 '48.2%'까진 감내할 수 있다고 피력했고, 보건복지부는 오리지널의 '43% 혹은 45%'로 낮추는 안을 제시하며 평행선을 달려왔다.

제약업계는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48.2%로 결정되지 못한 것에 아쉬워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쳐 결국 원가, 판관비 절감을 넘어 인건비 절감과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정부가 업계 의견을 청취하려고 애쓴 건 알겠지만 방어선으로 지키려했던 약가 인하 폭이 깨져 아쉽다"며 "당사는 암담한 상황이다. 시행 후 영향에 대한 많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 제약사 관계자 역시 "약값이 오리지널의 53.55%에서 45%로 약 15% 깎이면, 이는 15%의 영업이익 하락으로 직결된다"며 "내년부터 직원이 체감할만큼의 실질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그동안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련 의약·화장품분과(화학노련) 등 노조는 약가 인하 시행 시 제약산업 종사자 12만명 중 10% 이상의 실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다. 화학노련은 집회 등 추가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견 제약사 관계자는 "기업들은 당장 비용 절감에 나설 것"이라며 "마케팅·광고홍보·프로모션 비용 같은 판관비 절감이 1번이고, 최종적으론 인건비 절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조 측 관계자는 "기업이 어려워지면 바로 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 절박한 심정"이라며 "약가 인하 영향이 당장 올해의 기업 실적 수치에 반영되진 않겠지만 올해 임금교섭, 직용 채용 등의 노선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R&D) 및 설비 투자 위축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촉발된 원자재 공급 불안도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어, 이중고를 토로하고 있다. 가격 급등한 나프타가 들어간 '의약품 포장재'의 경우 제약사들의 재고분은 3주~3개월치에 그친다.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매출 상위 제약사든 중소제약사든 제네릭 비중 50% 이상인 구조가 유사해, 약가 인하 손실도 유사할 것"이라며 "당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참담했는데 향후 약가 인하를 고려하면 신약 개발 투자 결정을 망설이게 된다.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 분야가 R&D와 시설 투자, 인건비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기등재 의약품(기존에 보험급여목록 등재 약품) 약가 조정 시 혁신형 제약기업에 한시적 특례를 부여하거나 '준혁신형 제약기업 우대' 신설에 대해선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혁신형 제약사와 멀었던 기업엔 선정 범주가 넓어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밀화·예측 가능한 정책 설계해야"

업계는 보다 세밀화되고 예측 가능한 약가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약품별 원가가 다름에도 일괄적인 가격 인하는 수익성 악화의 지름길이란 지적이다.

중소 제약사 관계자는 "제품별 원가율이 각기 다름에도 일괄적인 인하율 적용은 행정 편의적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약가 우대로 제시한 퇴장방지의약품·저가의약품은 원래도 우대를 받고 있어 체감되는 변화가 적다. 각 의약품의 생산규모와 원가, 한계 상황에 대해 정부가 명확히 인지한 후 맞춤형 정책을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산 원료 사용에 대한 약가 우대도 기업이 체감할만한 수준이어야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단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국산 원료를 못 쓰는 건 정부가 보전해주는 약가보다 해외 수입이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라며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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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노선 무너졌다"…제약사들, 약가인하에 '망연자실'

기사등록 2026/03/27 06:01:00 최초수정 2026/03/27 06: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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